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자의 밤] 휴거와 천년왕국 (김성무 감독 The Night of the Prophet, 2014)

2017. 8. 18. 23:29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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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8일(토) 밤 12시 10분,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2014년 만들어진 김성무 감독의 <선지자의 밤>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종교영화, 혹은 사회고발영화가 방송된다.

<선지자의 밤>은 해마다, 주기적으로 사회문제가 되는, TV고발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방송된 ‘일부 광신교들의 종말론인 휴거’에 대해서 다룬다. 주님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고, 회개하고,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만을 천년왕국으로 이끌어주실 것이라는 신심의 이야기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자들의 절박한 심정, 그 여린 마음의 사람들에게는 그 어떠한 설득이나 여유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케이스를 통해 익히 보아왔다. 영화 <선지자의 밤>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민여주(이미소)는 “다시 일어서는” 희망의 전화 상담원이다.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잡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의 말씀을 전한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남자에게 납치당한다. 그 남자는 세상의 종말이 곧 올 것이며 여주만이 자신을 구원해줄 유일한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면서, 여주와 이 남자의 20년 전 이야기와 함께, ‘휴거와 사채, 살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민여주는 ‘고통 받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착한 상담원’이 아니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의 명단을 사채업자에게 넘겨 보험사기에 내몰리게 한다. 그런데 그 여주의 과거는 ‘휴거소동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였었다. 20년 전에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허허벌판의 작은 기도원에서 목사의 어린양이 되어 종말론의 신자들에게 손을 내민다. “이 손 따듯하죠. 제 손이 아니에요. 주님이 대신 만져주는 거예요. 주님은 모든 걸 지켜보셨어요. 천년왕국에서 만날 거예요.”라고. A.J 크로닌의 소설 <천국의 열쇠>에서 어린 소녀가 ’성모 마리아‘를 봤다는 깜찍한 거짓말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장면이 잠깐 떠오른다.

 

이 작품에서는 ‘1992년 10월 28일’의 휴거와 ‘2013년 11월 30일’의 휴거가 등장한다. 물론, 그날 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들은 집단최면에라도 걸린 듯, 자아도취에 빠져 열심히 기도하고, 열정적으로 찬양한다. 모두들 열심히 기도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주적 시차문제로 그날이 조금 딜레이된 것일까. 사이비목사와 엉터리예언자들은 오늘도 열심히 ‘주님의 목소리’를 전할지 모른다.

 

주인공 민여주 역은 이미소가 맡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은 아역 여주를 맡은 신수연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안재홍이 사채업자 똘마니로 정말 잠깐 얼굴을 내비친다. 감독은 여주인공의 이름을 ‘여주’로 삼은 것은 아마도 ‘여자주님’을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알고 보면 심각한 죄를 저지르는 인물이지만) 세상의 고통 받는 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상담원이라는 직업도 독특하지만, 과거는 더 충격적이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은 자, 살아있는 자가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이리라.

 

종말론의 잘못된 믿음과 사채의 만남, 그 잘못된 만남의 비극을 보여주는 영화가 <선지자의 밤>이다. <KBS독립영화관> 작품치고는 너무 묵직하고, 너무 우울하고, 너무 피가 많다. 물론, 적절히 조정되겠지만 말이다. 보고나서 많은 생각이 들 영화이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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