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밤에 생긴 일] 로맨스란 원래 이래!

2008. 2. 24. 08:10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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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1999-8-2]     <어느날 밤에 생긴 일>은 1934년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명작 로맨틱 코메디물이다. 당시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그해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각색부문) 등 알짜배기 다섯개 부문을 석권하였다. (이런 경이적인 기록은 이후 1975년에 <뻐꾸기 둥지를 날아간 새>와 91년의 <양들의 침묵>이 세웠다)

이른바 얽히고 설킨 사연들, 오해와 갈등, 우연 등의 번개불같은 이야기가 한바탕 벌어지고 나서는, 로맨틱한 연인들이 엮어지는 스크루볼 코미디의 전형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오늘날 맥 라이언 출연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고, 우리나라 관객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하나이다. 프랑크 카프라는 이미 헐리우드에서 명장 소리를 듣던 감독이었다. 그의 사회물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는 얼마 전에 EBS에서 방영되었었다. 클라크 게이블은 MGM 전속 배우중 최고의 흥행성을 가진 배우였었다. 이 영화의 원안은 미국 대중잡지 <Cosmopolitan>에 실렸던 Samuel Hopkins Adams의 이야기 "Night Bus"란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프랑크 카프카 감독이 Robert Riskin와 함께 근사한 로멘틱 코미디물로 각색한 것이다.

영화는 한 부호(은행가)의 귀하게 자란 딸이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서고 뉴욕의 바람둥이 비행사와 결혼할 거라면서 도망나오면서 시작된다. 아버지는 현상금까지 걸며 딸을 찾아 나서고, 그 딸은 대륙횡단 버스에 올라타서는 한 남자 옆자리에 앉게 된다. 그는 바로 프리랜스 신문기자였다. 기자의 직감으로 '특종이다' 싶어 뉴욕까지 동행하게된다. 그 와중에 싸우고, 다투고, 아웅다웅하다가 연민의 정이 사랑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나중에 오드리 헵번의 청순미 매력이 강조된 <로마의 휴일>에서 비슷하게 보여준다.

클라크 게이블은 요즘 세대에게는 거의 잊혀진 배우다. 아니 완전히 망각된 사람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느긋이 앉아서 볼 정도로 여유있는 영화팬도 드물고, 그외 그가 나온 영화들을 비디오 샵에서조차 찾아보기란 너무 힘드니까 말이다. 게다가 텔레비전에선 그의 콧배기도 보기 힘들다. (하지만 캐치원에선 박재환 말이 무색하게 얼마 전에 <모감보>라는 영화를 방영했었다 --;)

영화는 전적으로 보기에 따라선 능글 맞은 것 같고(콧수염 때문에 그런 선입견을 갖게 되지만), 또한 상당히 젠틀해 보이기도 한 클라크 게이블의 매력에 힘이 쏠린다. 프리랜서답게 콧대 높고, 자의식 강하고, 또한 알콜 중독 기운이 있어 보이며, (모든 미국의 잘 나가는 남자들이 그렇듯이) 유머감각이 있다. 클라크 게이블의 연인이 되는 부호의 딸은 Claudette Colbert라는 배우가 나온다.

둘이 티격대며 미국을 횡단할때 한 모텔에 머문다. 그때 돈이 없어 방 하나를 빌어 중간에 줄 치고, 담요 걸어놓고 경계선을 만든다. 이때 클라크 게이블이 줄곧 하는 대사 중엔 이런게 있다. "걱정 말라고. 이 제리코의 벽이 당신을 나쁜 늑대놈으로 부터 보호해줄테니..(you got nothing to worry about: the walls of Jericho will protect you from the big bad wolf.)"라고. 제리코의 벽이 어디에서 나오지? 성서에서 나오나? 여하튼 아주 유치할 것 같은 이런 대사가 원래 로맨틱 코미디의 한 요소 아니겠는가? 마지막엔 제리코 장벽을 무너뜨리기위해 트럼펫을 분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었던 장면은 아마 히치하이크 장면. 정말 잘난(^^) 클라크 게이블이 히치하이크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면 갖은 아양을 다 떨지만 차들은 무심하게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린다. 그러자, 끌로드 콜버트가 히치하이크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면서 도로곁에 싹 서더니... 스커트를 살짝 들어올려 각선미를 보인다. 그러자, 당연하게 차 한대가 끼~~익 선다. (스필버그의 감독의 <1941>에도 이러한 방법이 쓰인다.)

이 영화는 부담없이 웃으며, 아련한 옛날 톱스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원래 사랑이랑 싸우면서 깊어지고, 또한 인연이란 어쩌다 오다가다 이어지는 모양이다. 그렇다. 이 영화가 그렇다. 지하철에서 오다가다 옆에 앉은 사람 자세히 살펴보기 바란다. 콧수염 멋지게 길렸으면 한번쯤 대쉬해보기 바란다. (음, 한국엔 콧수염 기른 사람이 김흥국 뿐인가?)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가 입은 의상이 미국 패션 산업계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할때 이 영화가 곧잘 거론된다. 클라크 게이블이 모텔에서 옷을 갈아입을때 셔츠를 벗는다. 그때 그는 런닝셔츠같은 내의를 입고 있질 않았다. 그래서 향후 반백년동안 그런 유행이 지속되었단다. 진짜 멋진 마쵸맨은 속옷을 입지 않는다는... 그리고 멧 딜런(톰 크루즈였던가?)이 어느 영화에서 러닝셔츠를 입고 나올 때까지 속옷메이커는 클라크 게이블을 평생 원망했을지 모른다. 믿거나 말거나...  (박재환 1999/8/2)
 
It Happened One Night  (1934년) 
감독: 프랑크 캐프라
출연: 클라크 게이블, 클라우드 콜버트, 월터 코널리
1935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