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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리뷰

[디렉터스 컷] 영화는 감독의 것 (박준범 감독 Director's CUT, 2014)

by 내이름은★박재환 2017.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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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매주 토요일 심야에 방송되는 <KBS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평소 만나보기 힘든 독립영화, 단편영화, 아트영화, 다양성영화 등 그런 종류, 혹은 장르, 성향의 영화가 방송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충무로 주류영화에 조금 지쳤다면 ‘독립영화관’을 챙겨보시는 것이 절대 나쁜 일은 아니다. 특히 오늘(2016.7.9) 방송되는 ‘디렉터스 컷’ 같은 경우는 정말 만나보기 어려운 영화이니 말이다.

9일(토) 밤에 방송되는 <독립영화관>은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영화감독 박준범 감독의 2014년도 작품 ‘디렉터스 컷’이다. 영화는 영화를 찍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도 지역(부산)에서 독립영화를 찍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배 고프고, 힘들 것이라는 예감이 바로 든다. 스태프와의 현장에서의 갈등, 제작피디와의 예술적 갈등 등이 펼쳐질 것이다. 그 필사의 촬영 속에서 ‘불타는 예술혼’과 ‘빛나는 영화미학’을 만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런 영화는 꼼꼼히 챙겨봐야 그 마지막 감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십여 년 동안 꿋꿋이 버티며 아홉 편의 독립단편영화를 만들어 온 유해강은 이제 첫 번째 장편영화를 찍고 있다. 하지만 영화 찍기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감독의 불타는 예술혼을 동료 스태프들이 쉽게 따르지 않는다. 늘 버팀목이 되어준 여자 친구도, 힘든 여건 속에서도 X같은 감독 디렉션을 묵묵히 참아주던 스태프들도 하나둘 감독 곁을 떠난다. 찍고자 하는 불타는 열정에 비해 감독의 권위와 통솔력, 그것도 아니면 소통의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촬영 후반부에 가서는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해야 한다. 아니 자본 앞에 무릎 꿇어야한다. 프로덕션 대표(제작자)의 입김에 시나리오도, 편집권도 빼앗길 신세가 된다. 유해강 감독, 자신의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세계적인 영화감독, 한국의 거장 감독은 두 가지 타입의 전설을 남긴다. 두 번 다시 상종 못한 천하의 독재자거나 신사 그 자체라는 것이다. 어떤 스타일의 감독이든 같은 장면을 수십 번 찍고 찍고 또 찍는다. 그러고는 한다는 말이 “첫 번째 것이 제일 낫군”이란다. 어떤 감독은 단 한 번에 “오케이”하고 다름 촬영장으로 달려간다.

 

이 영화의 유해강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현장을 장악한다. “이 장면에선 커다란 비누가 꼭 있어야 한다.” “수건이 화면 끝에 꼭 걸려야 한다.” 등. 디테일에 엄청 신경 쓴다. 열악한 촬영 현장을 버티던 스태프들이 구시렁대자 “이 장면은 일상성이 중요해!”라고 말한다.

 

바람 부는 갈대밭에서 결국 오디오맨이 폭발한다. 수십 번 같은 장면을 찍는 ‘감독의 미학’을 이해 못한 것이다. “지가 무슨 큐브릭인줄 아나?”라며 참았던 성질을 폭발시킨다. ‘화면구도의 일상성을 소중히 여기는 부산의 큐브릭 감독’은 펀딩을 위해, 작품의 완성을 위해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한다. 시나리오도 ‘약간’ 손보고, PD도 바꾸고, 편집권도 넘겨야한단다. 감독은 소리친다. “거세당하는 심정”이라고.

 

박준범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독립영화감독의 예술적 욕망과 그에 따른 딜레마를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는 완벽하게 그 문제를 담아낸다. 그 감독(작품 속 유해강 감독과 이 작품의 박준범 감독)의 역량이 뛰어나든 모자라든, 작품 속에는 필사의 감독정신이 녹아있다.

 

이 영화 만든 박준범 감독과 출연배우(박정표, 한송희, 김하영, 장기훈)들은 모두 부산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다. TV드라마 <미생>에서 성 대리로 나오면서 얼굴이 알려진 태인호도 이 영화에 잠깐 등장한다. 10번째 영화를 찍는 유해강 감독의 심리를 결정적으로 위축시키는 ‘첫 번째 데뷔작으로 각광받는’ 영화감독 역이다. 태인호도 부산에서 독립영화배우로 오랫동안 활동했었다.

 

아마도, 영화를 업으로 삼는 사람, 그중에서도 지역에서 작품에 매달리는 영화인들, 현장의 스태프들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심리적 리얼리티에 십분 공감할 것이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화려한 불꽃놀이 뒤에, 이런 필사의 영화인들이 숨 쉬는 곳이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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