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검사] 견자단 액션 “잘못하면 범죄에 연루될 수 있습니다!”

2025. 5. 2. 10:56중국영화리뷰

반응형


 지난 주 한국극장가에 홍콩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리얼’ 액션 스타 견자단이 감독과 주연, 프로듀서까지 겸한 영화 <열혈검사>이다. 제목만 보면 견자단이 날아다니며 홍콩의 악당들의 통쾌하게 두들겨 팰 것 같은 영화이지만 액션 플러스 법정물이다. 그리고, 넓게 보자면 ‘계도(啓導) 홍보 드라마’이다. 귀 기울일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홍콩 신계의 한 폐건물에서 홍콩 경찰특공대(衝鋒隊)가 마약 조직을 검거하는 작전을 보여준다. 팀장 곽자호(견자단)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총, 칼, 주먹의 대 난투극 속에서 일망타진한다. 그런데 법정에서는 수완 좋은 변호사의 화려한 법정쇼 끝에 악당이 풀려나는 것을 지켜만 봐야한다. 형사법률 시스템의 맹점에 분노한 그는 경찰을 그만 두고 뒤늦게 법 공부를 한 뒤 홍콩 검찰(律政司)이 된다. 그가 맡은 첫 사건은 ‘마가걸’ 사건. 청년 마가걸은 이웃의 부탁으로 소포를 대신 받는데 ‘마약 배송’에 이용된 것이었다. 청년의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변호사는 형량경감을 위해 ‘유죄인정’을 권한다. 알고 보니 그 변호사도 거대한 범죄세계의 한 축이었다. 뒤늦게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낀 곽자호는 마가걸 사건을 뒤를 쫓기 시작한다.

 <열혈검사>의 중국어원제는 <오판>(誤判)이고, 영어제목은 검사관(The Prosecutor)이다. 엄격하고 투명하고 완벽한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사법 절차에서 치명적인 ‘오판’이 생겼고, 그걸 검사측이 나서서 바로 잡는다는 이야기이다. 홍콩의 검찰 시스템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 법무부(律政司 산하에서 기소를 전담하는 ‘기소청’(刑事檢控科)같은 것이 있다. 견자단은 그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피고인의 죄’를 응징하는 역할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피고인의 무죄’를 증명하는 검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열혈검사>는 실제 홍콩에서 일어났던 ‘오심’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2016년, 젊은 사람이 친구의 소포를 대신 받았다가 ‘마약범’으로 몰려 27년 형을 받은 것이다. 이 사건은 2021년 재심 결과 무죄를 선고받았다. 홍콩의 명제작자 황백명은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기로 하고 견자단에게 시나리오를 넘긴다. 두 사람은 <엽문>시리즈로 흥행신화를 써간 콤비였다. 견자단은 액션과 법정드라마의 절묘한 배합에 흥미를 느꼈고 완벽한 홍콩식, 견자단스타일의 영화로 완성시킨다. ‘왕년의 홍콩영화’를 좋아했던 영화팬이라면 ‘미스터 부’ 시리즈의 허관문(판사), 오진우(검찰 상관), 정칙사(검찰 선배)를 알아볼 것이다. 악질 변호사 구백문을 연기한 배우는 장지림(張智霖)이다. 경찰특공대의 후배로 나오는 배우는 장천부(張天賦)로 홍콩연예인이 보통 그렇듯이 가수이자 연기자이다.

<열혈검사>가 흥미로운 것은 황백명의 ‘동방영화’(東方影業)와 함께 제작사에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최고인민검찰원 영시중심’(最高人民檢察院影視中心)이다. 우리식으로 소개하자면 ‘중국 검찰청 미디어센터’이다. ‘법’의 전문성을 살려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중국 검찰’ 작품이라고 색안경을 쓸 필요는 없을 듯. 홍콩에서는 ‘과거의 오심’까지 재심하는 전문성을 보여주고 있고, 대만에서 개봉할 때에는 대만 경찰이 나서서 ‘극중 대리 우편물 접수’의 위험성을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2013년 개봉된 전도연, 고수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받은 짐 안에 ‘마약’이 발견되어 교도소에 수감된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열혈검사>에서는 명의를 빌려주고 우편물을 받았는데, 그 안에 ‘마약’이 있었던 것이다. 공항에서 물건 부탁하거나, 해외우편물 수령 때 함부로 응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참, 견자단. 견자단의 액션은 여전히 화려하고 아름답고, 창의적이다. 특히 후반부 지하철 안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은 최고이다. 

▶열혈검사 (원제:誤判/The Prosecutor) ▶감독:견자단 ▶각본:황자환 장준호 ▶출연: 견자단, 정칙사, 오진우, 장천부, 류강▶개봉:2025년4월16일/117분/15세이상관람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