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녀시대(프랭키 챈 감독,我的少女時代,2015)

2017. 8. 20. 22:12대만영화리뷰

반응형

나의 소녀시대, “유덕화가 날고, 주성치가 왕이었던 시절”

 

 

 

 

[박재환 2016-05-24중국영화가 아니고, 대만영화를 정말 사랑한다면 부산 해운대일대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꼭 찾아가 보시길. 해마다 그해 최고의, 최상의 대만영화가 상영되는 곳이 바로 부산영화제이다. 대만은 해마다 부산영화제에 대규모(!) 대표단을 꾸리고, 1년내에 자국에서 만든 최고의 화제작들을 모아 부산에 출품한다. 그리고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 해마다 호텔에서 '대만영화의 밤'을 개최하여 대만영화가 살아있음을 알린다. 작년의 경우에는 대만출신 장애가가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장이기로 하였거니와 그해 ‘대만영화의 밤’은 특별히 화려했다. 대만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동호 (당시) BIFF명예위원장과 중국의 지아장커도 참석하여 축하해주었다. 여하튼 작년 부산영화제 때 <나의 소녀시대>도 소개되었다. 당연히 감독과 배우도 부산을 찾았었다.

 

<나의 소녀시대>(我的少女時代)는 1990년대 초중반 대만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당시에는 (김완선이 있었지만.) 한류나 K엔터테인먼트가 아직 주류대중문화가 아니었던 시절이었다. 대만사정도 마찬가지. 대만영화는 그때도 여전히 바닥이었던, 대만청소년들은 홍콩연예인들에 열광하던 시절이었다. 사대천왕의 한 사람 유덕화는 내놓는 음반마다 히트였고, 나오는 영화마다 대박이었다. 여학생에겐 우상이었고, (물론, 과장이지만) 여학생들의 장래희망은 으레 ‘유덕화 와이프’였던 시절이었다.

 

그 때 그 대만 여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대륙(중국/중공)과의 전쟁? 세계평화의 기여? 한국여행? 이 영화는 그 시절, 그 학교, 그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십분공감, 백분이해의 심정으로.

 

 

 

송운화는 공부도 못하고 얼굴도 평범한, 그저 그런 여학생이다. 하지만, 유덕화에 열광하고 유덕화 와이프가 꿈인 평범한 학생이다. 물론, 송운화도 학교훈남(이옥새)에게 맘을 빼앗기지만 자기 짝이 될 수 없는 것은 유덕화 와이프 될수 없는 것만큼 당연지사. 훈남에겐 잘 생긴 여학생(간정예)이 짝일테니. 그런데, 이 학교 문제아, 짱(왕대륙)이 끼어들면서 학교생활은 순탄하지 못하다. 그 짱은 훈남을 아주 싫어하고, 그 잘 생긴 여자를 좋아하니 말이다. 그래서 못 생긴 송운화와 학교짱 왕대륙은 공동전선을 형성한다. 우정과 사랑, 운명이 이제 폭풍처럼 몰아닥칠 것이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이 영화를 심각하게 보면 학생주임으로 대표되는, 인성과 자율성을 억압하는 학교당국의 폭력적 훈도체제에 기겁할 수준일 것이다. 그리고, 홍콩 느와르 영향을 받은 학생들 패싸움은 ‘폭력과잉’이다. 하지만, 그런 영화적 수사법을 제외하면 당시 대만학생의 꿈과 희망의 좌절, 극복, 그리고 아름다운 우정의 모습에 진정성을 느낄 정도이다.

 

물론, 이 영화를 정말 재밌게 보는 사람은 유덕화와 주성치, 그리고 주혜민이라는 당시 핫한 연예인 이름이 등장하는 것에 열광할 것이고, 주성치의 컬트무비 ‘서유기’와 유덕화의 히트송 ‘망정수’(왕칭수이)에 혹할 것이다. 그리고, <천장지구>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하는 장면에서는 한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홍콩느와르의 황금시기를 그리워할지 모른다.

 

 

 

소녀는 그렇게 성장하고, 소년은 그렇게 어른이 된다. 평범한 학생은 세월이 흘러, 일에 치이고 직장상사에 스트레스를 받는 평범한 직장인이 될 뿐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확실히 판타지이다. 기다린 보람이 있고, 투자한 팬심이 있다. 마지막 장면에 유덕화가 나온다. 그리고, 기구한 운명의 첫사랑과도 재회한다. 놀랍게도 대만판 <꽃보다 청춘>의 F4 언승욱이다. 와우!

 

이 영화를 만든 진옥산(프랜키 천)은 대만 TV드라마의 베테랑 제작자이다. 왕대륙과는 스캔들 뉴스도 있었고, 왕대륙의 전속문제로 지난 몇 달 꽤 시끄러웠다.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해마다 찾아오는 대만영화는 언젠가부터 이런 말랑말랑한 노스탤지어 감성자극 영화이다. 한국TV드라마만큼 전형적이며, 또한 ‘재밌다’. <비정성시>류의 대만영화는 그만 잊어라. 그 시절 그렇게 아름답고, 모든 것에 열정적이었던 대만의 청춘의 모습과 세월이 지나면서 아스라이 사라져버린 ‘일반인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대만에서 4억 NT달러를 벌어들였다. 비슷한 감흥의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 이어 역대 2위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지난 연말 중국에서 개봉되어 무려 3억 6천만 위앤을 벌어들였다. 역대 중국개봉 최고흥행 대만영화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2일 개봉되어, 입소문만으로 관객몰이를 하며 ‘시빌워’와 ‘곡성’을 뚫고 19만 명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걸륜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넘어 역대 최고 흥행대만영화가 되었다.

 

참, 이 영화에서 송운화의 연적, 예쁜 여학생의 극중 이름은 도민민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에서 따온 게 분명하다. 영화에서 가장 욕을 먹을 학생주임의 극중 이름은 아예 ‘전지현’이다. 프랜키 천 감독이 이 점에 대해서 자신은 “엽기적인 그녀”의 왕팬이어어서 전지현에 대한 오마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참참. 이 영화는 유덕화의 포커스필름(홍콩)이 제작에 참여했다. 유덕화는 독립영화나 재기발랄한 중화권 영화인의 영화에 꾸준히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다. 멋져~ (박재환)

 

 

 

나의 소녀시대 (2016년 5월 11일 개봉/15세이상 관람가)

원제: 我的少女時代 Our Times

감독: 진옥산 (프랭키 첸)

출연: 송운화(임진심 역), 왕대륙(서태우 역), 이옥새(구양비범 역), 간정예(도민민 역), 유덕화(유덕화 본인 역), 진교은 (임진심 역), 언승욱(서태우 역)

수입배급: 오드 홍보: 국외자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