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16년 11월) 5일(토) 밤 12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이하 감독의 2010년 작품 <집 나온 남자들>이 방송된다. 이하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단편 <1호선>(2003)으로 주목 받은 뒤 충무로에 진출, 문소리, 지진희 주연의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06)을 만들었다. 그 실패(!)를 거울삼아 만든 작품이 바로 <집 나온 남자들>이다. 지진희와 함께 양익준, 이문식이 필사의 추적극을 펼친다.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음악평론가 지진희는 노래를 소개하다말고 폭탄 멘트를 던진다. 나름 멋있어 보이려고. “아내와 이혼하겠습니다.”고. 뜬금없고 맥락 없는 발언. 그리고는 친한 동생 양익준과 함께 무작정 강릉으로 여행을 떠난다. 뒤늦게 아내가 걱정이 되어 전화도 해보지만 연락이 안된다. 집에 와서 보니 아내는 사라졌고, 편지가 한통 와 있다. 라디오를 통해 생방송으로 이혼을 공개선언하기 전에, 아내가 선수를 친 것. 이때부터, 지진희는 친한 동생이자 친구인 양익준과 함께 고물 자동차를 타고 아내의 행방을 뒤쫓는다. 반은 로드무비, 반은 코미디, 그리고 간간이 감동 코드를 욱여넣는다.
<집 나온 남자들>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지진희는 반듯하고 도회적인, 범생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영화내내 ‘ㅅㅂㅅㅂ’ 입에 욕을 달고 다닌다. 그리고, 양익준과 함께 무슨 ‘덤 앤 더머’ 찍듯이 유치한 콤비 플레이를 한다. 영화는 아내의 옛날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통해 아내의 과거를 쫓아간다. 그러면서 전혀 몰랐던 아내의 과거지사를 알게 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존재조차 몰랐던 아내의 오빠(이문식)가 등장하고, 그가 ‘제비족’이라니. 두 남자, 아니 세 남자는 동행이 된다.
<똥파리>에서 너무 강인한 인상을 남긴 양익준은 이 영화에서 실감나는 ‘동네 동생’ 역할을 해낸다. 이유 없이 지진희에게 구박당하며, 까딱없이 맞으면서 말이다. 이문식의 생활형 날건달-제비 역할은 영화 후반부의 재미를 더해준다. 김여진은 점쟁이 기질의 술집 마담으로, 옥지영은 “승리의 그날”을 부르짖는 피라미드 업체 매니저로 나와 최고로 웃기는 연기를 펼친다.
조금 모자란 아재들의 일탈극, 혹은 대책 없는 아내찾기 이야기는 막판에 가서야 그 전모를 밝힌다. 지진희의 아내 영심이 역은 김규리(김민선)가 우정 출연한다. 유승목도 형사 역할로 잠깐 등장한다.
만약에 웃으면서 끝까지 이 영화를 보았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본다. 아내는 왜 집을 나갔고, 남편은 아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왜 결혼했을까. 그리고 이혼을 왜 선포한 것일까. 결론은 소통의 부재이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감독과 관객의! (박재환)
글 :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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