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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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수선] 멜로로 치장한 6·25비극 (배창호 감독,2001년)
이번(2001년) 제 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어떤 작품이 선정될 것인가는 사실 영화팬에게는 관심거리였을 수도 있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장선우 감독의 이 후반작업 지연으로 탈락하면서 배창호 감독의 이 개막작으로 최종 선정되었다.1980년대 충무로에서의 배창호 감독의 활약상과 그의 최근작 으로 보건대 부산영화제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일 리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개막작품 자체가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국제영화제들이 개막작품과 폐막작품을 그 영화제의 위상과 혹은 국제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팬이라며 과 가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었음을 기억하며 관계자들은 그러한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그런데,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
2013.01.03 -
[해피 엔드] 그들은 정말 사랑했는가 (정지우 감독 1999)
일본영화 에서 남자 주인공 야쿠쇼 코지가 아내를 죽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로부터-아니면 자신의 내부의 소리로부터- 아내의 불륜을 전해 들었고, 어느 날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남자는 칼로 아내를 난자한다. 조금 전까지 벌어졌던 불륜의 현장은 피바다가 되어버리고 아내는 죽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유심히 본 사람은 남편이 부정을 저지른 아내를 칼로 무수히 찌를 때에도 아내는 두 눈을 똑바로 치켜뜨고 남편을 쏘아본다. "그래도 당신은 결코 아냐!"라고 말하듯이. 이 영화에서 유부녀 최보라(전도연)와 그의 ‘IMF실직자’ 남편 서민기(최민식)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 한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일상의 잔잔한 스케치 장면에서가 아니라, 딱 한차례 보여준 부부의 의무적 섹스장면이다. 관객은 처..
2013.01.03 -
[외계에서 온 우뢰매] 에스퍼맨 심형래 (김청기 감독 Wuroi-mae From Outer Space, 1986)
우뢰매>를 리뷰한다고? 비디오샵에 가면 한쪽 구석에 엄청 쌓여있는 심형래영화들을 보며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수명이 다해가는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외계에서 온 우뢰매> 1편을 진지하게 쳐다봤다. 단언컨대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웃을 수 없었다. 심형래가 나오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에드 우드'감독을 계속 떠올리게 하는 엉성함과 유치함, 저예산의 작품을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지켜봤다.이 영화의 제작사 서울동화엔터프라이즈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별다른 자료는 없고, 이 영화가 전국관객 '400만' 명을 동원했었다고 나와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우뢰매>자료를 보면 이 영화는 1986년 8월 1일 서울개봉관에서 5,527명이 관람한 것으로 나와 있다. '5천 명과 400만?'..
2013.01.03 -
[야생동물 보호구역] 김기덕 N0.2 (Wild Animals 1997)
(박재환 2001.8.7.)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작품 이 개봉되었을 때 감독 자신은 “대한민국에 김기덕 영화를 좋아하는 팬은 최대한 5만 가량 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동안 그의 영화가 극장에 내걸릴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개봉관에서 그의 영화를 직접 찾는 영화팬의 수치는 이에 훨씬 못 미쳤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김기덕 영화라고 하면 ‘이창동 영화’와 ‘홍상수 영화’와 함께 하나의 브랜드 파워(혹은 네임 밸류)를 가지는 작품으로 취급받는다. 당연히 김기덕 감독은 오래 전에 ‘작가감독’으로 분류되었고 말이다. 그의 두 번째 작품 또한 그러한 김기덕 감독의 이름값을 하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김기덕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나 개별적인 사건을 보면 관객은 쉽게 그 이야기가 적어도 김기..
2013.01.02 -
[실제상황] 김기덕의 실험극 - 지푸라기 인간 (김기덕 감독 2000)
(박재환 2000.5.24.) 김기덕 감독은 메이저 영화사를 등에 업고 을 극장에 개봉시키자마자 또 다른 신작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말이 채 충무로에 다 퍼지기도 전에 그 영화의 촬영을 끝내 버렸고, 이 극장에서 완전히 간판을 내리기도 전에 그 신작을 내걸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빨리 만들어지고, 가장 빨리 극장에 내걸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그 동안의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대해 존재했던 악의적 평가보다는 긍정적 요소를 더 찾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 영화에서는 적어도 감독의 전작에서보다 훨씬 더 유연해진 사고의 한 면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단지 광학적으로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들의 결정체가 화학체인 ..
2013.01.02 -
[박수건달] 깡패의 은밀한 심령생활
뚜렷한 자의식이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어느 날 특별한 계기로 별안간 이중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번개를 맞아 슈퍼맨이 되었거나 교통사고로 그간의 기억을 잃고는 제2의 삶을 살아가는 등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특이하게도 ‘신 내림’이란 돌발변수가 개입하기도 한다. 어느 날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신과 접촉하면서 신의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어시장을 주름잡던 조직폭력배 건달이 그런 신 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어야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진규 감독의 새 영화 은 그 생생한 현장을 보여준다. 조진규 감독은 10년 전에 란 작품으로 조폭영화의 소재를 한 단계 확장시켰던 인물이다. 깡패 박신양, 무당굿을 하다 부산바닷가 어시장을 배경으로 한 폭력/깡패/건달 조직의 ‘넘버 투’..
2012.12.31 -
[터치] 내 영혼의 힐링 무비
한국영화의 힘을 이야기할 때 박찬욱과 김기덕 감독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K팝, 아니 한국가요를 이야기할 때 싸이와 소녀시대만 언급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해에 천만 관객영화가 두 편이나 나오고, 베니스대상수상 영화감독이 투덜거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영화현실이 엉망진창의 혁명적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게 영화팬의 입장에서 보자면 편식이 유달리 심하다는 것. 그리고 그 수요를 알 수 없는 시네필의 분노가 충만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영화나 특별한 영화를 보려면 다리품을 많이 팔아야하고 유달리 부지런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터치’라는 영화만 보아도 말이다. 감독 민병훈을 말한다 영화 를 말하기 전에 민병훈 감독을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이다..
2012.11.18 -
[늑대소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늑대
전설에 따르면 위대한 제국 로마를 세운 영웅 로물루스는 늑대 젖을 먹고 자랐단다. 타잔은 태어나자마자 유인원에게 거두어져 정글에서 자랐다. 정글북의 모글리도 그러하고. 반면 을 보면 무인도에 수십 년을 혼자 산 해적은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언어구조가 뒤죽박죽이 되어있다. 2차 대전 당시 서남아시아의 정글에 낙오된 일본군이 수십 년 만에 극적으로 발견되었을 때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는 뉴스도 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에서 벗어나는 인류사회학적 케이스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캐릭터이다. 최근 그런 흥미로운 주제에 한 가지 예를 더 들 수 있는 동화 같은 영화가 개봉되었다.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이다. 꽃미남 송중기는 이 영화에서 정체불명의 ‘늑대소년’ 철수 역을 맡았다. 야생의 늑대소년이 ..
2012.11.13 -
[자칼이 온다] 재중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베스트셀러 소설 ‘자칼의 날’은 알제리의 독립을 허용한 프랑스의 샤를르 드 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프로페셔널 킬러 자칼과 이를 막으려는 프랑스 경찰들의 활약상을 숨 막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원작소설도 걸작이지만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영화도 걸작 스릴러이다. 그 ‘자칼’이 온단다! 이번엔 여자 킬러이고 제거해야할 대상은 한류 톱스타이다. 여자킬러는 (영화홍보문구에 따르면) ‘레옹에게 사사받고 솔트에게 인정받은’ 전설의 킬러이다. 한류 톱 가수는 돈 많은 재벌 마나님의 은밀한 스폰서를 받는 안하무인 스타이다. 생뚱맞은 구조지만 기획성 영화로는 쏠쏠한 재미가 있을 듯하다. 한류 톱스타로는 진짜 한류 톱스타인 JYJ의 김재중(영웅재중)이 나오고 킬러는 인기 TV예능프로그램 의 히로인 송지효가..
2012.11.10 -
[위험한 관계] 상해지련 (허진호 감독 危險關係 Dangerous Liaisons, 2012)
(박재환, 2012.10.23.)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는 장동건, 장백지, 장쯔이가 주연을 맡은 멜로드라마 위험한 관계>이었다. 이 영화는 지난 달 중국에서 개봉되었고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곧바로 국내에서도 극장개봉 되었다. 출연배우들의 면면만 보아도 이 영화는 2012년 아시아의 대표영화로 손꼽을만하다. 게다가 감독이 허진호라니. 이 영화는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잔잔한 멜로에 재능이 있는 한국 영화감독에, 아시아 시장에 통할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검증받은 콘텐츠를 활용한 작품이다. 18세기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쇼데를르 드 라클로의 원작소설 위험한 관계>는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질투와 배신에 눈이 먼 남자와 여자의 사랑놀이가 기본구조이지만 다양한 변형을 보여..
201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