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러] 욕망이라는 이름의 내기당구

2008. 2. 24. 08:05미국영화리뷰

사용자 삽입 이미지
[Reviewed by 박재환 1999-5-15]  폴 뉴먼 한창 때의 연기와 흑백영화의 추억속으로 빠져들수 있는 매력만점의 영화이다. '허슬러'의 사전적 의미는 내기당구꾼, 혹은 아주 실력이 뛰어난 당구 고수를 뜻한다. 이 영화의 허슬러는 누구냐고? 당연히 폴 뉴먼이다. 그는 메니져와 함께 이곳저곳 당구장을 기웃거리며 내기당구를 해서 돈을 벌어먹는 역으로 나온다. 이러한 구도는 나중에 톰 크루즈의 허슬러2에 해당하는 <컬러 오브 머니>와 패럴리 형제의 <킹핀>에서 내기볼링 버전으로 바뀌어 젊은 관객을 찾아왔다.

이 영화는 상당히 어두워서, 마치 테네시 윌리엄스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우선은 출연자들의 캐럭터가 하나같이 패배자, 인생낙오자의 전형을 띄고 있다. 주인공 '패스트(아주 날랜)' 에디 펠슨은, 그의 말대로라면 열 여섯부터 당구장을 떠돌며 내기당기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언젠가는 'Minnesota Fats(미네소타뚱보)'를 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겐 집도, 아내도, 가정도 없다. 그렇다고 많은 돈을 모은 것도 아니다. 그가 갖고 있는 승리에의 집착은 진정한 스포츠적 승부욕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그냥 당구게임에 끼어 판돈을 조금씩 올려 돈만 벌면 되는 것이다. 그리곤 또다시 짐을 싸서는 다른 동네, 다른 도시로 흘려들어가는 것이다. 그와 함께 움직이는 메니저 찰리는 그에겐 어쩜 부족한 '아버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 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현실과 오해로 멀어지게 된다. 초반부, 날쌘돌이 에디는 미네소타 뚱보의 당구장에서 마침내 그와 내기당구를 하게 된다. 업치락뒤치락 수십분간 지속되는 당구시합은 마치 기나긴 전투를 보는 것처럼, 혹은 결코 끝나지 않은 카드게임을 보듯이 각 인물의 성격을 하나씩 보여준다.

게임은 저녁에 시작되어 날이 밝고, 다시 어둠이 돌아오고,... 40시간 가까이 계속되었다. 처음 돈을 잃던 에디가 어느 순간부터는 "예감이 좋아.. 이제부터는 내 세상이야. 이 당구대는 에디의 것이란 말야..."하더니 계속하여 따기 시작한다. 판돈도 올리고, 그는 술을 연신 들이키며 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에디가 묶게되는 싸구려 여관의 하루 숙박비가 1달러였다) 미네소타뚱보의 메니저 역할은 죠지 스코트가 연기하는 버트 고든이란 작자이다. 그의 역할은 쉽게 말해 프로복싱의 '돈 킹'같은 존재이다. 하루꼬박 진행되자 에디는 돈과 승부는 관심이 없다. 단지 '미네소타 뚱보'가 "내가 졌다!"라는 선언을 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술을 마시고,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고, 점점 더 자신이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모든 것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게임의 통제력마저... 버트는 그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는 미네소타뚱보에게 계속 돈을 건다. 미네소타뚱보는 깔끔하게 머리빗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얼굴에 분을 바르고, 양복을 추스리더니, "자, 다시 시작해볼까.."하고는 당구대에 정중히 선다. 하지만 이미 에디는 비틀대고 있고, 얼굴은 온통 초췌함과 그 어떤 광기의 집착으로만 가득차 있는 것이다. 승부는 이미 판가름 난 것이다. 에디는 그 동안 딴 돈을 다 날리고, 갖고 왔던 돈도 다 잃고 만다. 미네소타뚱보는 "이제 그만"하고 나간다. 에디는 비틀대며 비참하게 자기 메니저에게 소리친다. "이봐, 찰리. 돈 없어? 계속하면 딸 수 있단 말야..."그러더니 결국은 피로와 좌절감에 쓰러진다.

여기까지 진행되어 오면서 젊은 시절의 객기와 집착의 폴 뉴먼을 보여준다. 그는 어느 싸구려여관 침대에서 눈을 뜬다. 옆에선 챨리가 곯아 떨어져있다. 에디는 한순간 낙담하더니 그 방을 나온다. 그는 터미널에서 커피를 마시다 다시 곯아떨어지고, 그곳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사라라는 이름의 여자. 곧 그녀가 지독한 알콜중독자에,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여자'는 '그 여자'의 인생의 낙오자로 나오는 것이다. 에디는 동병상련을 느끼듯 이 여자에게 끌리게 된다. 여자는 나이는 많아도 대학생이란다. 그녀는 화요일 목요일은 학교에 간단다. 그리고 나머지 날은 술에 빠져 자신의 인생을 저주라도 하며 혼자 외롭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에디는 사라와 함께 있을때 그래도 처음으로 인생의 또다른 면을 보게 되고, 행복하게 지내보러한다. 하지만 에디가 할 수 있는 것은 당구뿐. 그는 여전히 당구장을 돌며 푼돈을 딴다. 그러던 어느날, 당구장에서 건달들과 게임을 하다, 통제력을 잃고 자기의 실력을 하수들에게 마구 보여준다. 건달들이 그를 둘러싸서는 "고수가 실력을 숨겼군.."이라더니 그의 양손 엄지 손가락을 분질러놓는다. 그 일이 있은후 사라가 자기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인가를 알게된다. 물론 후반부에 들어가서는 다시 버트가 나타나서 자기 밑에서 일하지 않겠느냐가 하였고, 돈이 아쉬운 에디는 그를 위해 한판 승부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돈을 따게 되지만, 사라를 잃게 된다. 그는 또다른 분노와 좌절에 휩싸여 마지막으로 미네소타뚱보와 시합을 한번 더 한다. 물론 그는 이기고, 버트로부터 "두번 다시 이런 곳에 오면 죽여버리겠다"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에디는 당구에 대해서만은 천하제일의 실력자이지만, 실제로 갖게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메니저 찰리를 떠나보냈고, 사라를 죽게 만들고, 자신은 정처없이 또 어딘가로 떠나야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슬픈 여정을 담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였다.  (박재환 1999/5/15)

Hustler (1961)
감독: 로버트 로슨
주연: 폴 뉴먼, 재키 글리슨, 죠지 C. 스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