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13)
-
[실제상황] 김기덕의 실험극 - 지푸라기 인간 (김기덕 감독 2000)
(박재환 2000.5.24.) 김기덕 감독은 메이저 영화사를 등에 업고 을 극장에 개봉시키자마자 또 다른 신작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말이 채 충무로에 다 퍼지기도 전에 그 영화의 촬영을 끝내 버렸고, 이 극장에서 완전히 간판을 내리기도 전에 그 신작을 내걸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빨리 만들어지고, 가장 빨리 극장에 내걸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그 동안의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대해 존재했던 악의적 평가보다는 긍정적 요소를 더 찾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 영화에서는 적어도 감독의 전작에서보다 훨씬 더 유연해진 사고의 한 면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단지 광학적으로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들의 결정체가 화학체인 ..
2013.01.02 -
[박수건달] 깡패의 은밀한 심령생활
뚜렷한 자의식이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어느 날 특별한 계기로 별안간 이중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번개를 맞아 슈퍼맨이 되었거나 교통사고로 그간의 기억을 잃고는 제2의 삶을 살아가는 등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특이하게도 ‘신 내림’이란 돌발변수가 개입하기도 한다. 어느 날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신과 접촉하면서 신의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어시장을 주름잡던 조직폭력배 건달이 그런 신 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어야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진규 감독의 새 영화 은 그 생생한 현장을 보여준다. 조진규 감독은 10년 전에 란 작품으로 조폭영화의 소재를 한 단계 확장시켰던 인물이다. 깡패 박신양, 무당굿을 하다 부산바닷가 어시장을 배경으로 한 폭력/깡패/건달 조직의 ‘넘버 투’..
2012.12.31 -
[터치] 내 영혼의 힐링 무비
한국영화의 힘을 이야기할 때 박찬욱과 김기덕 감독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K팝, 아니 한국가요를 이야기할 때 싸이와 소녀시대만 언급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해에 천만 관객영화가 두 편이나 나오고, 베니스대상수상 영화감독이 투덜거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영화현실이 엉망진창의 혁명적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게 영화팬의 입장에서 보자면 편식이 유달리 심하다는 것. 그리고 그 수요를 알 수 없는 시네필의 분노가 충만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영화나 특별한 영화를 보려면 다리품을 많이 팔아야하고 유달리 부지런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터치’라는 영화만 보아도 말이다. 감독 민병훈을 말한다 영화 를 말하기 전에 민병훈 감독을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이다..
2012.11.18 -
[늑대소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늑대
전설에 따르면 위대한 제국 로마를 세운 영웅 로물루스는 늑대 젖을 먹고 자랐단다. 타잔은 태어나자마자 유인원에게 거두어져 정글에서 자랐다. 정글북의 모글리도 그러하고. 반면 을 보면 무인도에 수십 년을 혼자 산 해적은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언어구조가 뒤죽박죽이 되어있다. 2차 대전 당시 서남아시아의 정글에 낙오된 일본군이 수십 년 만에 극적으로 발견되었을 때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는 뉴스도 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에서 벗어나는 인류사회학적 케이스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캐릭터이다. 최근 그런 흥미로운 주제에 한 가지 예를 더 들 수 있는 동화 같은 영화가 개봉되었다.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이다. 꽃미남 송중기는 이 영화에서 정체불명의 ‘늑대소년’ 철수 역을 맡았다. 야생의 늑대소년이 ..
2012.11.13 -
[자칼이 온다] 재중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베스트셀러 소설 ‘자칼의 날’은 알제리의 독립을 허용한 프랑스의 샤를르 드 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프로페셔널 킬러 자칼과 이를 막으려는 프랑스 경찰들의 활약상을 숨 막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원작소설도 걸작이지만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영화도 걸작 스릴러이다. 그 ‘자칼’이 온단다! 이번엔 여자 킬러이고 제거해야할 대상은 한류 톱스타이다. 여자킬러는 (영화홍보문구에 따르면) ‘레옹에게 사사받고 솔트에게 인정받은’ 전설의 킬러이다. 한류 톱 가수는 돈 많은 재벌 마나님의 은밀한 스폰서를 받는 안하무인 스타이다. 생뚱맞은 구조지만 기획성 영화로는 쏠쏠한 재미가 있을 듯하다. 한류 톱스타로는 진짜 한류 톱스타인 JYJ의 김재중(영웅재중)이 나오고 킬러는 인기 TV예능프로그램 의 히로인 송지효가..
2012.11.10 -
[위험한 관계] 상해지련 (허진호 감독 危險關係 Dangerous Liaisons, 2012)
(박재환, 2012.10.23.)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는 장동건, 장백지, 장쯔이가 주연을 맡은 멜로드라마 위험한 관계>이었다. 이 영화는 지난 달 중국에서 개봉되었고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곧바로 국내에서도 극장개봉 되었다. 출연배우들의 면면만 보아도 이 영화는 2012년 아시아의 대표영화로 손꼽을만하다. 게다가 감독이 허진호라니. 이 영화는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잔잔한 멜로에 재능이 있는 한국 영화감독에, 아시아 시장에 통할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검증받은 콘텐츠를 활용한 작품이다. 18세기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쇼데를르 드 라클로의 원작소설 위험한 관계>는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질투와 배신에 눈이 먼 남자와 여자의 사랑놀이가 기본구조이지만 다양한 변형을 보여..
2012.10.23 -
[조조:황제의 반란] 삼국지, 이야기는 계속된다
누구나 몇 번씩은 읽어봤을 중국 역사소설 (연의)는 실제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한(漢)나라 말기 삼국(위-촉-오)의 정립이 대강 마무리되는 서기 200년 경에서 1,000년이 더 지난 명나라 때 나관중이 쓴 소설이다. 이야기 속 역사인물은 이미 흙과 먼지가 되었고 정권(왕조)도 몇 차례 바뀌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들 속에는 삼국지 인물에 대한 대강의 품평이 끝났다. 유비는 충절을 지키고, 관우는 용감하며, 조조는 간교한 자라는 그런 인식. 그리고 또 7~800년이 지나면서 그런 인식은 동아시아계 식자층에 완전히 고착화되었다. 당사자에게는 해명을 들을 기회도 없이 말이다. 그러다가 최근 중국에 대작영화 붐이 일고, 삼국지 열풍이 불면서 ‘조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하나둘씩 시도되었다. 조조는 그렇..
2012.10.22 -
[여친남친] 여자친구 남자친구 대만청춘
대만의 역사나 사회분위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만영화를 보면 오해하기 쉽거나 단편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한동안 대만영화의 대표작품은 후효현 감독의 이었다. 그런데 는 대만의 불행하고도 비극적인 현대사를 다뤘음에도 대부분의 한국 영화팬들은 이 영화를 ‘매혹적인 양조위의 눈빛연기’ 정도로 받아들인다. 어쩔 수 없다. 낯선 나라의 낯선 이야기는 본래의 색깔은 퇴색하는 선글라스 쓴 감상일 소지가 깊으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대만영화가 소개되고 있는데 대부분 대만의 역사를 가슴에 품은 멜로드라마이다. 이번 17회(2012) 부산영화제에서도 그런 대만영화 작품이 하나 소개된다. 이라는 제목의 2012년도 신작이다. 중국어 원제는 이다. 조금 뉘앙스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냥 친구니? 아니면 ..
2012.10.09 -
[남영동 1985] 김근태에게 바치는 때늦은 헌사 (정지영 감독 Namyeong-dong1985, 2012)
김근태라는 인물이 있다. 2011년 12월 30일 유명을 달리한 정치가이다.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셨다. 26년 전 당한 모진 고문의 후유증이다. 우리는 그렇게 기억한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과 정치개혁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민주투사이며 재야인사의 영적 지도자였다고. 그가 26년 전 당한 고문을 생생하게 재연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바로 정지영 감독의 이다. 정지영 감독은 작년 로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을 통렬하게 비판한 의식 있는 감독 아닌가. 그가 가슴에 칼을 품고 만든 작품 는 관객에게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다. 김근태를 몰랐던 사람들, 1980년대의 한국을 몰랐던 젊은이에게 이 영화를 꼭 권한다. 김근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하다 극중에서 김근태는 김종태라는 인물로 나온다. 김종태..
2012.10.06 -
‘콜드 워’ 홍콩은 어떻게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가 되었는가
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품으로 홍콩 신예감독 류젠칭(陸劍青,륙검청)과 량러민(梁樂民,양악민)의 가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이달 18일 홍콩에서 개봉될 예정인 정말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부산영화제에서 홍콩영화를 개막작품으로 선정한 것은 왕가위의 이후 8년만이다. 왕가위만큼이나 유명세도 없고, 한물 간 홍콩 범죄물을 개막작으로 선뜻 선정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류젠칭 감독은 오랫동안 조감독 생활을 했다. 놀랍게도 1999년 주성치의 의 조감독으로 이름이 올라있다니! 량러민은 두기봉 감독의 등에서 미술감독으로 일했단다. 아, 이를 어쩔 것인가.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뭘 믿고 이런 백그라운드의 중고신인감독의 개봉도 안한 홍콩작품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했을까. 곽부성과 양가휘라는 네임벨류를 믿..
201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