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리뷰(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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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울다] 그 산, 그 남자, 그 여자 (喊·山 래리 양 감독, 2015)
(박재환 2016.6.3) 작년(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었던 중국영화 (喊 山)이 개봉되었다. 는 오랜만에 찾아오는 중국 정통문예물이다 중국영화가 지금처럼 현대화, 대작화가 되기 전에 장예모(장이머우)와 진개가(천카이거)가 이른바 ‘5세대 감독’으로 해외영화제에 위명을 떨치던 시절에 곧잘 만들던 토속적 스타일의 영화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 현대 인민의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첩첩산골 아니면 규방에서 펼쳐지던 인간본성의 문제를 천착한 작품이다. 영화 는 중국 산서(山西,산시)성 출신의 여성작가 꺼수이핑(葛水平,1965년생)이 2004년에 발표한 중편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은 1980년대 전후하여 산서성의 오지 중의 오지마을에서 발생한 중대사건을 다룬다. 소설은 실제사건을 모티브..
2017.08.20 -
[연애의 발동: 상해 여자, 부산 남자] “이 결혼, 반댈세~” (김태균 감독 坏姐姐之拆婚联盟 Bad Sister, 2014)
(박재환 2016.6.3) 한국배우 지진희가 주연을 맡은 중국영화 ‘연애의 발동: 상해남자 부산여자’가 오늘 개봉한다. 이 영화는 재작년 연말 중국에서 개봉되었던 로맨틱 코미디영화이다. 지진희와 함께 대만 여배우 진의함(천이한)과 중국의 진학동(천슈에뚱), 그리고 원더걸스의 혜림이 출연한다. 반갑게도 왕년의 홍콩스타 종려시도 잠깐 얼굴을 내비친다. 감독은 을 연출했던 김태균 감독이다. 여주인공 진의함은 알아주는 점성술가. 재벌 회장님 재혼상대를 별자리로 평가해준다. “당신은 무슨 별자리이고 여자가 무슨 자리이니, 결혼하면 곧 죽을 운!”이라고. 그런 식으로 별자리에 따라 모든 것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는 여자이다. 그런데 한국 '부산'에 ‘커피 바리스타’를 배우러 간 남동생(진학동)에게서 연락이 온다. ..
2017.08.20 -
제3의사랑 (이재한 감독,第三种爱情,2015)
송승헌-유역비 제3의 사랑, “사랑에 빠진 남자, 무겁다” [박재환 2016-05-23] 이재한 감독이 중국에서 찍은 멜로영화 이 지난 주 개봉되었다. 송승헌과 유역비가 공연하여 화제가 된 이 작품은 중국 인터넷소설이 원작이다. 중국네티즌을 열광시킨 신데렐라 이야기를 이재한 감독이 어떻게 영화로 옮겼을까 궁금했다. 이재한 감독은 1999년 이라는 왕가위(열혈남아) 풍의 영화로 데뷔했다. 뉴욕의 뒷골목 교포청춘들이 갱단의 겉멋에 빠져들더니 '나빠지거나 죽거나'로 허망한 삶을 끝내는 그런 어두운 느와르였다. 이후 한국에서 다수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멜로와 전쟁영화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은 중국네티즌들이 선호하는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갖고 있다. 최근 비(정지훈)가 출연하여 큰 인기를 끈 중국드라마 ..
2017.08.20 -
[리뷰] 한반도의 핵이 위험하다 - 적도
홍콩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꽤나 청렴한 나라이다. 지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홍콩 렁록만/써니 럭 감독의 작품 ‘콜드 워’(寒戰)는 홍콩이 깨끗한, 아니 깨끗해진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바로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라는 공무원 감찰기관의 활약상을 극도의 스릴러 드라마로 보여주었다. 그 두 감독이 ‘콜드 워’를 준비하며 염정공서가 하는 여러 일들을 조사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바로 홍콩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의 위기처리 대응방식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1999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그리고 갈수록 중국의 입김이 세어지는 상황에서 홍콩에서 초특급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감독은 이런..
2015.06.01 -
[리뷰] 드래곤 블레이드 ‘애국자 성룡’
지금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박스오피스 시스템에 의해 전국 극장의 매표현황이 거의 100% 집계된다. 이렇게 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주먹구구식으로나마 대박 흥행기록이 등장한 것은 1979년이다. 성룡이 출연한 우스꽝스런 코믹쿵푸 ‘취권’이 근 10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최고 흥행 영화가 되었다. 당시엔 멀티플렉스극장도 없었고, 네이버영화정보사이트도 없었다.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서울 ‘국도극장’ 한 곳에서만 6개월간 상영되며 이룬 대위업이었다. 이후 성룡 영화는 해마다 우리나라 극장가 흥행 상위권을 차지했다. 사형도수, 용소야, 프로젝트A 등등. 그래서 자연스럽게 설 이나 추석같은 ‘명절에는 성룡영화’라는 공식이 세워졌다. 성룡은 글로벌 스타가 되었고, 그의 영화는 스펙터클 해졌..
2015.03.16 -
[위험한 관계] 상해지련 (허진호 감독 危險關係 Dangerous Liaisons, 2012)
(박재환, 2012.10.23.)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는 장동건, 장백지, 장쯔이가 주연을 맡은 멜로드라마 이었다. 이 영화는 지난 달 중국에서 개봉되었고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곧바로 국내에서도 극장개봉 되었다. 출연배우들의 면면만 보아도 이 영화는 2012년 아시아의 대표영화로 손꼽을만하다. 게다가 감독이 허진호라니. 이 영화는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잔잔한 멜로에 재능이 있는 한국 영화감독에, 아시아 시장에 통할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검증받은 콘텐츠를 활용한 작품이다. 18세기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쇼데를르 드 라클로의 원작소설 는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질투와 배신에 눈이 먼 남자와 여자의 사랑놀이가 기본구조이지만 다양한 변형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이재용 감..
2012.10.23 -
[조조:황제의 반란] 삼국지, 이야기는 계속된다
누구나 몇 번씩은 읽어봤을 중국 역사소설 (연의)는 실제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한(漢)나라 말기 삼국(위-촉-오)의 정립이 대강 마무리되는 서기 200년 경에서 1,000년이 더 지난 명나라 때 나관중이 쓴 소설이다. 이야기 속 역사인물은 이미 흙과 먼지가 되었고 정권(왕조)도 몇 차례 바뀌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들 속에는 삼국지 인물에 대한 대강의 품평이 끝났다. 유비는 충절을 지키고, 관우는 용감하며, 조조는 간교한 자라는 그런 인식. 그리고 또 7~800년이 지나면서 그런 인식은 동아시아계 식자층에 완전히 고착화되었다. 당사자에게는 해명을 들을 기회도 없이 말이다. 그러다가 최근 중국에 대작영화 붐이 일고, 삼국지 열풍이 불면서 ‘조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하나둘씩 시도되었다. 조조는 그렇..
2012.10.22 -
‘콜드 워’ 홍콩은 어떻게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가 되었는가
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품으로 홍콩 신예감독 류젠칭(陸劍青,륙검청)과 량러민(梁樂民,양악민)의 가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이달 18일 홍콩에서 개봉될 예정인 정말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부산영화제에서 홍콩영화를 개막작품으로 선정한 것은 왕가위의 이후 8년만이다. 왕가위만큼이나 유명세도 없고, 한물 간 홍콩 범죄물을 개막작으로 선뜻 선정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류젠칭 감독은 오랫동안 조감독 생활을 했다. 놀랍게도 1999년 주성치의 의 조감독으로 이름이 올라있다니! 량러민은 두기봉 감독의 등에서 미술감독으로 일했단다. 아, 이를 어쩔 것인가.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뭘 믿고 이런 백그라운드의 중고신인감독의 개봉도 안한 홍콩작품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했을까. 곽부성과 양가휘라는 네임벨류를 믿고?..
2012.10.05 -
초한지 천하대전: 항우 vs. 유방
최근 흥미로운 중국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홍콩출신 이인항(李仁港) 감독의 이다. 중국원제는 (鴻門宴)이다. 중국사를 안 배웠다고 하더라도 이 말은 삼국지의 적벽대전만큼 유명한 말이다. 지금부터 무려 2400년 전인 기원전 206년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의 재구성, 혹은 재해석이다. 때는 진시황이 죽고 중국천하가 또 다시 혼란에 휩싸였을 때. 중원을 석권하게 되는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일개 동네건달에서 한(漢) 제국의 황제가 되는 유방(漢高祖)과 ‘패왕별희’의 히로인 항우, 그리고 제갈량 버금가는 모사가 장량 등 드라마틱한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기대할만한 중국역사물이다. 유방, 항우를 이기다 영화의 시작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어느 겨울날 일단의 사람들이 유폐된 커다란 궁궐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
2012.01.18 -
[육자객/7인의 협객] 정창화 감독의 당조멸망사
1971년 말 홍콩에서 개봉된 쇼 브러더스 무협영화 (六刺客)은 한국에서는 제목에 ‘플러스 1’하여 으로 개봉되었다. 흔치 않은 영화작명 케이스이다. 이 작품은 한국 정창화가 감독을 맡았다. 정창화 감독은 1950년대부터 충무로에서 활동한 영화인. 우연한 기회에 홍콩 쇼 브러더스의 콜을 받아 홍콩으로 건너가서 10년 정도 홍콩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 바로 그때 홍콩으로 건너가서 만든 작품 중 하나이다. 이미 홍콩에서는 장철이나 이한상, 초원 감독 등이 다양한 색채의 쿵푸/무협/액션물을 만들고 있었기에 한국에서 건너온 영화감독의 색다른 연출력이 기대되었을 것이다. 은 나름 성공했고 정창화 감독은 줄곧 특급대우를 받으며 홍콩에서 작품생활을 하였다. 당나라가 망조에 들었을 때... 때는 당나라 19대 황제인 ..
2011.09.22 -
[신정무문91] 주먹대장 주성치 (좌송승 감독 新精武門1991)
1972년 이소룡이 출연한 불세출의 고전 의 내용은 이렇다. 일본에서 공부하던 '진진'(이소룡)이 고향 무술도장의사부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던 중 일본 카라데 도장의 음모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마침내 '진진'은 억제하던 분노를 폭발시켜 일본 무술고단자들을 차례로 꺾는다. 이에 일본헌병들이 도장에 들이닥치고 이소룡을 죽음을 불사하고 이단옆차기를 하며 헌병의 총탄세례 속으로 뛰어들며 영화는 장엄하게 끝난다. 진진은, 개화기의 황비홍처럼 일제강점기의 중국(홍콩)의 민족영웅으로 곧잘 묘사된다. 하지만 진진에 대해서는 거의 픽션으로 보아도 될 듯. 대신, 정무도장의 사범은 '곽원갑'이라는 실존인물이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이소룡 사후, 성룡은 의 뒷이야기에 해당하는 을 내놓았고, 이연걸은 을 다시 리메이크하기도..
2011.07.03 -
[I.K.U.] 포르노그라픽 러너
워드프레스로 다 옮겨 버릴거야!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5 22:06 수정 공개 삭제 [리뷰 by 박재환 2001/4/30]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는 어떤 면에서는 사회의 터부와 닫힌 성 의식과의 투쟁의 장이다. 믿거나 말거나 왕가위 감독의 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때만 해도 장국영, 양조위의 동성애 장면이 문제가 되어 영화관계자에게만 입장을 허용하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부산영화제에서 '이른바' 무삭제판 이 상영되었고, 작년 처음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작품도 라는 프랑스 여성감독의 작품이었다. 지난 여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은 심야영화 최고의 인기작품이었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러모으고 ..
2011.06.13 -
[옥보단 3D] 드디어 3D까지... (3D肉蒲團之極樂寶鑑, 2011)
17세기 중국 문인이 쓴 음란소설 ,의 이야기는 중국 명말 청초 연간에 살았던 문학가 이어(李渔)의 소설 (육포단)을 저본으로 하고 있다. 지금의 강소성에서 태어난 남경에서 살았던 이어는 문학가이며 문단의 명사였다고 한다. 그가 왜 이런 소설을 썼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어두운 과거가 있는지도. 여하튼 이 사람은 게(螃蟹)요리를 그렇게도 좋아했단다. 식탁에 이게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라서 별명이 ‘蟹仙’이었단다. 이 ‘게’ 좋아하는 이어가 남긴 많은 문학작품 중에 후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소설 이다. 이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편 등 매 계절마다 5회씩 모두 20회분의 소설 을 지었다. 중국에서는 이를 장회체(章回体)소설이라고 한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즉시 금서로 취급되었지만 ..
2011.06.13 -
[최애] 장쯔이 주연, 에이즈시대의 사랑
중국에 고장위(顧長衛,구창웨이)라는 영화감독이 있다. 장예모, 진개가와 함께 5세대 영화감독 군에 속하는 인물이다. 이 사람은 원래 촬영감독이었다. 장예모(붉은 수수밭), 진개가(패왕별희), 강문(姜文,장원)(햇빛 쏟아지던 날들) 감독의 촬영을 도맡아 초창기 순수 중국문예영화를 세계무대에 알린 사람이다. 그런 고장위가 2005년에 (孔雀)을 필두로 감독으로 전향했다. 자신만의 영상미학을 온전히 내보이고 싶었으리라. 촬영을 하다 감독으로 뛰어든 사람은 몇 된다. 루위에(呂樂), 유릭와이(余力爲), 그리고 크리스토퍼 도일도 그러한 사람이다. 다행히 고장위가 감독을 한 작품 과 은 꽤 훌륭하다. 그의 세 번째 작품이 최근 중국에서 개봉되었다. 중국의 톱 여배우 장쯔이와 홍콩 스타 곽부성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
2011.06.10 -
[삼국지 명장 관우] 소설 속 관우, 영화 속 조조를 만나다
삼국지 관련 영화 리뷰 ▶ 오우삼 감독 ▶ 이인항 감독 (조자룡) ▶ 조금 색다른 삼국지 (양조위, 조은숙) 에 대해선 꽤 많은 이야기가 있다. 서울대 수석합격자가 를 여러 번 읽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에서 이문열의 조차 오류투성이라는 주장까지. 이미 오래 전에 청나라의 장학성(章學誠)이라는 사학자는 소설 에 대해서 ‘역사적 사실은 30%, 나머지 70%는 허구’(三實七虛)라는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물론 명나라 때 나관중이 지었다는 소설 (삼국지연의)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유비와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맺고 제갈량을 끌어들여 조조와 열심히 싸웠고 결국 삼국(위,촉,오)을 정립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시절은 서기 200년대 무렵이다. 한나라가 망해갈 무렵부터 삼국이 정립하는 시기까지 통틀어 70년 ..
201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