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004년) 연말 서울시 이명박 시장은 홍콩 영화인들이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영화 찍는 것에 대해 대환영이라며 촬영에 적극 협조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미 부산과 전주 등지에서 영상위원회가 설치되면서 각기 자기 동네에서 영화 찍는 것에 대해 지자체에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거리가 영화에 자주 노출되면 우선적으로 그것이 관광수익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제적 지명도가 상승할 것임은 물론이다. ([여친소]에서 한국야경이 참 아름답게 잡혔다는 이야기는 했었고...)
어쨌든 홍콩 영화인들이 대거 서울에 몰려와서 [서울공략]이란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지난 설에 홍콩과 중국에서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개봉날짜조차 잡히질 못했다) 지난 주 홍콩에서 700만 HK$에 조금 못 미치는 저조한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는 동안 중국에서는 벌써 비디오(DVD/VCD)가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과연 어떤 영화일까.
‘서울공략’에 앞서, 조금은 ‘뺀질이 스타일’의 정체불명의 수사요원 양조위가 미녀 조수들을 거느리고 사건을 해결한다는 컨셉트의 영화 ‘동경공략’은 2000년 홍콩에서 개봉되어 2,800만 HK$라는 꽤 높은 흥행성적을 올렸다. 당시 양조위는 장백지, 진혜림을 거느리고 정이건과 함께 일본의 수도 동경을 휘저으며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리고 5년 뒤 이번에는 한국의 ‘관습헌법상’ 수도 서울에서 미녀들을 대동하고 사건을 해결한다. 이번에 그에게 던져진 임무는 홍콩에서 사라진 미국 위조달러 제조에 쓰이는 동판. 이것을 둘러싸고 역시 정체불명의 임현제와 서기가 쟁탈전에 합류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한국에 온 양조위의 임무를 위해 옆에서 같이 뛰게 되는 이른바 '조위 걸'에는 조한나+최여진+조수현이 등장한다. [동경공략]에서도 꽤 많은 일본배우들이 나왔었다!
양조위나 서기, 임현제의 정체를 밝히면 스포일러에 해당하니 나중에 한국에서 개봉되면 그 때 다시 소개한다. 그런데 [동경공략]을 봤는데도 기억에 남아있질 않은 양조위의 극중 역할이 도대체 뭘까? 홍콩경찰? CIA요원? 인터폴? 글쎄다. 극중에서 양조위는 자신을 '일본국방부 국제간첩과 소속이었고, 일본 경시청 공안부 외사과 근무했으며 현재는 국제형사행동조 아시아지역 최고지도자'라고 소개한다. 일본에 국방부가 있었던가? 여하튼 '요원' 양조위는 서울에서 맹활약을 한다!
그럼 서울시의 전폭적인 협조사항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홍콩에서 위폐 제작에 쓰이는 동판이 사라지면서 무대는 홍콩에서 곧바로 서울로 옮겨진다. 양조위의 동선을 따라 양재대로와 삼성동, 청담동, 여의도, 그리고 포천이 펼쳐진다. 반갑다! 양조위와 임현제가 포천의 한 온천탕에서 마구 싸운다.(물론 옷 입고 싸운다!) 양재역 뒷동네 조개구이 전문점도 나오고 양재동 춘천 옥불가마도 나온다. 청담동 Tool Pub도 나온다. 그러더니 악당들과 잠실운동장에서 결전을 펼친다. (경찰청 특공조의 헬기 레펠도 있는데 따로따로 촬영하여 갖다 붙인 티가 역력히 난다 --;) 그리곤 곧 바로 경비행기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임현제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코엑스 앞 대로를 달려갈 때 최근 완공한 현대산업개발의 '초현대식' 사옥이 언뜻 보인다. 그리곤 바로 여의도! KBS건물은 안 보이지만 한국산업은행 건물과 맞은 편 LG트윈 빌딩이 보인다. 그곳에서 양조위는 [레이더스]의 인디애너 존스 박사처럼 절체절명의 액션을 펼친다. 그리곤, 마지막에 인천공항의 화려한 모습도 잠깐 구경시켜준다.
[서울공략]은 전형적인 홍콩 액션영화이다. 10년 전에 보았던 홍콩영화들보다 액션 씬이 나아진 것도 아니고, 5년 전의 [동경공략]보다 스케일이 더 커졌다거나 내용이 깊어진 것도 아니다. 아무리 보아도 양조위가 대작 [2046]을 찍고 나서 다음 작품 준비하는 동안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 영화의 컨셉은 [동경공략]과 마찬가지로 가볍게, 경쾌하게, 유머러스하게 만들고, 보자는 것 아닐까. 양조위는 [동경공략]때와 마찬가지로 '상큼발랄쾌활' 스타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한국 측 배우로 나오는 세 명의 '조위 걸'은 조한나, 최여진, 조수현이다. 조한나는 여명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찍었었고 최여진은 최근 KBS의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주가를 올렸다. 조수현은... 잘 모르겠다. 그외 중국배우랑 일본배우도 등장한다. 일본배우는 사키 세토(瀨戶早妃)라고 하는데 무슨 역으로 나왔는지 구별할 수가 없다. 일본 사이트를 찾아보니 사진집만 여러 권 낸 전형적인 젊은 여배우이다. 한국 출연진 중에는 양조위와 임현제를 앞에 두고 한국말로 "이 자식 저 자식.." 하는 배우도 있다.
중국 출시 DVD에서 한국 배우들은 자기들끼리는 한국말을 재잘거리고 양조위와는 북경어를 곧잘 구사한다. 홍콩 버전에서는 전부 광동어를 하는 모양이다. 대만 출신의 임현제와 서기까지 광동어를 하다보니 홍콩팬들은 이 영화 듣고 앉아있기가 상당히 거북했던 모양이다.
참, 이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韓城攻略]이다. 여태 '서울'의 중국어 표기는 '漢城'이었다. 그 옛날 이몽룡이 과거보러가던 漢陽시절부터 '漢'이 쓰이다가 이번에 '韓'으로 표기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은 서울을 '首爾(수이=서우얼)로 표기해달라고 했다. 중국 사람이 우리가 해달라고 덜렁 받아들일 리가 없겠지만 이 영화가 처음부터 '首爾攻略'이란 제목으로 만들어졌음 그만큼 빨리 친숙해졌을 것인데 말이다. 아쉽다.
최근 오우삼 감독의 초기 시절 작품인 [여자태권군영회]란 걸 보았다. 오우삼이 홍콩 액션스타들과 함께 한국배우들을 캐스팅하여 한국에서 찍은 영화이다. [서울공략]과 그 영화가 묘하게 겹쳐진다. (박재환 200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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