[나는 비와 함께 간다] 홍콩 예수

2009. 10. 12. 10:53홍콩영화리뷰

반응형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소개되는 영화 중에 가장 관심을 받은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 그리고 할리우드의 조쉬 하트넷이 출연하는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라는 영화이다. 역시 배우들의 이름 값 때문인지 이 영화는 발매시작 38초 만에 인터넷 예매분이 매진되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는 지난 6월에 일본에서 먼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트란 안 홍(Trần Anh Hùng) 감독 작품이다. 이름이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베트남 출신의 유명감독이다. <그린 파파야 향기>, 그리고 <시클로>로 해외영화제에서 각광받은 인물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시클로>에 출연한 양조위 때문에 더 유명해진 영화요 영화감독이다. (그것은 마치 후효현 감독의 <비정성시>와 비슷한 이유이다) 트란 안 홍 감독이 2000년 <여름의 수직선에서>을 완성한 뒤 한 작품을 추진하다 중단되고 그 뒤로 줄곧 이 영화에 매달렸다. 감독은 국제적인 캐스팅을 원했고,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 조쉬 하트넷의 캐스팅이 완료될 때까지 고생을 한 모양이다. 어쨌든 막강 삼인방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고 영화는 만들어졌다. 그리고 국내에도 소개된다. 일본 개봉 뒤 이미 내용이나 영화의 이미지, 평가는 대략적으로 전해졌다. ‘밝음’보다는 ‘어두움’으로 말이다.

세 남자와 한 여자

   영화의 시작은 <더 셀>이나 <양들의 침묵> 스타일이다. 형사 클라인이 위험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아마도’ 잔인한 연쇄살인마와 맞닥친다. 그리고 이 형사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시간이 꽤 흐른 뒤 그날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겨우 헤어 나온 그는 사람 찾아주는 사립탐정일을 한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필리핀에서 사라진 아들을 찾아달라는 대부호(유명제약회사 오너)의 부탁이다. 형사는 아들을 찾아 필리핀으로 날아간다. 그곳에서 그보다 먼저 그 임무를 수행하던 사람에게서 “그 남자는 없어. 그가 총을 서너 방 맞고 죽은 것을 봤다는 사람이 있어...”라며 사진을 하나 넘겨준다. (분명 열성팬이라면)  “끼약~  기무라 타쿠야!”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표정이나 말투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죽었다는 거야. 아님 모르겠다는 거야. 클라인은 다른 정보를 입수하고 이번엔 홍콩으로 간다. 홍콩경찰 친구 조맹지(여문락)를 만나 이런 남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 때 경찰서에서 우연히 스쳐지나가는 상처투성이의 남자. 홍콩에서 가장 악독한 조폭 보스 수동포가 등장한다. 이병헌. 그의 애인은 릴리(트란 누 엔커). 릴리가 조폭똘마니에게 인질로 납치되는 어이없는 일이 생기고. 결국 운명인지 그 여자는 기무라가 구해낸다. 관객들은 세 남자 (그리고 홍콩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결코 무시 못 할 캐스팅인 여문락까지 네 남자)와 한 여자의 각각의 운명과 극중에서의 성격을 대략 알게 된다. 형사는 끔찍한 과거의 경험(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하고, 수동포는 애인하나 때문에 비정상적인(엽기적이며 변태적인) 폭력양상을 선보인다. 관객들이 기무라 타쿠야의 정체(현상)에 대해 이해하기엔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결국 감독이 보여주고 자한 성스러운 구원의 결과는 어떤 것일까.

 예수가 재림한다면?

    <시클로>에서처럼 감독은 암울한 현실에서의 종교적인 구원의 손길을 내보이려고 한다. 이번엔 아예 현대판 예수를 내세운다. 관객이 얼마나 호응하고 공감할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클라인 형사(조쉬 하트넷)의 경우에는 그가 끔찍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그는 연쇄살인마에게 붙잡혀 죽음 일보직전까지 가는 것이다. 그가 그 곳에 가는 것도 결국 선택받은 것이고 그곳에서 벗어나는 것도 결국 선택받은 셈이다. 그런데 후반부에 나타나지만 그는 그 선택의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종교적인 성취보다는 예술적 성취에 해당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수많은 연쇄살인범의 초상이 투영되지만 결국은 데미안 허스트의 극단적 심취가 관객을 경악시킨다.

   수동포(이병헌)는 홍콩의 조폭이다. 그동안 두기봉 감독의 홍콩 조폭영화에서 보아온 그들은 ‘정말로’ 홍콩적인 어두움과 잔혹함이 육화되어있었다. 하지만 이병헌의 스타일은 인정사정없는 장도리만을 손에 쥔 섹시 아이콘 이상은 못된다. 특히나 보라색 셔츠는 단지 그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시이상은 못 된다. 그런 보스는 여자 하나 때문에 고뇌하고, 분노가 폭발한다. 그러면서 다시 돌아온 여자에겐 허물어지고, 또다시 그 여자의 사라짐에 질투의 화신이 되는 것이다.

   시타오 (기무라 타쿠야)는 가장 논쟁적인 캐릭터이다. 그가 필리핀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한 일은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아마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반군의 총에 사살된 것도 같고, 홍콩에 번쩍 나타난다. 폭력과 종말이 짙게 드리워진 몽콕이나 초호화빌딩의 보스 사무실이 아니라 폐쇄된 옛 공항의 수풀 우거진 판잣집에서 말이다. 그의 능력은 선택받아진 것이겠지만 그에게는 마지막까지 타인의 고통을 흡수해야하는 비극이 주어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그의 팬으로서는 그의 고통을 지켜봐야하는 고통이 있다. 그것이 이 영화의 진정한 고통인 셈이다.

   트란 안 홍 감독은 베트남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이민 갔다. 철학을 배우다 영화(촬영)를 공부했고 결국은 운명처럼 영화감독이 되었다. 그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예술(아트무비)지향적’이다. 이 영화도 아이돌 톱스타 캐스팅 대중영화겠지만 그의 영화에 줄곧 출연하는 여배우 트란 안 누케는 그의 아내이다. 트란 안 홍의 중국어 이름은 진영웅(陳英雄)이고, 아내의 중국어 이름은 진여연계(陳女燕溪)이다. 베트남 출신 영화인으로 유명한 사람은 <삼국지-용의 전설>에 나왔던 배우이자 모델인 매기 큐가 있다. 홍콩 감독 서극은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감독은 굉장히 종교적인 혹은 사변적인 영화를 만들 모양이었는데 결과물은 신통찮다. 그래서 오히려 제목이 더 신경 쓰인다. 원제는 ‘I Come With The Rain’이다. 우리 제목은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이다. 아마 이 영화는 구원의 지향성을 다룬 모양이다.  (by 박재환 2009-10-12)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