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 거미와 레즈비언 (밥 라펠슨 감독 Black Widow 1987)

2008. 2. 24. 15:11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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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5월에 쓴 리뷰입니다) 거미와 레즈비언의 관계? 실제로 그런 모양이다. 암거미가 수정을 하게 되면 영양분이 많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래서 암거미는 교미가 끝나자마자 숫 거미를 먹어치운다고 한다. (사마귀의 경우는 교미하는 도중에 암놈이 숫놈의 머릿통부터 아작아작 씹어먹는다고 한다) 생명을 불사르는 이러한 숫놈의 '섹스'(교미) 덕분에 새로운 종자가 창조된다니 자연의 섭리치고는 끔찍하다. 이 영화는 물론 머리부터 아작아작 씹어치우는 암놈은 안 나온다. 대신 걸려 든 남자는 그냥 죽여 버린다. ^^ 

캐서린(테레사 러셀)은 매우 매력적인 여자이다. 그녀에게 걸려 든 남자는 하나같이 돈 많은 남자다. 그리고 나이도 많고.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죽는다. 대개는 심장마비 쪽이다. 그럼 캐서린은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뒤 사라진다. 그리곤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이름으로, 또 다른 돈 많고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그를 죽이는 것이다.  

여기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추적해 가는 사람은 FBI의 알렉스이다. 데보라 윙거는 내가 <사관과 신사>에서 처음보고 좋아했었는데, 그 영화 이후로는 그 여자 얼굴 보기 참 어려운 배우였다. <애정의 조건>에서 좀 통통하게 살이 붙었더니 이 영화에서도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데보라 윙거는 두 번의 살인의 공통점을 알아낸다. 첫 번째 희생자는 돈 많은 출판사 사장이었고, 두 번째 희생자는 돈 많은 장난감 회사의 사장이었다. 그리고 세 번 째 희생자는 역시 '돈 많은' 박물관 운영자였고 말이다. 이들은 모두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 알렉스는 이 미망인이 동일인물일 것이란 심증을 갖고 사건을 파고든다. 사인은 ‘Ondine's curse’(온딘의 저주?)라고 불리는 일종의 심장마비이거나, 페니실린 알레르기 같은, 적어도 의학적이거나 화학적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독살을 예상했지만 부검결과 전혀 그런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사인을 조사할 때 독극물 테스트는 60여 가지에 그친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지구상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독극물이 수 천 수 만 종일텐데 말이다)

이 영화에서 매력적인 (용의자) 캐서린과 매력적이었던(^^) FBI 알렉스가 마주친다. 캐서린은 이 여자가 자신의 과거를 쫓고 있는 FBI란 것을 모른다. 둘은 처음 하와이에서 맞닥친다. 스쿠버 강습소에서 둘은 처음 입을 맞춘다!!! '마우스 투 마우스' 구명호흡기술을 배우는데 둘은 진짜 입을 맞추는 것이다. 이 영화의 키워드에 레즈비언이 들어간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쉽게 이해가지 않는 것은 일반적인 범죄 플롯에만 집중하다 보면, 악녀를 응징하는 선한 여자의 무용담에 머무르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밥 라펠슨 감독은 교묘하게 그러한 표면을 관통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바로 심리 스릴러로서의 이면인 것이다.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 스톤의 정체성은 의심받기 족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레즈비언의 영웅으로 이해된다. 이는 영화와는 다른 수용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둘은 일종의 이심전심의 과정을 거친다. 알렉스는 자신의 성적 경향에 대해서 상사에게 이런 말로 표현한 적이 있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 매일 죽도록 맞았단다.....' 그러한 기억은 물론 남성기피와 나이 많은 남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확대될 만도 하다. 하지만, 그는 FBI가 되어 범죄를 파헤치는 신분이다. 반면 나이 많은 남자에게 접근하여 모든 재산을 물려받는 유언장이 작성되면 여지없이 죽여버리고 사라지는 이 캐서린의 살인의 동기는 알 수 없다. 캐서린은 진심으로 그 남자들을 사랑했다고 한다. (암놈 거미는 수놈 거미를 사랑했을까?) 알렉스는 캐서린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둘은 하와이에서 새로운 타깃을 두고 맞부딪친다. 굴지의 호텔 체인을 소유하고 있는 남자이다. 캐서린은 계획대로 그에게 접근하였고, 일은 꼬여 그 남자는 알렉스를 좋아하게 된다. 캐서린은 알렉스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이 일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만 가는 것이다.

  이 영화는 심리 스릴러물로서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살인자는 살인자 나름대로의 열성과 노력으로 전적을 쌓아가고 있고, 그것을 파헤치는 일벌레로서의 수사관은 자신의 본래의 임무를 훨씬 넘어서는 과도한 집착과 열정을 내보인다. 그것은 같은 여성으로서의 질투일 수도 있고, 파멸로 다가가는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일수도 있다. 그녀의 집착이 바로 심리학적으로 레즈비언의 특성을 갖는 모양이다. 그녀가 직장 상사와의 대화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진정한 이유를 모르고 있다'고 한다. 알렉스의 캐서린에 대한 집착은 그러한 의미로 파악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히치코크의 <로프>처럼, 레즈비언의 정체성은 숨겨진 채, 단지 스릴러물로만 안주하고 만다. 테레사 러셀은 젊고 섹시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어 나가지만 강한 캐럭터로서의 인물연기에는 실패한 감이 있다. 바로 알렉스에 대한 감정이 살인의 한 수단으로만 연결되는 것이다. 

하와이 바다 밑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던 중 산소통이 고장난 것이 그녀의 계략이었는지, 정말 뜻밖의 사고였는지는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 쉽게 단순한 '나쁜 여자, 악녀, 암놈 거미'로 한정지어 더 깊은 매력을 엮어내지 못한 것이다. 알렉스가 FBI에서 남성 동료를 멀리하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식 못하는 것은 과거에의 피해망상이라기보다는 아직도 그녀자신을 스스로가 모르고 있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스릴러이다. 밥 라펠슨의 재기 작품치고는 그렇게 훌륭한 작품은 아니지만 적당히 스릴이 있고 적당히 재미있는 영화이다. <보디 히트> 스타일의 재미 말이다. 마지막에 대역전극은 <형사 콜롬보>에서 몇 번 써먹은 수법인 것 같다.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스포일러 경고!!!) 호텔왕은 죽는다. 하지만, 살인의 용의자는 암거미 캐서린이 아니라, FBI 알렉스가 뒤집어선다. 캐서린은 유산을 물려받고 알렉스가 수감된 경찰서에 나타나서는 사건의 경과를 이야기 한다. 캐서린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호텔왕이 나타난 것이다. 알렉스의 함정에 캐서린이 걸려든 것이었다!!!

 감독 밥 라펠슨은 <파이브 이지 피스> 이후엔 별다른 작품이 없었다. 단지 잭니콜슨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81)> 정도. 그리고 6년의 칩거 끝에 내놓은 작품이 바로 이 <블랙 위도우>이다.

  각본을 쓴 Ronald Bass는 스필버그의 차기작으로 주목받는 <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의 각본을 맡은 사람이다. 스필버그가 Y2K를 다룬 다른 작품에 신경 쓴다고 이 프로젝트는 2000년 이후로 미루어졌다고 한다. 로날드 바스의 작품은 꽤 많다. 아니 엄청나게 많다.

  암 거미역의 테레사 러셀은 최근 <와일드 싱>에 출연한다. (박재환 1999/5/23)

 

 

Black Widow (1987 film) - Wikipedia

1987 thriller film directed by Bob Rafelson Black Widow is a 1987 American neo-noir[3] thriller film directed by Bob Rafelson, from a screenplay by Ronald Bass. It stars Debra Winger, Theresa Russell, Sami Frey, and Nicol Williamson. Dennis Hopper has a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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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두각시2010.12.04 16:07

    스릴러물은 늘 인기가 많은 부류에 속하는 편입니다.....곳곳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들과 이어지는 반전의 묘미란 스릴러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귀한 것들이지요.....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봅니다.....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