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영화리뷰(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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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Forgive, Not Forget!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Life Is Beautiful 1998)
(박재환 1999-2-8) 동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악몽과 죄악은 모두 용서하라. 하지만, 우리의 부모와, 형제 자매의 희생을 절대 잊지는 말라! 어제 영화를 보기 전에 케이블TV Q채널의 다큐멘타리를 한 편 보았다. 란 작품으로 스필버그가 기금을 조성한 쇼아 역사기금회의 기록필름을 재편집한 것이다. 많은 희생자들의 증언과 기록필름으로 엮어진 50분 남짓의 이 필름은 온통 죽음과 눈물, 잊고 싶은 기억과 어쩔 수 없는 관용과 교훈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증언 중 한 바이올리니스트의 기억을 들어보자. 당시 수용소의 독일군은 유태인수용자 죽이는 것이 일종의 유희였다. 그날 따라 기분이 나쁜 독일군은 아침에 점호를 하다가, 그냥 “둘째 줄, 넷째 줄 앞으로 가!”하면 그 줄은 전부 가스실로 가는 식이었다..
2008.04.05 -
[레 미제라블] 역사, 문학, 그리고 영화 (빌 오거스트 감독 Les Miserables 1998)
(박재환 1999-3-6) (imdb에 따르면) 이 영화는 32번째로 영화화된 ‘레미제라블’이라고 한다. 물론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만들어졌으리라 짐작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윤색되어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니 말이다. 아주 오래 전에 쟝 가방 (혹은 리노 벤츄라? 여하튼 그 시절의 프랑스 배우가) 나오는 칙칙한 프랑스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본 것도 같고, 10년 전 쯤에 다른 영화를 본 것도 같다. 여하튼, 이처럼 같은 작품이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지는 힘은 어디일까. 그것은 인간의 보편적 감성에 호소하는, 그리고 보이는 것 이상의 많은 것을 독자에게 안겨주는 원작의 힘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의 원작소설은 프랑스의 대 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가 오랜 집필 끝에 1862년에 완성한 대하소설이다...
2008.04.04 -
[정크 메일] 쓰레기 쏟아지는 우편배달부 (폴 슬레딴느 감독 Junk Mail, 1997)
(박재환 1999-6-18.. 이때는 리뷰를 왜 이런 식으로 썼을까 –;) 인터넷을 하다보면 스팸 메일을 많이 받는다. ‘이것 받자마자 다른 사람에게 E-mail을 백 통 보내야 불행을 면한다’는 고전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800원으로 천만 원을 벌게 해 준다’든지, ‘이 사이트에 오면 깜짝 놀랄 일이 있다’든지…. 스팸은 원래 미국 햄 통조림 브랜드이다. 우리나라 부자동네에 배달 신문에는 신문 자체보다 그 사이에 낀 전단지가 더 많은 시절이 있었다. 미국에선 이런 전단지의 대표적인 상표가 스팸 전단지였단다. 다이렉트 메일(DM)의 전형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원하지도 않는데 배달되는 메일을 스팸 메일이라 한다는 전설이 있다. 이건 엄청나게 짜증나는 메일이다. 받는 사람이야 하루 몇 통 안 되어 넘..
2008.04.04 -
[휴머니티] 가장 인간적인 고뇌 (브루노 뒤몽 감독 Humanity 1999)
(박재환 2000.9.1.) 이 영화는 깐느영화제에서 남녀주연상과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그 시상식장에서는 영화팬과 영화평론가들의 야유와 조소의 고함소리까지 들렸다고 한다. 다른 훌륭한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장인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엉뚱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때에는 많은 ‘고급’영화팬들이 2시간 28분의 상영시간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자리를 떠나거나 잠들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 서울의 오즈극장에서 를 맞아 특별상영했다. 영화는 저 멀리 영국의 해안절벽이 바라다 보이는 프랑스 북부 프랑드르의 조그만 마을 바이유라는 평화로운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강간범’ 이야기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림같은 들판 속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를 보게 된다. 그는 파라옹(이마뉴엘..
2008.04.04 -
[팬티 속의 나비] 프랑스소년소녀 몽정기 (Hair Under The Roses, 2000)
(박재환 2003-2-4) ‘루두두’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주인공의 극중 나이는 이제 14살이다. 그녀는 아직 생리조차 시작하지 않은 꼬맹이이다. 루두두에게 는 ‘릴라’라는 좀 조숙한 단짝이 있다. 릴라는 루두두의 오빠를 좋아한다. 루두두는 릴라와 같이 붙어 다니면서 온통 그 생각뿐이다. 자신도 얼른 어른이 되어 멋진 남자와 키스도 하고 사랑도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플라토닉 한 사랑이 아니라 침대에서 벌이는 섹스 말이다. 어느날 레코드 가게에서 나오는데 방송국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다. ‘프랑스 청소년들의 성의식 조사’였는데 루두두는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내뱉는다. “학교에선 성교육이 너무 재미없어요. 난 수많은 남자와 자 봤어요. 너무나 멋져요. 다양한 체위를 즐겨봤어요.“ 너무나 ‘그..
2008.04.04 -
[유리를 통해 어렴풋이] 고도를 기다리며 (잉마르 베리만 감독 Through A Glass Darkly, 1961)
(박재환 2003-10-28) 스웨덴의 철학적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대표적 작품은 당연히 이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진원석 감독의 라는 영화에서 오마쥬 되었듯이 창작하는 사람의 신학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주 구해 보기 힘들 것 같았던 베르히만 감독의 몇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도 DVD로 출시되기까지 했다. 진지하게 영화를 찾아보는 사람로서는 복 받은 일. 하지만 EBS가 그런 수고를 들어주었다. 지난 주말 이 감독의 대표작 하나가 방영되었다. . 때로는 , 혹은 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한 1961년도 작품이다. 그가 이 시절 잇달아 내놓은 , 과 함께 이른바 ‘신앙 3부작’으로 불린다. 왜 그런 경건한 부름을 받는지는 영화를 보고 나면 알게 된다. 황량한 북유럽, 발트 연안의 어느 외딴 섬. 한..
2008.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