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달콤한 타락] 남매는 그렇게 사랑했었네. (임정성 감독 放浪/Sweet Degeneration 1997)

2019. 8. 5. 06:56대만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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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2/11/11) <방랑>의 영어제목은 ‘Sweet Degeneration’이다. 1998년 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달콤한 타락>으로 소개되었고 오래 전 케이블채널 ‘예술영화TV’에서는 <방랑>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었다. TV에서 대만영화가 방송된 극히 드문 예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린쩡썽(임정성)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아름다운 빈랑나무>로 소개됨)의 감독이다.

감독이나 출연배우나 모두 우리나라 영화팬에게는 아주 낯선 인물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린쩡썽 감독은 해외영화제에선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소개해온 인물이다. 그는 아내 가숙경(柯淑卿)과 함께 영화사를 차렸고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꾸준히 해외에 대만영화의 힘을 보여주었다.

<방랑>은 임정성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대만의 애매모호하며 오리무중인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온 감독의 역작에 관심이 갈 것이다.

<방랑>에서 방황하는 청춘은 ‘이강생’이다. <애정만세> 등 채명량 감독 영화의 페르소나 ‘이강생’ 말이다. 이강생은 지금 막 군대를 제대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그의 가족-할아버지, 아버지, 누나, 그리고 그 누나와 이혼수속 중인 형부-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강생은 ‘돌아온 집’에서 하룻밤 잠도 자지 않고 아버지의 돈을 몰래 훔쳐 집을 빠져나온다. 이야기는 이강생과 이강생의 누나 진상기(陳湘琪)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강생은 훔쳐온 돈으로 창녀와 하룻밤 자고 아무 하는 일 없이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돈을 다 써버린다. 그 이후는 아주 비참한 무일푼의 신세가 된다. 주차된 남의 차 안에서 잠을 청한다. 트럭 뒤에 자다가 낯모르는 도시에서 눈을 뜨기도 한다. 몇 날 며칠을 씻지도 못한 그는 수돗가에서 손가락으로 이를 닦는다. 구석구석 혓바닥까지. 그래도 온몸이 가렵다. 그는 빌딩 옥상에서 쏟아지는 빗속에서 샤워를 한다. 아마, 영화에서 보게 되는 가장 엽기적인 장면일 듯하다. (나는 오래 전 이른 아침에 서울역 화장실에서 ‘이른바’ 부랑인(노숙자)들의 아침나기를 본 적이 있다. 더러운 옷-보기만 해도 온몸이 가려워지는 그런-을 벗더니 세면대에서 열심히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씻고 닦고 광내었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이제 그 사람은 씻는 것을 단념할 것이며 주위 사람들은 그러한 사람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에 대해 기겁하게 될 것이다)

이강생은 제대하면서 낡은 트럼펫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그는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에서도 적극적이지 않다. 이강생의 누나는 동생의 제대를 무척 기다렸다. 하지만 오자마자 집을 나가버려서 가슴이 무겁다. 그녀는 지금 막 자신의 핸드폰을 분실하여 경황이 없다. 전화를 걸어보니 자신의 전화기를 통해 한 여자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자신의 전화기는 어떤 창녀가 주워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둘은 가까워진다. 전화로 서로의 처지를 이야기한다. 그 창녀는 최근에 사귄 남자의 이야기를 한다. 그 남자는 자신의 누나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동생과 누나는 하나의 추억을 공유한다. 흑백의 회상 씬을 통해 이들 둘의 어린 시절을 유추할 수 있다. 어느 날 누나는 강가에서 트럼펫을 부는 남자를 넋을 잃고 쳐다본다. 동생은 그런 누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관객은 단편적인 회상과 현재의 불안정한 방황을 통해 하나의 과거를 그려낸다. 동생과 누나는 근친상간적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고 어느 날 누나는 트렘펫 주자를 따라 집을 나갔고 동생은 버려진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제 군대를 갔다온 동생은 누나를 피하려하고, 누나는 동생을 받아들이려한다.

이 비극적 가족관계의 종지부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듯하다. 동생이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스물 살 아가씨의 손에 누나의 핸드폰이 쥐어져있다. 누나는 이 여자가 누군지 안다. 누나는 동생에게 그 여자가 세상 물정도 모르는 어린 애라며 헤어지라고 한다. 동생은 그런 누나를 이해할 수 없다.

누나는 집을 나가 그 옛날 그 강가를 배회한다. 동생은 누나의 자동전화응답기에서 녹음된 목소리가 바로 자신의 아내가 될 여자- 바로 그 창녀의 목소리임에 놀란다.

주인공 이강생의 방황의 이유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족의 돈을 훔치듯 경제적 빈곤과, “나도 대학만 갔더라면..”이라며 교육의 수혜를 받지 못한 낙오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표피적인 이강생의 모습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만의 영락없는 실패자이다. 그런데 그 인생실패의 밑바탕에는 누나와의 근친상간적 두려움이 깔려있다.

성장한 후, 군대를 다녀온 후, 아픔을 삼키고 새 삶을 살아야할 그들은 여전히 방황하고 갈등하고 낙오되는 것이다.

후효현의 영향을 다분히 받았음직한 롱테이크와 암울한 구도는 등장인물의 우울한 낯빛만큼 영화를 무겁게 만든다. 대만은 그렇게 퇴화해가는 모양이다.

하는 일이 모바일 쪽이라서 그런지.. 핸드폰에 관심이 간다. 누나가 잃어버린 핸드폰은 모토롤라의 그 유명한 벽돌만한 핸드폰이다. 대만에서는 아직도 핸드폰을 ‘따거따’라고 한다. 핸드폰 보급 초기 조폭 두목(따거)이나 그런 물건을 들고 다녔다고해서 ‘그딴’ 이름이 붙었다고들 한다.

감독: 임정성(林正盛) 제작:서립공(徐立功) 출연: 李康生 陈湘琪 张本渝 陈锡煌 戴立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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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正盛 - 维基百科,自由的百科全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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