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영화리뷰(35)
-
[공포분자] 공포는 디테일에 있다 (양덕창 감독, 恐怖分子 The Terroriser 1986)
양덕창(楊德昌/양더창, 에드위드 양) 감독은 후효현(허샤오센)과 함께 대만이 자랑하는 세계적 감독이다. 과 을 비롯하여 대만 신낭조를 대표하는 걸작들을 남긴 감독이다. 이중 과 , 는 이른바 양 감독의 ‘타이베이 3부작’으로 불린다. 흔들리는 대만의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필름에 잡아낸다. 코로나사태 속에 (원제: 恐怖分子)가 17일 한국에서 개봉된다. 1986년 대만에서 개봉된 이래 무려 34년 만에 한국극장가에 정식으로 선보이는 셈이다. 물론 이 영화는 시네마떼크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그리고 오래전 ‘분도비디오’라는 전설적 단체에 의해 비디오도 출시된 적이 있다. 그 영화를 이제 극장에서 정식으로 만나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만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되었지만 여전히 화면은 클래식..
2020.09.17 -
[반교:디텐션] 비정대만 非情臺灣 (쉬한치앙徐漢強 감독 返校 Detention 2019)
작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대만영화 (返校, Detention)(감독: 쉬한치앙/徐漢強)이 지난 주 한국극장가에 정식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대만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소개되면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대만현대사의 비극을 지나칠 수 있다. 실제 는 우리나라의 ‘택시운전사’와 ‘1987’을 섞어놓은 것만큼 큰 아픔과 생채기를 품고 있는 작품이다. 먼저, 오랫동안 대만현대사의 비극을 이야기할 때 후효현(허우샤오센) 감독의 를 많이 언급한다. 일본이 항복한 것은 1945년이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쪼개질 때, 중국 대륙에서는 공산당과 국민당이 건곤일척의 싸움을 계속했고 장개석의 국민당군은 후퇴를 거듭하더니 결국 대만까지 내몰렸다. (국민당은 패색이 짙어지면서 대만을 수복의 전초기지로 준비..
2020.08.18 -
[비탄의 섬] 대만 민주혁명 운동의 뒤안길(서소명 감독 去年冬天,Heartbreak Island 1995)
1949년, 혹은 1950년 이후로 한국과 대만은 무척이나 유사한 역사발전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치적 관점에서 보자면 말이다. 대만은 1949년 중국대륙을 공산당에게 내어준 뒤 장개석에 의해 반세기 동안 국민당 독재정권을 유지해왔었다. 그리고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엎치락뒤치락 정치교체가 이뤄진다. 우리로선 대만 현대사나 대만의 깊은 속사정을 알기는 어렵다. 단지 후효현 감독의 [비정성시]를 통해 대만 현대사의 비극을 잠깐 살펴볼 기회를 가졌을 뿐이다. 하지만 [비정성시]는 대만 섬에 국민당이 정착하는 시기의 이야기였다. 그럼 대만 민주화 운동의 기점이자 폭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1979년의 한 정치적 사건’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졌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을 한 편 소개한다. [비탄의 ..
2020.02.14 -
[타이페이 스토리] 흔들리는 대만 (양덕창 감독 青梅竹馬 Taipei Story 1985)
지금은 고인이 된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살아생전 아시아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미지의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으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후효현) 감독이 부산을 자주 찾았었고, 그의 작품이 한국영화팬에 꾸준히 소개되었다. 갑자기 그가 생각나는 작품이 개봉된다. 지금은 세계적인 명장감독 소리를 듣는 대만 허우샤오센(후효현)이 ‘주연’ 배우로 출연한 1985년도 작품 이다. 감독은 양덕창이다. 영어이름인 ‘에드워드 양’으로 더 많이 알려진 대만영화인이다. 공대를 나온 양덕창은 미국에 유학 갔다가 영화를 배우고 귀국한다. 후효현 등과 함께 ‘타이완 뉴웨이브’(대만 신낭조)를 이끈 사람이다. ‘스크린 쿼터제’ 같은’ 자국영화 보호정책이 전혀 없는 대만에서는 대만영화..
2019.11.20 -
[몬몬몬 몬스터] “교복 입었다고 청춘물이 아니고, 귀신 나온다고 호러가 아니다” (구파도(九把刀) 감독 報告老師! 怪怪怪怪物! Mon Mon Mon Monsters, 2017)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대만청춘영화의 정점을 찍었던 구파도 감독의 다음 작품 역시 학교이야기이다. 그런데 호락호락한 학원물이 아니다. 사회드라마인 듯 하더니 공포감에 짓눌린 비명소리로 가득한 호러이다. 영화는 대만의 어두운 뒷골목, 노숙자 세계에서 시작한다. 어둠이 내리면 꾀죄죄한 노숙자들이 지하도 어느 한쪽 구석에 주섬주섬 자리를 차지한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괴물’ 둘이 노숙자를 낚아채더니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로 뜯어먹기 시작한다. 이어 밝은 세상, 우리네 고등학교 모습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 대만의 고등학교를 보여준다. 급우에 대한 괴롭힘(‘霸凌’), 따돌림이 있고, 나쁜 짓하는 패거리가 있다. 그 안에는 맨날 당하기만 하는 놈이 정해져 있다. ‘린슈웨이’는 오늘도 ‘런하오..
2019.09.24 -
[아름다운 빈랑나무] 타이페이 러브 스토리 (임정성 감독 愛你愛我 Betelnut Beauty 2001)
(박재환 2001/4/30) '빈랑'(Betelnut)나무는 아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다년생 식물로 얼핏 보면 야자수 같아 보인다. 이 나무의 열매는 토토리보다 조금 큰 데 입안에 넣고 씹으면 자극적인, 때로는 역겨운 알싸한 맛이 온 입안에 가득 돈다. 문제는 한번 씹으면 입안이 온통 벌겋게 된다는 것이고, 주기적으로 그 붉은 침을 뱉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빈랑을 씹는 사람 주위는 마치 코피라도 한 반가지 흘린 것처럼 온통 핏빛이다. 사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열매가 환각성분의 중독성 식물이며 구강암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고 알려진 것. 대만정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빈랑규제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빈랑은 담배만큼이나 인기있는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았다.이 영화의 전주영화제 소개 제목은 아름다운 빈랑나무>..
2019.08.05 -
[청초한 감성] 금성무 임지영 임심여의 '학교패왕' (금오훈 감독 校園敢死隊 School Days 1995)
(박재환 2006.8.7.) 이 영화를 두고 ‘홍콩영화’라고 하는데 ‘대만영화’이다. 대만영화는 여러모로 보아 흥미롭다. 1960년대에는 호금전 감독 같은 사람이 있어 대만영화의 존재를 만방에 알렸고, 임청하라는 불세출의 영화스타를 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만영화는 확실히 변방에 속한다. 비록 후효현이나 양덕창, 채명량 감독 같은 하늘을 찌를 듯한 명성을 가진 감독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대만당국의 잘못된 영화정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만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자기나라 영화를 보지 않고 할리우드 영화만을 찾는다. 자국 영화의 상황이 급속하게 나빠지기 시작하던 90년대에 만들어진 대만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대만고딩; 학교패왕, 혹은 캠퍼스돌격대 이 영화 제목부터 조금 복잡하다. 대만에서는 [교원감사..
2019.08.05 -
[쿵후선생] East Meets West... (이안 감독 推手 Pushing Hands 1992)
(박재환 2001.8.16.)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투 타이어드 투 다이>의 진원석 감독의 신작 이 드림스>가 채 20명도 되지 않는 관객이 든 가운데 상영되었다. 미국의 한 인터넷 업체의 흥망성쇄를 디지털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타리였는데, 당시 어려웠던 모 인터넷업체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막 떠난 나로서는 감동이 남달랐을 수밖에. 이날 영화상영이 끝난 후 진원석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는데, 진 감독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으로서 이안 감독 이야기를 꺼내었다. "한국에서는 날 알아주지 않아도 미국에서는 인디 계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국위선양하는 것 아니냐. 우리 동네에 이안 감독이 산다. 마주쳤을 때 인사하니 반가워하더라." 면서 이안 감독에 대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저 사람 ..
2019.08.05 -
[하나 그리고 둘] 대만, 대만사람, 대만영화 (양덕창 감독 一一 A One and a Two 2000)
(박재환 2000.10.30.) 대만 양덕창 감독의 신작 하나 그리고 둘>이 지난 5월 깐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탄 후 대만에서 벌어진 일이다. 자국 영화진흥정책에 따라 대만의 신문국(新聞局:우리나라의 문화관광부에 해당)은 특별장려금으로 200만 NT$ (7천 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규정은 "국산영화 종사자가 국제영화제에 참여하여 뛰어난 성적을 올렸을 경우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다. 반은 감독에게, 나머지 반은 해당 영화제작자에게. 그런데, 양덕창의 '위엔즈(原子)공작실'이 상금신청서를 낼 때, 이 영화가 과연 '대만영화'인가라는 의문에 직면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그리고 그게 대만영화감독의 전부인- 후샤오시엔(候孝賢)이나 양덕창은 현재, 대만 영화계에선 극히 대접을 못 받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
2019.08.05 -
[방랑=달콤한 타락] 남매는 그렇게 사랑했었네. (임정성 감독 放浪/Sweet Degeneration 1997)
(박재환 2002/11/11) 의 영어제목은 ‘Sweet Degeneration’이다. 1998년 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으로 소개되었고 오래 전 케이블채널 ‘예술영화TV’에서는 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었다. TV에서 대만영화가 방송된 극히 드문 예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린쩡썽(임정성)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로 소개됨)의 감독이다. 감독이나 출연배우나 모두 우리나라 영화팬에게는 아주 낯선 인물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린쩡썽 감독은 해외영화제에선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소개해온 인물이다. 그는 아내 가숙경(柯淑卿)과 함께 영화사를 차렸고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꾸준히 해외에 대만영화의 힘을 보여주었다. 은 임정성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게 포함되어 있다..
2019.08.05 -
[불능몰유니] 아빠와 딸 不能沒有你
지난달(2009년 11월), 대만에서는 46회 금마장 영화시상식이 열렸다. 금마장은 홍콩의 금상장과 함께 중국어권에서는 양대 영화제로 손꼽힌다. 근래 들어 두 영화제 모두 중국, 홍콩, 대만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경쟁을 벌인다. 알다시피 대만은 후효현과 양덕창 외에는 뚜렷한 스타급 영화감독이 없는지라 대만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가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을 정도로 외지(중국 혹은 홍콩)영화인의 잔치판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대만영화계도 조금씩 자기들 생존방식을 모색하고 있고 해마다 깜짝 놀랄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년에는 해각7호>라는 초특급 흥행 작품을 만들어내더니 올해에는 불능몰유니>라는 작은 작품으로 대만영화계의 만만찮은 생존본능을 보여주고 있다. ‘불능몰유니’(不能沒有你)의 뜻은..
2019.07.26 -
[안녕, 나의 소녀] 101빌딩이 나오지 않는 대만영화 (사준의 감독 帶我去月球 Take Me to The Moon,2017)
후효현(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나 채명량(차이밍량) 영화로 대표되던 대만영화의 아우라는 진작에 사라졌다. 최근 한국영화팬에게 대만영화란 아련한 그 시절의 추억과 첫사랑을 강조하는 말랑말랑한 노스탤지어 감성영화가 대세이다. 해마다 부산과 부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를 통해 빠뜨리지 않고 대만의 그런 최신 감성영화가 소개된다. 영화제를 통해 충분히 입소문이 난 영화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도 극장에서 꼭 개봉된다. 비록 보는 사람은 제한적이지만, 본 사람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도, 대만을 여행하며 지우펀의 아날로그적 풍광과 101타워의 현대적 아름다움, 그리고 각종 먹거리와 함께 묘하게 겹치는 회고적 동질감을 대만영화에서 느끼는 모양이다. 16일 개봉하는 대만영화 (감독: 사..
2018.07.11 -
나의 소녀시대, “유덕화가 날고, 주성치가 왕이었던 시절”
[박재환 2016-05-24] 중국영화가 아니고, 대만영화를 정말 사랑한다면 부산 해운대일대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꼭 찾아가 보시길. 해마다 그해 최고의, 최상의 대만영화가 상영되는 곳이 바로 부산영화제이다. 대만은 해마다 부산영화제에 대규모(!) 대표단을 꾸리고, 1년내에 자국에서 만든 최고의 화제작들을 모아 부산에 출품한다. 그리고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 해마다 호텔에서 '대만영화의 밤'을 개최하여 대만영화가 살아있음을 알린다. 작년의 경우에는 대만출신 장애가가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장이기로 하였거니와 그해 ‘대만영화의 밤’은 특별히 화려했다. 대만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동호 (당시) BIFF명예위원장과 중국의 지아장커도 참석하여 축하해주었다. 여하튼 작년 부산영화제 때 도 소개되었다. 당연..
2017.08.20 -
[여친남친] 여자친구 남자친구 대만청춘
대만의 역사나 사회분위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만영화를 보면 오해하기 쉽거나 단편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한동안 대만영화의 대표작품은 후효현 감독의 이었다. 그런데 는 대만의 불행하고도 비극적인 현대사를 다뤘음에도 대부분의 한국 영화팬들은 이 영화를 ‘매혹적인 양조위의 눈빛연기’ 정도로 받아들인다. 어쩔 수 없다. 낯선 나라의 낯선 이야기는 본래의 색깔은 퇴색하는 선글라스 쓴 감상일 소지가 깊으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대만영화가 소개되고 있는데 대부분 대만의 역사를 가슴에 품은 멜로드라마이다. 이번 17회(2012) 부산영화제에서도 그런 대만영화 작품이 하나 소개된다. 이라는 제목의 2012년도 신작이다. 중국어 원제는 이다. 조금 뉘앙스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냥 친구니? 아니면 ..
2012.10.09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아날로그 시대의 로맨스
지난(2012년) 8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국교가 정상화된 지, 그러니까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20년 전 1992년 8월, 우리나라가 중국과 수교를 맺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하나 있었다. 대만과 국교를 단절해야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했고 그 정책을 받아들이는 국가와 수교를 맺었다. 당연히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대만을 포기하고 중국을 국가로 승인했다. 일본(72), 미국(79)과 비교하자면 한참 뒤늦게 한국은 ‘정치적인 이유와 역사적인 명분’으로 끝까지 형제의 연을 맺어온 대만을 포기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은 것이다. 오늘날 대만이란 나라와 정식 국교를 수립한 나라는 10개가 채 안 된다. 대부분 경제적인 지원을 명분으로 ‘명목상’ 외교관계를 갖고 ..
2012.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