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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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야구를 사랑하라
제목에 감독 이름을 달고 있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이 있다. 이현세의 초특급 베스트셀러 만화 을 1986년에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실상 작품은 원작만화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은 각기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요새 말로 하자면 ‘루저’를 긁어모아 만든 ‘특이한 집단’의 이야기이다. 프로야구 경기에 정식으로 올라가기엔 왠진 문제가 있어 보이는, 하자가 있는, 비정상적인 사연의 선수들이 총집결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생의 대부분이 한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 각자의 한을 풀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고,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다. 세월이 이만큼 흐른 뒤, 태평양 건너 미국 메이저리그의 프로야구팀 단장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이지만 구단주가 부자인 ..
2011.11.21 -
[사물의 비밀] 여교수방의 CCTV
당신이 현명한 영화제작자라면 영화제작 들어가기 전에 미리 그 영화를 볼 타깃을 연구할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고 하자. “그러니까 40대 여교수가 있고요. 남편이랑 이혼했는데 그놈의 사회적 시선 때문에 비밀로 하고 있어요. 혼자 산 게 오래되다보니 남자 생각도 간절하기는 하지만 역시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논문연구를 도와줄 학생이 하나 들어왔는데 갓 스물 살의 멋진 남자라면. 그리고 지금 연구하고 있는 보고서가 ”남녀의 외도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라니.” 여교수는 알 것 다 알고, 학문적으로 분석할 지위에 까지 올라있는데 현실은 점점 더 젊은 학생에게 끌리니....제작자는 난감할 것이다. 이건 유부녀의 불륜도 아니고 이혼녀의 판타지도 아니다. 그렇다고 젠체하는 지식인의 허위..
2011.11.14 -
[티끌모아 로맨스] 티끌모아 나무 한그루
송중기가 있다. 잘 생겼다. 유들유들하다. 연기도 곧잘 한다. 누나들에게 인기 있을 타입이다. 한예슬이 있다. 예쁘다. 남자들이 좋아한다. 드라마에서는 '사고' 쳤지만 영화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있다. 그런 송중기와 한예슬이 만났다. 영화 이다. 제목으로 봐서도 둘이 연애할 것 같다. 선남선녀가 만나 알콩달콩한 연애를 할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예상외로 흘러간다. 둘은 그야말로 ‘지지리 궁상’이다. 둘은 선입관과 외모에 쏟아지는 시선을 뚫고 어떻게 영화를 이끌어갈까. IMF를 넘어 FTA를 코앞에 둔 대한민국 청춘들이 지켜봐야할 시점이다.잘 생긴 남자, 예쁜 여자에 얹혀살다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엄마에게 용돈 받아쓰는 백수청년 천지웅(송중기).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라기엔 애매하다. 생긴 것은 곱상하지만 평..
2011.11.09 -
[돼지의 왕] 우리들의 일그러진 ‘중딩’ 영웅 (연상호 감독 The King of Pigs 2011)
학교 내의 조직화된 폭력문화와 애써 눈 감거나 공범으로 빨려드는 무감각을 날카롭게 지적한 이문열의 소설 은 196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정과 비리의 반장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추악한 면모를 소름끼치게 그려냈다. 그리고 지난 주, 한국사회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 인터넷뉴스를 휩쓸었다. 대한민국 어느 여중학교에서 여선생과 여학생이 서로 머리채를 끌어당기며 싸움을 벌였다는 기사이다. 분명 ‘학교사회’에는 선생과 학생이 각자 있어야할 자리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잘못된 질서와 체계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우울한 신호이다. 그런 우울한 때에 만화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올해 독립영화계 최고의 수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연상호 감독의 이다. 은 지난 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
2011.11.03 -
[삼총사] 달타냥의 모험, 황당버전
베를린 찍고, 부산 찍고, 도쿄 찍고..근사한 외관의 ‘영화의 전당’에서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는 명실상부한 국제적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국제영화제가 국제영화제다우려면 일단의 상영되는 영화가 국제적이어야할 것이다. 화려한 외관과 개막식 패션 쇼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영화 그 자체가 경쟁력과 소구력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동안 못 보던 영화, 화제의 영화, 숨은 걸작, 내일을 책임질 감독들의 재기 넘치는 작품들이 골고루 포진되어 영화팬들의 기호와 욕망을 채워줄 수 있어야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 영화팬들은 “왜 국제영화제랍시고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안 오냐?”라고 그런다. (돈이면 다 해결된다. 이전에 홍콩의 모 톱스타를 데려오려고 하니 호텔 최고급 룸은 물론이고 수행인원 몇 십 명에 전용기를 요구하였단다...
2011.10.14 -
[오직 그대만] 미안하다 사죄한다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영화제는 개막작 선정에 고심한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개막식 날의 근사한 세레모니에 초점을 맞추고 개막작품에 대해 과도한 지면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제 관계자들은 아직 개봉도 안한 작품 중에서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낼 작품 선정에 목을 걸기도 한다. 부산영화제의 경우 올해는 영화의 전당이라는 근사한 전용상영관까지 만들어 세계에 첫 선을 보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개막작 선정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송일곤 감독의 이 선정되었다. 송일곤 감독은 오래 전 단편영화로 깐느 그랑프리를 걸머쥔 아트무비 계열의 감독이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속설이 생길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상황이 다를 듯하다. 은 완벽한 멜로드라마로 흥행의 ..
2011.10.07 -
[리얼 스틸] 진짜 철권의 로봇 파이터
한때 복싱은 마라톤과 함께 헝그리 스포츠의 대표종목이었다. 가난한 시절 몸뚱이 하나로 처절하게 두들겨 맞으며 부와 명예를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시청자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펀치 한 방에 날려 보낼 수 있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신의 숨겨진 야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 헝그리 복서 김득구가 미국 라스베가스의 호화로운 호텔 특설 링에서 합법적으로 두들겨 맞다가 결국 유명을 달리한 것도 야만적 스포츠 게임의 결과였다. 이후 복싱은 올림픽 퇴출론이 줄기차게 나올 만큼 위험종목이 되었고 더불어 헤드기어 착용과 함께 너무나 세심한 아마 경기의 룰은 복싱 자체를 싱거운 게임으로 만들어갔다. 대신 희한한 볼거리의 프로레슬링과 듣도 보도 못한 육체의 부대낌..
2011.10.05 -
[재앙의 묵시록] DMZ다큐영화제 개막작 리뷰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에만도 수십 개의 ‘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 매주 새로운 ‘국제’영화제가 어디선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 경기도 파주에서는 제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열렸다. 민통선 너머 접경지역 ‘도라산역’ 역사 내에서 개막식 행사가 열렸다. 다큐멘터리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DMZ영화제는 분명 매니아적인 -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오덕후스런 - 요소가 있다. ‘DMZ’ 특성상 평화와 자유, 항쟁과 저항 등이 키워드로 잡힐만한 영화제이다. 그런데 출품된 작품을 보면 다양한 시각의, 다채로운 작품이 포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만 해도 북한의 생생한 실상을 고발하는 가 있는가하면 제주도 강정마을의 투쟁을 다룬 이 있다. 모두 100편..
2011.09.28 -
[육자객/7인의 협객] 정창화 감독의 당조멸망사
1971년 말 홍콩에서 개봉된 쇼 브러더스 무협영화 (六刺客)은 한국에서는 제목에 ‘플러스 1’하여 으로 개봉되었다. 흔치 않은 영화작명 케이스이다. 이 작품은 한국 정창화가 감독을 맡았다. 정창화 감독은 1950년대부터 충무로에서 활동한 영화인. 우연한 기회에 홍콩 쇼 브러더스의 콜을 받아 홍콩으로 건너가서 10년 정도 홍콩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 바로 그때 홍콩으로 건너가서 만든 작품 중 하나이다. 이미 홍콩에서는 장철이나 이한상, 초원 감독 등이 다양한 색채의 쿵푸/무협/액션물을 만들고 있었기에 한국에서 건너온 영화감독의 색다른 연출력이 기대되었을 것이다. 은 나름 성공했고 정창화 감독은 줄곧 특급대우를 받으며 홍콩에서 작품생활을 하였다.당나라가 망조에 들었을 때...때는 당나라 19대 황제인 소종..
2011.09.22 -
정창화 감독 회고전
정창화 감독의 뜨거운 손맛을 보시라! TV드라마에서, 대중음악에서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변방의 대중문화가 전혀 다른 문화권의 대중에게서 제대로, 그리고 인기리에 수용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문화적 코드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화 중 미국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화는 무엇일까?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 장을 연 ? 미국의 호러/괴수 마니아를 매혹시켰다는 ? 아니면 심형래 감독의 아니면 ? 그런데 놀랍게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우리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다. 무엇일까? 바로 이다. 대중영화로서의 성공보다는 이국적인, 문예영화로서 성공한 것이다. 미국의 박스오피스 전문사이트인 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은 238만 달..
201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