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덩크] 300원짜리 영화

2008. 3. 4. 11:25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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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8-3-4]  강제규 감독의 [쉬리]이후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는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벤처캐피털과 IT쪽에서,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뭉칫돈들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충무로에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초호황 국면에 모 교수는 특이한 분석을 내놓았었다. 외화내빈의 한국영화 르네상스는 곧 끝장날 것이라고. 그의 주장의 요지는 이른바 이통사와 카드회사의 짝짝쿵 카드할인이라는 마케팅이 외형적 극장호황을 이끌었을 뿐이며 실질적 한국영화의 성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사실여부나 동의여부를 떠나 실제 그런 면이 있었다. 관객입장에서는 정상요금의 반값으로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일단 좋지 아니한가.

  주말 집 근처 극장에서 영화를 한편 봤다. 원래 가격은 6천원. 그런데 조조가격이라 4천원이었다. 극장과 연계된 카드할인 2천원 받고, 이통사 중복할인 1천원. 그러니 영화관람료는 1천원이 되었다. 그런데 이날 본 영화는 예매시 ‘왕뚜껑’ 컵라면을 하나 증정품이라고 주었다. 소비자가격을 보니 700원이었다. 세상에 그럼 영화를 300원 주고 보는 셈인가.  무슨 영화? 주걸륜이 출연하는 [쿵푸 덩크]라는 액션-스포츠-코믹-멜로물이었다.

   주걸륜은 중화권 최고의 인기가수이다. 싱어 송 라이터일 뿐 아니라 연기면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만능 엔터테이너이다. 그는 이미 홍콩 유위강 감독의 [이니셜D]와 중국 장예모 감독의 [황후화]에 출연하였고 자신이 직접 감독까지 맡아 휘황찬란한 피아노 실력으로 한국 팬들을 사로잡은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스크린도 완벽 장악한 중화권 인기스타이다.

   [쿵푸 덩크]는 어린 시절 ‘어떤 사연에 의해’ 내버려진 아이가 쿵푸 스쿨에 들어가서 ‘인간 샌드백’ 신세로 성장하면서도 쿵푸 무술을 체득하게 되고 ‘어떻게 하여’ 대학 농구단에 들어가게 된다. 천부적 재능으로 농구 코트를 휘어잡는다는 것은 [소림축구] 안봐도 결말을 짐작할 수 있는 스토리.

   영화 제작 때부터 이 영화는 일본의 인기만화 [슬램덩크]를 영화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과 주성치의 [소림축구]의 농구장 버전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영화 보고 나면 “그렇다”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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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발-염니-오맹달-양가인

   이 영화에는 주걸륜 외에 꽤 유명한 (혹은 나름)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주걸륜이 짝사랑하는 여학생은 최근 아주 유명해진 트윈스의 멤버 채탁연이다. 이 영화에서 주걸륜의 멘토 쯤 되는 쿵푸 스쿨의 네 스승님도 당연 유명배우들이다. 양가인, 오맹달, 염니, 황발이다. 황발은 재작년 중국에서 빅 히트를 친 코미디 [크레이지 스톤]에서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했던 사람이다. 여스승으로 출연한 염니(闫妮)는 중국에서 꽤 인기를 끈 무협드라마 [무림외전]에 나왔던 배우이다. [쿵푸 덩크]에 ‘무림외전’ 보는 장면도 있다. 솔직히 이들이 그리 인상적인 연기를 한 것은 아니다. 오맹달이 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시종 오만상을 찌푸리고 술병(텀블러)을 끼고 사는 대학 농구팀 주장 역을 맡은 배우는 대만의 진백림이다. 농구 게임에서 오버하는 사회자로 나오는 사람은 황건상이란 사람이다. 지난 월드컵 때 파문을 일으켰던 중국의 유명 축구해설가이다.

  이 영화 감독은 물론 주성치가 아니라 주연평이라는 대만감독이다. 100여 편의 영화를 만든 사람이다.  ‘대만의 왕정’이라는 오명을 쓸 만큼 쓰레기 영화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대만수준에 딱 맞는 영화로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0년대에 석소룡 같은 아역 쿵푸배우를 스타로 만든 [호소자],[중국룡] 같은 영화를 만든 인물이다. [신오룡원]의 경우 대만영화로서는 처음으로 2억 NT$를 벌어들인 영화이다. (이 기록은 작년 이안 감독의 [색계]가 깨뜨렸다)

  참 이 영화의 스탭도 대단하다. 무술감독의 정소동이야 워낙 유명한 사람이고, 미술감독을 맡은 해중문은 수많은 홍콩영화에서 의상과 미술을 담당했었다. 작년 장예모의 [황후화]로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촬영감독인 조소정은 [연인], [천리주단기], [황후화] 등 최근 장예모 영화의 촬영을 도맡아하고 있다. [연인]은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올랐었다.

  영화 [쿵푸 덩크]는 주걸륜 빼고는 그리 큰 사랑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쿵푸 덩크]는 주걸륜의 인기에 얹혀 만들어진 영화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이제 대만영화‘조차’ CG쯤은 별다른 영화제작 요소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너무 뻔한 줄거리, 만화같은 이야기,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CG, 이름만 유명한 스탭과 배우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중국에서 1억 위앤을 벌어들이는 빅 히트를 쳤다. 대만에서는 상영 한 달을 맞아 1,500만 NT$를 벌어들이고 있다. 주걸륜의 전작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대만에서 2,600만 NT$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대만영화도 한국처럼 외형적 세월에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기를 바란다.

  영화는 [슬램덩크] 만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농구장 볼거리를 CG로 화끈하게 보여준다. 주걸륜의 피아노 솜씨가 아니라 화려한 드리볼과 아드레날린 만땅의 덩크 슛 장면을 끝없이 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대만영화가 애들 영화 수준을 벗어나 적어도 하이틴 수준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300원짜리 영화로는 정말 볼만하지 아니한가. (박재환 2008-3-4)



예고편

주제가 뮤직비디오

쿵푸 덩크 kung fu Dunk 
대만제목: 功夫灌籃
중국제목: 大灌篮
제작: 대만 長宏影視股份有限公司
감독: 주연평(朱延平)
출연: 주걸륜(周杰倫), 진백림(陳柏霖), 채탁연(蔡卓妍), 진초하(陳楚河), 증지위, 왕강, 이립군,
개봉: 2008-2-6(대만) 2008-2-7 (중국) 2008-2-28(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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