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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무비27

[로마의 휴일] 러블리 오드리 (윌리엄 와일러 감독 Roman Holiday,1953)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꽁꽁 묶여 있는 동안 영화계는 그야말로 고난의 겨울나기를 이어가고 있다. 관객의 발길이 뚝 끊긴 극장가에서는 신작이 사라졌고 업계는 각종 기획전으로 애처롭게 영화팬을 불러 모은다. 최근 극장가에는 ‘오드리 헵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반세기 전, 전 세계 영화팬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대형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오드리 헵번(1929~1993)이 출연한 작품 중 (Roman Holiday,1953), ‘사브리나’, ‘화니 페이스’, ‘티파니에서 아침을’, ’샤레이드’, ‘마이 페어 레이디’ 등 대표작 6편이 상영되고 있다. 물론, 이들 작품은 TV에서도 수십 차례 방송되었고, OTT서비스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2020. 5. 14.
[바보들의 행진] 하길종 감독의 꿈, 죽은 자의 꿈 (하길종 감독 The March Of Fools, 1975) 한국영화 역사 100년을 맞아 KBS가 마련한 의 네 번째 작품은 하길종 감독의 눈물과 한이 서려있는 1975년 작품 이다. 이 작품은 당시 대표적 청년작가였던 최인호가 신문에 가볍게 연재했던 청춘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절, 캠퍼스의 청춘이 맞닥쳤던 이야기가 해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절망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입대를 앞둔 병태(윤문섭)과 영철(하재영)의 신검장면부터 시작된다. 병태는 합격, 영철은 불합격 받는 모습과 함께 그들의 캠퍼스생활이 시작된다. 배경은 신촌 Y대학이다. 당시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은 이렇다. 학과대표가 “이웃 여대랑 단체미팅 잡았다”부터 시작하여, 당구장, 학사주점, 과 대항 축구, 과 대항 술마시기 등등으로 일면 낭만적인 캠퍼스 라이프, 따분한 .. 2019. 11. 1.
[오발탄] (유현목 감독, 1961)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지난 주 김기영 감독의 방송에 이어 오늘 밤 두 번째 시간으로 유현목 감독의 을 방송한다. 영화와 함께 백승주 아나운서와 영화잡지 의 주성철 편집장이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은 소설가 이범선이 1959년 발표한 단편소설 을 유현목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당대 충무로 최고의 스타였던 김진규, 최무룡과 함께 서애자, 김혜정, 노재신, 문정숙, 윤일봉 등이 출연한다. 계리사 사무소 서기인 철호(김진규)는 전쟁통에 미쳐 끊임없이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노재신),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와 어린 딸,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서애자), 실업자인 퇴역군인 동생 영호(최무룡).. 2019. 10. 30.
[휴일] 그 때, 신성일은 왜 그랬을까 (이만희 감독, 1968)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김기영 감독), (유현목 감독)에 이어 지난 18일 늦은 밤 이만희 감독의 이 영화팬을 찾았다. 은 한국영화사, 특히 검열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1931년 생 이만희 감독은 1961년 으로 영화감독에 데뷔를 한 후, (63) 등 흥행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65)는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러야했다. 검열을 통과해서 상영허가를 받았지만 검찰이 당시 반공법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검찰의 영장청구 논지는 ‘감상적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국군의 묘사가 허약하며’, ‘북괴병사를 찬양’하고, ‘양공주 참상을 과장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만희 감.. 2019. 10. 29.
[하녀] 외도의 끝, 파국 (김기영 감독 The Housemaid 1960) 1919년 10월 27일, 일제강점기 서울 시내에 위치한 극장 단성사에서는 연극이 아닌 특별한 볼거리가 시전되었다. 연쇄극이라 불리던 ‘필름’ 상영이었다. 35mm 흑백무성필름 1권 정도의 길이였다고 하니 10분도 채 안 되는 영화였다. (필름이, 실물이 남아있지 않으니 정확한 런닝타임은 알 수가 없다) 바로, 이 날이 우리나라 국산영화 탄생의 기점이다. 올해로 100년! 한국영화 100년에 맞춰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KBS도 특별히 을 편성하여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12편을 방송한다. 지난 10월 4일, 그 첫 번째 주자로 김기영 감독의 가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가장 기이한 인물로 손꼽히는 김기영 감독의 필름은 반백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전해졌다. 영상자료원.. 2019. 10. 15.
[타임 머신] 백 투 더 퓨쳐 (죠지 팔 감독 The Time Machine 1960) (박재환 2002/11/21) 많고 많은 케이블/위성 TV채널 중에 가장 인기 있는 채널은 단연 만화채널 '투니버스'라고 한다. 투니버스는 케이블TV에서도, 위성채널인 스카이라이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올 연말 계약 갱신을 앞두고 투니버스 채널이 스카이라이프에서 철수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기콘텐츠인 투니버스의 행보에 스카이라이프 측에선 당황스러울 듯. 영화채널 중에 'TCM채널'은 오히려 스카이라이프에만 있고 케이블TV에는 없는 경우이다. 이 채널은 제인 폰더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진 CNN사장 테드 터너가 만든 클래식영화 전문 채널이다. '테드 클래식 무비!' 이 채널은 스카이라이프를 이용하는 영화팬에겐 굉장히 반가운 채널이다. 우리가 보기 힘든, EBS-TV에서 어쩌다 한번쯤 방영하는 1930.. 2019. 9. 17.
[워킹 데드] 보리스 칼로프의 복수 (마이클 커티즈 감독 Walking Dead 1936) (박재환 2002.10.21.) 마이클 커티즈 감독이라면 의 명감독 아닌가? 이 사람은 한 세대 전인 1912년부터 흑백무성영화를 만들어왔다. 그가 만든 영화 중에 (36년)라는 흑백영화가 있다. 지난 주 스카이라이프 TCM채널에서 이 영화를 방영했다. 'Walking Dead'가 유명한 이유는 마이클 커티즈 감독 작품 때문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이 보리스 칼로프(보리스 카를포프 Boris Karloff)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보리스 칼오프(보리스 칼로프)는 , 같은 컬트 급 호러물의 주인공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인이다. '워킹 데드'에서 칼오프는 예의 무표정한 얼굴 연기로 무시무시한 운명의 주인공 역할을 해낸다. 영화가 시작되면 긴장감이 흐르는 재판정을 보여준다. '로져 쇼' 판사는 협박을 무릅쓰고.. 2019. 9. 6.
[퍼블릭 에너미] 미국 금주법 시대, 공공의 적 (윌리엄 A.웰먼 감독 Public Enemy 1931) (박재환 2002-4-9) 얼마 전, 집에 스카이라이프를 설치했다. 케이블TV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엄청나 차이가 있었다. 화질로 따지자면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로 영화보다가 DVD보는 것처럼 엄청난 화질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소프트웨어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그 많은 채널을 채워 넣을 컨텐츠에 대한 우려 말이다. 아마, 스카이라이프를 처음 설치하면 한달 간 무료로 이 채널 저 채널 다 볼 수 있길래 심야 성인영화에 관심을 가질만도 할 것이다. 이미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을 만큼 성인채널은 도를 넘어서는 지나친 영화를 밤마다 내보고 있다. 그런데, 내가 스카이라이프를 달고 가장 만족스러워한 것은 뜻밖의 영화채널 CS-TCM와 MGM 두 채널이었다. MGM은 미국의 MG.. 2019. 9. 5.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정치초년병, 혁명을 일으키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 Mr. Smith Goes to Washington 1939) (박재환 1999.3.29.) ** 이 리뷰는 1999년 3월 29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헐~ 그 때는 이런 글도 썼네요. --; 국민을 위한다는 게 뭔지 생각해 볼 겸 다시 올립니다. ** 그래 야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상을 뒤바꿔 보려는 포부를 가질 만 하다. 그것은 ‘권력’과 ‘부패’로 상징되는 정치와, ‘부’와 ‘탐욕’으로 남는 재벌회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내가 직접 국회에 진출해 보았다. "국회에 가면 말야. 내가 말야. 스크린쿼터제도 손도 보고, 한국영화진흥법안도 만들고, 검열제도나 극장법 등도 고치고. 연예인들 비디오 팔아먹는 놈들 잡히면 궁형에 처하고.. 어쩌구저쩌구 "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렇지 않다. "저... 선배의원님. 회의 같은 거 안 해요? 여기선?" "어이 박 의원. .. 2019. 9. 4.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화려한 날은 가고... (엘리아 카잔 감독 A Streetcar Named Desire 1951) (박재환 2003.2.28.) 내가 처음 본 연극은 대학 연극반이 공연했던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의 이었다. 1945년 불황의 그늘이 두텁게 드리워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싸구려아파트를 배경으로, 이루지 못하는 꿈을 안고 가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잔인하게 그려내었던 작품이다. 현대 미국문학, 그 중에서 특히 희곡에 있어 찬란한 업적을 남긴 테네시 윌리엄스는 작품 발표와 동시에 영화 쪽에서도 각광을 받았다. 그의 작품 중 와 는 영화로도 격찬을 받았다. 그럼, 에 대해. 는 1947년에 처음 무대에서 공연되었고 곧바로 엘리아 카잔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연약한 남부여인 블랑쉬 역으로는 의 히로인 비비안 리가 맡았고, 마초 성격의 폴란드계 남자 스탠리 코왈스키 역은 말론 브란도가 맡았다. 에.. 2019. 9. 4.
[가스등] 클래식 미스터리, 잉그리드 버그먼의 운명 (죠지 쿠커 감독 Gaslight 1944) (박재환 2002.2.25.) 미국 영화 팬이 만든 영화사이트 중에 ‘무비 푸퍼’라는 사이트가 있다. "내가 범인을 알려줄게"라는 캐치플레어 아래 영화감상의 공적이라 할 '범인 까발리기', '결론 미리 알려주기'를 자행하고 있는 페이지이다. 예를 들자면 를 이렇게 설명한다. "Malcolm Crowe (Bruce Willis) is dead." 이 사람이 이런 페이지를 개설한 이유에 대해서는 마지막 깜짝 쇼를 보기위해 8달러라는 입장료를 지불하는 영화팬이 불쌍해서라고 한다. 물론, 이 페이지를 개설한 또 다른 이유는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의 가물거리는 결론을 다시 환기 시켜주기 위해서라고. 오늘 흥미로운 옛날 영화를 한 편 다시 보았는데 바로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이다. ‘무비푸퍼’에는 다행히 의 비밀.. 2019. 9. 4.
[운명의 손] 한국영화사상 최초 남녀주인공 키스장면 등장 (한형모 감독, 1954) (‘운명의 손’ 리뷰 앞부분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2002)와 관련된 한국 영화심의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삭제합니다) ..... 이런 영화판의 소란을 뒤로하고 아주 재미있는 우리영화 한 편을 보았다. 1954년 세밑에 개봉된 흑백영화 이란 작품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수선하던 시절에 개봉된 이 아직도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남녀 주인공의 키스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란다. 당시, 성인 남녀주인공의 2초짜리 키스 씬은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국산영화 애정 신의 코페르니쿠스 적인 전환이었다. 당시만 해도 '남녀7세 부동석'이니 '부부유별'이니 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 2019. 8. 23.
[사보타지] 히치콕 감독 초기 걸작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Sabotage 1936) (박재환 2001-9-3)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21년 만에 재편집하여 내놓은 이 최근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서 모든 영화평론가들이 앞 다투어 격찬을 해대고 있지만, 내가 정작 보고 싶어하는, '영문학자가 쓴' 리뷰는 아직 볼 수가 없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 는 조셉 콘라드(Joseph Conrad 1857-1924)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학교 다닐 때 영문학과의 한 원서강독 시간을 청강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조셉 콘라드는 1857년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세익스피어 작품을 번역하고 애국적인 작품을 남긴 시인이었지만 반역을 꾀했다는 혐의로 폴란드를 떠나 러시아 북부로 피신했다. 그 후 어린 조셉 콘라드는 유럽 각국을 전전했고, 선.. 2019. 8. 18.
[이브의 모든 것] 코지 판 투테 조셉 L. 멘키에비츠 감독 All About Eve,1950) (박재환 2002-7-19) 이라고? 영화평론가 정영일씨(키노의 정성일 말고…)가 살아있었다면 분명 “이 영화 절대 놓치지 마세요.”라고 입에 침을 튀겨가며 극찬했을 것 같다. 간단한 영화퀴즈! 아카데미 최다수상작은? 과 가 11개를 받아냈다. 그럼 최다’후보’작품은? 과 오늘 소개할 이 14개로 수위에 올랐다. 은 여우주연 두 명, 여우조연 두 명이 나란히 후보에 올랐다. 그러니 11개 부문 14개의 후보인 셈이다. 노미네이트 14개에 결국 작품, 감독, 각본, 남우주연, 사운드,의상상 등 6개를 차지했다. 은 메이 오(Mary Orr)의 단편소설-라디오드라마 각본을 원작으로 조셉 L.멘키에비치가 시나리오로 옮겼다. 원작의 원제목은 (The Wisdom of Eve)였다. 내용은 ‘이브’라는 이름을 가.. 2019. 8. 17.
[프릭스] 로키호러괴물쇼 (토드 브라우닌 감독 Freaks,1932) (박재환 2002-2-7) 최근 본 이창동 감독의 에 등장하는 문소리의 연기는 사랑스럽다. 문소리가 연기하는 공주는 중증 지체장애인이다. 현실에서든, TV에서든, 영화에서든 이런 사람이 등장하면 관객은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존재’라고 교육받지만 말이다. 이런 신체의 거동이 불편한 자를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가? 에서? ? 일찍이 이러한 존재는 서커스단의 구경거리였다. 카프카의 단편소설 중에 인가 하는 작품이 있다. 아마도 의 시대와 비슷할 것이다. 당시 개화한 문명인들은 증기기관차에만 흥미를 느낀 것이 아니라 자신들과 신체구조가 다른 이런 인간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훌륭한 복지제도, 종교적 관용. 이런 것이 갖추어지지 않았던 이 시절에는 이런 ‘존재’는.. 2019. 8. 9.
[위대한 환상] 전시에 꿈꾸는 평화 (장 르누아르 감독 The Grand Illusion, 1937) (박재환 2001-8-28) 1937년에 만들어진 장 르노와르 감독의 흑백 프랑스 영화 은 과 함께 영화 100년사에 남을 걸작영화로 손꼽힌다.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감독은 전쟁 장면을 단 한 차례로 넣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쟁영화에서는 으례 있기 마련인 피아의 구분, 적과 아의 이분법적 분류, 사악한 인간과 정의로운 인간과의 단선적인 대결 구도 등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전쟁은 인간의 광기가 빚어낸 참상일 뿐이며 전쟁의 포화 너머에는 기본적으로 고귀한 인간정신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르노와르 감독은 에서와 마찬가지로 한층 복잡한 인간군상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것은 신분제도에 발생하는 계급투쟁과 종교와 종족 차이가 빚어내는 족군투쟁을 의미한다. ▷우아한 전쟁포로.. 2019. 8. 4.
[안달루시아의 개] 개도 없다, 인식도 없다 (루이스 브뉘엘 감독 Un chien andalou,1929) (박재환 1998) 어제(2003/7/19) EBS-TV에서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을 방송했는데 생각나서 다시 올립니다. 이 영화를 몇 번씩이나 돌려 보았다. 17분짜리 짧은 필름이지만, 왜 그리 어려운지. 사실 어려운 것은 전혀 아니다. 원래 내용도 없고, 의미도 없고, 목적도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니, 목적이 있다면 스페인 출신의 두 천재작가- 감독 Luis Bunuel과 화가 Salvador Dali가 기존 영화의 틀을 깨는 괴상망측한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데 성공한 셈이다. 이 영화는 이 괴짜들의 뜻대로 1928년 파리 개봉당시 돌팔매 맞은 것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알 수 없는 영화의 전형으로 손꼽혀왔다. 봐도 봐도 모르긴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슈아레알리즘”이란 것이다. 황당하.. 2019. 8. 3.
[레베카] 히치콕의 걸작을 극장에서 만나다 (Rebecca,1940) (박재환 2018.09.06) 소설에도, 음악에도, 영화에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품격과 아우라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 그 목록에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도 포함되어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스릴러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명확한 미학과 철저한 심리묘사는 그를 영화교과서의 한 챕터를 당당하게 완성시킨다. 그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대형스크린에서 말이다. CGV아트하우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알프레드 히치콕 특별전’이다. 영국출신의 히치콕 감독이 영국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미국으로 건너가서 만든 첫 번째 작품이 바로 (Rebecca,1940)이다. ‘레베카’는 클래식 무비 가운데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다. ‘레베.. 2019. 2. 11.
[양산백과 축영대] 저 낭자, 남장했어요~ 지금 소개하려는 영화는 1963년에 만들어진 홍콩 쇼 브러더스의 영화 (梁山伯與祝英台)이다. ‘양산백’(량산보)이라는 도령과 ‘축영대’(주잉타이)라는 ‘낭자’의 이룰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양산백-축영대’, 이른바 ‘양축’ 커플은 중화권에서는 우리나라의 ‘이몽룡-성춘향’ 커플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캐릭터라서 여러 차례 영화와 TV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등으로 만들어졌다. 서극 감독에 의해 이라는 애니메이션도 있고, 일본작가의 ‘망가’도 있다. 이 영화를 오늘 갑자기 소개하는 것은 KBS드라마 때문이다. 은 정은궐의 소설 을 극화한 것이다. 이 소설은 조선시대, 한 가난한 양반집 규수가 어찌하다보니 남장을 하고 ‘여자에겐’ 금단의 학당인 성균관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소동과 .. 2010. 9. 8.
[서스피션] 아내, 남편을 의심하다 (Suspicion,의혹)은 스릴러 영화의 귀재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1년도 작품이다. 히치콕 감독은 그 전해에 란 영화로 할리우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대픈 뒤 모리에 (Daphne du Maurier)의 소설을 미국 관객 입맛에 맞게 각색한 는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히치콕 감독에게는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아카데미 트로피였다. 에서 가련한 여인 역을 맡았던 배우가 조안 폰테인이었다. 히치콕 감독은 조안 폰테인을 데리고 다시 한 번 가련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의혹)이다. 히치콕 영화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누명쓴 남자, 쫓기는 커플, 의심가는 사람들, 알 수 없는 인물 등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여기서도 등장한다. 은 영국의 범죄소설작가 프랜시스 아일.. 2009. 6. 2.
[도화읍혈기] 완령옥과 김염의 로맨스 (복만창 감독 桃花泣血记 The Peach Girl 1931) (박재환 2005-6-24) 장만옥이 출연한 관금붕 감독의 [완령옥]이란 영화는 1930년대 중국영화의 최고 인기 스타배우 완령옥을 다룬 영화이다. 스물 여섯이라는 짧은 삶을 자살로 마감했던 이 여배우는 아직까지도 무성흑백영화 시절의 영화여왕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일반 영화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이 시절 완령옥과 함께 '영화황제' 소리를 듣던 '김염'이란 배우가 있었고 그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염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두 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러 중국으로 이주한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북간도와 중국 동북지방에서 한국독립을 위해 삶을 바쳤고 김염은 어린 나이에 천진과 상해 등을 전전하며 학교를 마쳐야했다. 그가 결국 상하이의 영화판에 정착한 것은 어.. 2008. 4. 20.
[올 더 킹즈 맨 = 모두가 왕의 사람들] 순수 시민운동가에서 마키아벨리스트가 된 주지사 (로버트 로선 감독, All the King's Men 1950) (박재환 2008.3.20.) 한국에서는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거쳐 새로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곧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을 예정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민주화-산업화 과정을 거친 대만에서는 총선이 먼저 있었고 곧 새 총통을 뽑는 대선이 있을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고 말이다. 선거철에 딱 맞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1950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인 [올 더 킹즈 맨]이란 작품이다. '모두가 왕의 사람들'이라고 소개되는 이 영화는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적어도 신문 정치면에 관심 많고, 여야 공천 향배에 귀가 솔깃한 사람들에겐 말이다. (이 영화는 최근 숀 팬 주연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영화는 1930년대 미국 남부 지역의 한 .. 2008. 3. 20.
[전함 포춈킨] 러시아혁명사 서장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 The Battleship Potemkin,1925) (박재환 2003.9.6.) 이 영화의 감독과 제목은 오랫동안 아이젠슈타인 감독의 으로 통용되어 왔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러시아어 전공한 사람이 많이 생기더니 이 고유명사의 발음이 다양화 되었다. ‘에이젠스쩨인의 뽀춈낀’에서부터 ‘에이젠슈쩨인의 쁘춈킨’까지 다양화되었다. 정확히 어떤 발음인지는 모르겠고. 대학 다닐 때 중국을 다룬 에드가 스노우의 에 맞먹는 러시아혁명사 책은 이 아니라 김학준 교수가 쓴 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최근에 아주 두꺼운 수정증보판이 나왔다) 난 그 책을 아주 열성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리고 양호민 교수에게서 를 배웠는데 그건 좀 따분했었다.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고 공산주의 대국 소련이 성립하는 그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혁명의 기운이 오랫동안.. 2008. 3. 6.
[미니버 부인] 2차세계대전 프로파간다의 고전 (윌리엄 와일러 감독 Mrs. Miniver 1942) (박재환 2004.2.25.) 하늘과 땅만큼의 엄청난 질적 의미 차를 가지는 단어군(群)들이 있다. ‘전향과 배신’, ‘투자와 투기’, 그리고 ‘선전과 선동’이다. '선동'이란 다분히 부정적인 의미로 들리지만 비상시국에선 국가적 아젠다를 형성하고 국민의 컨센서스를 이루어 궁극적으로 국가와 민족, 개별 인민의 영광과 평화를 획득하게 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러한 '프로파간다' 성격의 영화가 곧잘 만들어져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다. [미니버 부인]은 194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6개를 차지한 걸작 클래식 무비이다. 흥행 면에서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이어 그 해 두 번째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흥행성공작이다. 오늘날 와서 이.. 2008.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