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동성 광주(광저우)에서 재미있는 '언어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 정협(政協,정치협상회의)의 부주임 기가광(紀可光)이란 사람이 최근 광저우 시장에게 이런 시정 질문을 했다고 한다. 광쩌우지역 TV방송 종합채널이나 뉴스채널에서 보통화를 기본언어로 할 수 있는가. 아니면 주요시간(프라임 타임)대만이라도 보통화를 기본언어로 할 수 있는가..라는 서면질의를 했다고. 이 때문에 광저우 지역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고 중국언론이 전하고 있다.
광동성은 중국 남부에 잇는 꽤 큰 성(省)이다. 인구는 9,500만 명. 홍콩 바로 옆에 있는 성이고, 등소평이 개혁개방을 추구할때 제일 먼저 자본주의의 길로 뛰어든 동네라서 중국 그 어느 지역보다 경제상황이 좋다. (GDP로 중국 1위이다.) 바로 옆동네에서 송출되는 홍콩TV시청도 편하고 말이다. 당연히 TV시절 이전부터 원래 이 동네에서는 자기들 말을 써왔다. 이른바 광동어, 혹은 월어(粤語)라고 한다. '월'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지역이 예전에는 월(粤)나라가 잇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자성어에 남아있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그 '월'나라이다.(越=粤). 홍콩지역도 예전부터 바로 이 '월어'를 사용했다. 월나라 말이 월어이고, 그게 바로 광동어이고, 그게 바로 홍콩말이다.
잠깐 불과 몇년 전만 돌아봐도 홍콩영화 매니아에게는 이런 이상한 풍조가 있었다. "중국어(보통화)로 더빙된 영화는 보는 맛이 제대로 안난다!"는 것이다. 주윤발과 장국영, 유덕화가 출연한 영화는 반드시 홍콩말(광동어) 더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북경출신인 여명과 이연걸이 출연하는 영화도 당연히 광동어 더빙이어야한다는 것이다. 주로 '주성치'의 아주 오묘한 광동어 버전에 매료된 팬들 영향이리라. (요즘은 광동어 타령하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광동어는 할줄 아는 사람도 드물고, 광동지역 벗어나면 알아듣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유독 유난떨기 좋아하는 한국의 홍콩영화팬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광동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홍콩노래의 리드미컬한 음악적 매력때문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시안 게임을 코앞에 두고, 광동지역에서 광동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이 지역 TV에서 광범위하게 광동어가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동안 광동어로 떠들어대는 홍콩TV의 영향으로, 그리고당연히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광동어가 당연히 기본언어로 쓰이는 곳이다보니.. 이 지역 사람들은 이중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이 지역에서는 "TV방송에서 보통화를 사용해야 하는냐는 주장"에 대한 인터넷 여론조사가 있었다. 보통화 찬성이 20%, 광동어 사용이 80%로 나타난만큼 광동어가 월등하게 주류이다.
그런데, 아시안게임도 곧 열릴 것이고, 국가적인 통합을 생각해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금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 우리나라에는 서울(표준말)이나, 경상도 사투리나, 강원도 사투리나 큰(?) 차이는 없다. 언어소통에 극단적인 지장이 있을만큼 큰 차이가 없다. 제주도 말이라면 조금 달라도 말이다. 그런데 중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다보니 지역사투리(방언)는 거의 외국어만큼 큰 차이가 있다. 상하이에는 상하이말이, 광동지역에는 광동어가, 대만에는 대만말(운남어)가,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억양세고, 독특한 사투리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2천 년 전에 진시황이 문자는 통일시켰지만 언어는 통일시킬래야 통일시킬 수가 없었다. 모택동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
그래서 공무원이나 방송에선느 표준말(보통화) 지침이 통하는데, 광동 사람들이 잘 살고, 자의식이 강해지면서 점차 자기들 말에 프라이버시를 갖게된 것이다.
** 이건 대만도 마찬가지이다. 대만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대만말 쓴다. 상해 사람도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보통화도 잘 쓴다. 두 개를 다 유창하게 구사한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사용해 왔으니.. 굳이.. 예를 들자면. 일제시대 때 학교에서는 일어사용하고 집에서는 조선말 했듯이.... ***
기가광씨 말로는 광동지역의 방송언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광쩌우에는 9개 채널이 있는데 대부분 월어(광동어)로 방송되고 있다고. 그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화 보급에 일로매진하던 중국이지만, 지난 1988년 정책을 바꾼 것이 화근이었다. 홍콩TV방송에 대항하기 위해 이 지역 방송에서 광동어 사용을 허가하였기 때문에 이 지역 TV는 막강한 경제성장과 함께 광동어가 위세를 떨치게 된 것이다.
기가광씨는 광저우 사람이 광저우 말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제화/광역화 되면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지역 성(省)에서 위성을 이용한 전국방송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말이 광동위성방송이지 전 중국에서 시청이 다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광동위성채널을 모두 광동어로 해버리면 전 중국의 나머지 사람은 그 방송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외지에 나가 있는 광동성 사람 보라는 고향 채널도 아니고 말이다. (광동성 주민은 1억 명에 가깝다!!!)
이 점이 딜레마인 것이다.
지난 주말 광저우의 공원에서는 재밌는 네티즌 번개모임이 있었다. 광동어논란이 보도되자, 광동어를 지키기 위해 모여라는 네티즌 번개모임이 열린 것이다. 금새 100여 명이 모여, 다 함께 '광동어 노래'를 부르며 동질감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광동어가 보통화(표준화)와 많은 차이가 있냐고요? 이 동영상 보세요. 단 한 마디로 알아들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또다른 인터넷 여론조사를 보면... 중국 '왕이'라는 포털에서 인터넷 여론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는 이렇다. (여기)
질문은 "광저우TV서 광동어사용을 취소한다는 것에 대한 의견은?"
1. 절대 반대다. 광동어를 지켜야한다. (54%)
2. 보통화보급이 필수적이다. (27%)
3. 보통화와 광동어 함께 쓸 수 있다. (17%)
이날 번개모임을 가진 학생이 들고 있는 표어는
广府话起锚,煲冬瓜收皮 (廣府話起錨,煲冬瓜收皮)
아마도 "광동어 이용하고 표준말 집어쳐라" 정도의 뜻인듯. '煲冬瓜'는 광동어로 '普通話'와 발음이 같아서 저렇게 처리한 모양이라네.
자기 지역 좋아하는 자기 지역말 지킨다는 것이 화제가 된 것이다.
참, 넓고도 별일이 다 있는 나라이다. (박재환 20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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