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플라이] 타산지섬(他山之殲).. "Made in China 스텔스의 위협"

2023. 11. 24. 11:30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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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플라이’(원제:長空之王)


 한국극장에서 중국영화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한국관객들은 ‘느와르 아니면 갬블러’ 일색인 홍콩영화도 안 보는데, ‘중화제일주의’로 무장한 중국영화를 볼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중국이 자기네들 인민해방군 건군90주년(2017), 중화인민공화국 건국70주년(2019),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을 맞으며 쏟아낸 기념대작 역사물들은 더더욱 한국영화팬들의 발길을 끊어놓았다. 게다가 한국전쟁(중국에서 말하는 이른바 ‘항미원조전쟁’) 70주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한국인의 신경을 건드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한국극장가에 이른바 ‘국뽕스타일’의 중국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다행히 한국역사를 건드린다거나, 우리 땅을 도발하는 프로파간다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국방관계자, 방위산업체 종사자들이 보면 좋을 듯하다. 물론 넓게 보아 남의 영화지만 우리의 애국심도 뿜뿜 샘솟을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제목을 ‘타산지석’이 아니라 ‘타산지섬’으로 한 것은 ‘섬’(殲) 때문이다. ‘섬’(殲)‘은 섬멸(殲滅)할 때처럼 ’모조리 다 죽이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전투기에 붙이는 명칭 ’J’가 여기서(졘) 온 것이다. 현재 중국이 자랑하는 최신형 스텔스전투기는 J-20이다. 영화 ‘본 투 플라이’(원제:長空之王)는 미국과 한 판 붙는 영화가 아니라, 최신형 ‘섬’(殲)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신형전투기를 몰고 테스트하다가 추락하여, 폭발하고, 유해도 수습 못하는 상황까지 두려워 않는 불굴의 애국자 이야기인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석유시추선과 작은 어선들이 보이는 바다. 아마도 중국이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대륙 남부, 남중국해인 모양이다. 어디선가 두 대의 F35 전투기가 날아온다. (어느 나라 비행기인지는 알 수 없다. 영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미국전투기일 것이다) F35의 위협적인 저공비행, 슈퍼소닉발생으로 시추선과 어선이 뒤집어지고 피해가 발생한다. 이때 중국 전투기가 날아온다. 중국 J-10전투기이다. 이제  F35와 J10의 추격전과 공중전이 시작된다. (F35는 이른바 5세대 전투기이고,  J10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J-10의 레이 소령은 끝까지 공중전을 펼치며 F35를 쫓아내지만 엔진이 고장 나고 가까스로 기지로 복귀한다. 레이의 탁월한 전투기 조종술을 눈여겨 본 ‘장팅’은 그를 연구소로 데려온다. 이곳은 첨단 전투기, 차세대 스텔스기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레이는 이제 J-20의 테스트 파일럿이 되어 완성되지 않은 전투기를 몰고 중국의 창공을 날며 극한의 비행 테스트를 이어간다. 물론, 그 와중에 동료와의 경쟁심리, 돌발사고, 죽음, 눈물, 휘날리는 오성홍기 등 애국주의 밀리터리 액션물의 클리세들이 넘쳐난다.

레이위 소령을 연기한 배우는 왕이보(王一博)이다. 한중합작 보이그룹 유니크의 멤버로 ‘K팝 아티스트’이다. 한한령 이후 한국무대에서 볼 수는 없지만 영화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올 초 개봉한 영화 <무명>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적이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다 ‘더 멋진 꿈’을 펼치기 위해 테스트파일럿이 되는 군인을 연기한다. <무명>에서 는 ‘진짜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묘한 연기를 펼쳤다. 이번 작품에서는 ‘유학’가라는 아버지의 말과는 달리 ‘애국자의 길’로 나서는 젊은 청년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는 당연히 ‘중국 애국’주의 영화지만, 애국심을 뛰어넘은 직업윤리, 책임감,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물론, 한국관객에게는 그런 식으로 접근해야 이 영화를 그나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레이가 장팅 대장과 시제기에 장비를 얹고 테스트하다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다. 열악한 조건에서 전투기가 파손되고 대장은 레이를 우선 탈출시킨다. 대장은 끝내 조종석에 갇혀 추락한다. 잔해는 산산조각난다. 장엄한 장례식장. 빨간 오성홍기가 덮인 관. 슬피 울던 아내가 마지막으로 남편의 가슴팍에 꽃을 놓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오성홍기를 들춘다. 유해가 아니라 나무를 깎아둔 것이다. 시체도 찾지 못할 만큼 산화해 버린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 영화가 상영될 때, 이 장면에서 많이들 오열했다고 한다.  이제 남은 사람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자세는 어떨까. 명약관화하지 않겠는가.

본 투 플라이’(원제:長空之王)


결국 갖은 시행착오, 희생 끝에 신형 스텔스 전투기가 완성된다. 후반부에 다시 한 번 가상적국의 스텔스가 영공을 침공해 오고, 레이는 막 완성된 중국의 신형 전투기를 몰고, 이들을 격퇴한다. “빠밤~”

이 영화에서는 몇 차례 '묘지'를 보여준다. 테스트파일럿 열사능(烈士陵)이다. 묘지에 빽빽한 비석을 보면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실제 용산전쟁기념관에 가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이후 대침투작전에서 전사한 국군과 경찰들의 이름을 새긴 장엄한 명비가 있다. 또한 국정원에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소리 없는 헌신)을 증명하듯 ‘별’로 남은 요원들이 있다. 이런 걸 볼때 무슨 생각이 드는지.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희생 없이 성과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애국심 없이 조국의 땅이 한자락이라도 남아있겠는가.  <서울의 봄>에서 쓰레기 같은 군인을 보았다면, <본 투 플라이>에서 목숨을 초개 같이 여기는 군인정신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이 영화는 중국에서 그다지 초특급 흥행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탑건:매브릭’ 짝퉁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고, 넘쳐 남는 밀덕들로부터 수많은 ‘고증오류’가 지적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큰 화면으로 중국 무기체제, 개발획득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이 어디 흔한 일인가. 

 

[리뷰] ‘본 투 플라이’, 타산지섬(他山之殲).. "Made in China 스텔스의 위협"

한국극장에서 중국영화 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언젠가부터 한국관객들은 ‘느와르 아니면 갬블러’ 일색인 홍콩영화도 안 보는데, ‘중화제일주의’로 무장한 중국영화를 볼 리가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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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플라이 (長空之王/Born to Fly) ▶감독: 류효세(劉曉世) ▶출연: 왕이보, 호군, 우적, 주동우 ▶2023년 11월22일/12세이상관람가/1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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