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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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사랑이 우물에 빠진 날 (강이관 감독, 2005)
지난 주 극장에서 개봉된 강이관 감독의 [사과]는 푸릇푸릇한 ‘신작’이 아니다. 지난 2004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관객에게 선을 보였던 ‘구작’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창고에서 4년을 썩히더니 이제야 개봉된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한국영화는 외형적으로 초호황을 누린다고 생각했었다. 해마다 한국영화가 100편 이상씩 제작되었지만 극장에서 개봉을 못한 영화가 꽤 된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한국영화 위기를 맞으며 제작편수가 ‘확~’ 줄어들면서 그동안 운 나쁘게 극장에 내걸리지 못한 영화들이 빛을 발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멀티플렉스가 들어선 이 땅에서 말이다.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 영화는 결혼적령기에 충분히 접어든 여인의 연애담, 혹은 이혼담이다. 괜찮은 회사에..
2008.10.20 -
[다다의 춤] 장원(장위앤) 감독의 복귀작
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무려 315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팬들을 몰고 다니는 '울트라'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도 있고,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영화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제 측은 이들 영화 준비하느라 지난 1년을 고생했겠지만 몇몇 영화에 대해서는 도무지 그 열정과 사랑을 감추지 못하고 따로 특별한 세레모니를 마련했다. 바로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이란 것이다. 중국 장원(張元,장위앤) 감독의 신작 [다다의 춤](達達)이 그 첫 번째 선택작품이다. 지난 3일 진행된 [다다의 춤] 갈라프레젠테이션 행사에는 이용관 부산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까지 나서서 장원 감독에 대한 애정을 내보였다. 물론 아시아영화에 대해서는 달인의 수준에 오른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까지 거들었다. 영화 리뷰 들어가기 ..
2008.10.09 -
[스탈린의 선물] 수령동지의 ‘핵폭탄’급 선물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 The Gift To Stalin 2008)
이번 (2008년)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는 카자흐스탄 영화가 선정되었다.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의 [스탈린의 선물]은 월드 프리미어로 부산에서 공개되었다. 카자흐스탄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나로서도 처음 대하는 카자흐스탄 영화이다. 카자흐스탄은 어디에 있는가 지도를 펼쳐보면 중앙아시아에 일련의 ‘-스탄’국가가 있다. 인도 바로 위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위치해 있고, 그 위로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있다. 러시아 바로 밑에 카자흐스탄이 있다. 이들 나라 중에 땅 넓이로는 카자흐스탄이 가장 넓다. 이곳은 우리에게 고려인 강제이주라는 아픈 역사 때문에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다. 영화는 이렇다 어린 유태인 소년 사쉬카(달렌 쉰테미로프)는 스탈린의 소련군에 ..
2008.10.08 -
[황시] 중국판 쉰들러 리스트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그다지 흥미를 못 느낄 영화이지만 중국사-특히 모택동과 장개석이 중국대륙의 운명을 걸고 건곤일척의 대결을 펼치던 시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꽤 흥미로울 영화이다. 그렇지 않은 영화팬이라도 나름대로 감상할 수 있는 간단한 정보를 먼저 소개한다. 영화는 1930~40년대 전란의 와중에 휩싸인 중국이 배경이다. 중국대륙은 모택동의 공산당과 장개석의 국민당이 싸울 때였고 일본이 남경(南京,난징)에서 30만 명의 민간인을 대학살할 때였다. 중국에 갓 건너온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젊은이 죠지 호그는 중국에서 펼쳐지는 아비귀환의 지옥장면을 직접 목도하고는 인생과 가치관이 바뀌게 된다. 죠지 호그는 전란으로 부모를 잃은 중국인 고아 60명의 보호자가 된다. 전란이 심화되자 ..
2008.09.23 -
[CJ 7] 주성치의 이.티.
주성치, 변신해도 중국魂 주성치라면 홍콩 영화계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이다. 미남형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영화의 가치전복은 차치하고라도 ‘호감 아니면 비호감’으로 양분될 만큼 극단적 엽기 연기를 선사해왔다. 그런 연기와 그런 영화로 그는 아주 오랫동안 홍콩 최고의 흥행배우로 지위를 누려왔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라면 거의 모두 흥행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그의 흥행파워지수는 성룡보다도 높고, 이연걸보다도 확실했으며, 양조위보다 한참 위였다. 그러나 홍콩영화가 몰락을 하면서 주성치의 흥행파워도 점점 떨어졌다. 주성치표 영화라는 것이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주성치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홍콩의 어설픈 특수효과를 한 순간에 파워 업시킨 [소림축구]를 내놓았고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
2008.09.01 -
[브로드웨이를 쏴라] 연극은 연극이다! (우디 앨런 감독 Bullets Over Broadway 1993)
지난 주 소지섭과 강지환이 출연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기자시사회가 있었다. 이 영화는 추석 연휴 때 개봉될 영화이다. 강지환은 극중에서 ‘수타’라는 다혈질 액션스타배우로 출연하고 소지섭은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조폭 넘버 투 ‘강패’ 역으로 출연한다. 어떻게 ‘강패’ 소지섭이 강지환의 영화에 출연하게 되어 영화도 아닌 것이 현실도 아닌 기이한 그림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디 앨런의 1994년도 작품 [브로드웨이를 쏴라](Bullets Over Broadway)가 떠올랐다. 참 재밌게 본 영화인데... 주말에 다시 보았다.우디 앨런은 수다쟁이이며 뉴욕을 사랑하며, ‘섹스’란 것에 대해 광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영화인 아닌가. 그의 [브로드웨이를 쏴라]는 그런 그의 관심사항과 재주가 고스란히 녹..
2008.09.01 -
'놈놈놈'만큼 재밌는 만주 웨스턴 특별전
1940年代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피 끓는 사내들의 대활극 베이징올림픽 야구경기만큼 한국 사람을 단합시켰던 2002년 월드컵. 서울에는 상암동에 월드컵경기장이 세워졌다. 그 월드컵경기장 인근 상암동 DMC(디지털 미디어 센터)는 최근 몇 년 사이 멀티미디어-콘텐츠관련 기관, 업체들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한국영상자료원도 있다. 원래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 있던 한국영상자료원이 최신식 건물의 상암동으로 이전한 것은 올 봄의 일이다. 영상자료원은 예전부터 열혈영화팬들에겐 은밀한 성지였다. 적어도 옛 한국영화에 대한 배고픔과 목마름을 ‘상상 이상’으로 해소시켜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매달 특이하면서도 획기적인 영화전이 열린다. 얼마 전 괴짜 김기영 감독의 전작 회고전이 열린데..
2008.08.22 -
[아가씨 참으세요] 정윤희를 기억하시나요?
영화관련 현장에 쫓아다닌지도 꽤 된다. 사실 가장 만나보고 싶은 영화인은 왕가위 감독도 아니고 김태희도 아니다. 바로 정윤희이다. 1970~80년대 한국 최고의 영화배우였던 바로 그 정윤희 말이다. 결혼과 함께 완전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불세출의 스타이다. 딱 한번 그녀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회가 있었다. 어느 해인가 한국영상자료원(서초동에서 있을 때)에서 무슨 회고전을 열었는데 정윤희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었다. 결론은? 정윤희는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부군과 딸이 참석했었다. 그때 상영된 작품은 정진우 감독의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였다. 정말 보고 싶다. 정윤희가!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정윤희 출연작품을 제대로 본 게 없다. 소싯적에 동네 삼류극장(재재개봉관)에서 본 [뻐꾸기] 아니면 [..
2008.07.23 -
[바시르와 왈츠를| (아리 폴만 감독 Waltz With Bashir, 2008)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영화제가 열린다. 그중 나름대로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는 국제영화제로는 워낙 유명한 부산국제영화제와, 대안영화를 모토로 내세운 전주국제영화제, 그리고 장르영화의 페스티발을 지향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있다. 올해(2008년)로 12회째를 맞이한 부천영화제가 지난 주말 개막되었다. 그동안 부천영화제에서는 호러, 괴기, 공포, SF, 스릴러, 엽기 등을 키워드로 내세운 영화들이 ‘판타스틱 영화’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판타스틱’하지 않은 영화가 어디 있는가. 그래서인지 ‘영화라는 콘텐츠’와 ‘영화제라는 행정(혹은 정치)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부천영화제는 심한 몸살을 앓기도 했다. 그런 부천이 2008년 선택한 개막작품은 그런 부천영화제의 고민을 보여주는 걸작 중의..
2008.07.22 -
[적벽대전] 역사 삼국지, 소설 삼국지, 영화 삼국지
‘소설가’ 이문열을 재벌반열에 올려놓은 소설 [삼국지]에서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인 ‘적벽대전’을 다룬 영화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통일제국이었던 한(漢) 헌제(獻帝)가 유명무실한 군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중원의 패권을 다투었던 위-촉-오의 기라성 같은 영웅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삼국지연의]는 지난 천여 년 동안 중국 최고의 이야기 근원이었다. 이 중 서기 208년 겨울 무렵 장강의 도도한 물결이 흐르는 적벽 아래에서 있었던 전쟁은 독자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이 이야기를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의 오우삼이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오우삼이 누구인가. 암흑가 악당들이 곧 죽어도 폼 내는 영웅주의 철학과 비둘기-쌍권총으로 대표되는 폭력적 영상미학을 뽐내던 인물이다. 그가 할리우드에서의 ..
2008.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