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개봉영화(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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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초희 감독도 복이 많아야 할텐데…….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드디어 개봉 대한민국 충무로에는 같이 글로벌하게 잘 나가는 영화도 있고, 제목조차 기억 못할 숱한 독립영화도 있다. 여기 마이너한 영화인이 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티고 산 ‘프로듀서’ 찬실이다. 힘들게 제작에 들어간 신작. 그런데 대박흥행 고사를 치르기가 무섭게 감독은 비명횡사하고, 영화는 엎어지고, 찬실이는 실업자가 된다. 그런데도 영화제목은 이다. 감독은 극중 ‘찬실이’만큼 영화판에서 꿋꿋이 버틴 김초희 감독이다. 코로나19가 초고속 확산세를 보이면서 영화계는 거의 멈춰 선 듯하다. 많은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이 늦춰지고 홍보활동도 취소되었다. 극장가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3월 5일 개봉예정인 독립영화 는 제목과는 달리 쓸쓸하게 사라질 듯하다. ..
2020.03.05 -
[작은 아씨들] 150년간 이어온 소녀의 꿈 (그레다 그윅 = Greta Gerwig 감독, Little Women 2019)
소싯적 읽은 세계명작동화전집에는 도 끼어 있었다. 지은이는 ‘올코트’였을 것이다. 로 할리우드의 차세대 유망감독으로 부상한 그레타 거윅은 영리하게도 가 아니라 로 1860년대의 미국을 보여준다. 멀리 보면 역사, 가까이로는 가족의 소중함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녀의 꿈을 이야기한다. 지금 와서 더욱 주목받는 자의식 강한 여성을 앞세워서 말이다. 루이사 메이 올코트가 1868년 발표한 소설 은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이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그레타 거윅 감독은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플로렌스 퓨, 티모시 샬라메, 메릴 스트립을 캐스팅하여 다시 한 번 고전적 품격에 도전한다. 이 영화는 이 휩쓸던 이번 아카데미시상식에서 6개부문 후보에 올랐었고, ‘의상상’을 수상한다. 확실히 ‘의상’만큼은..
2020.02.21 -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언론시사회 (2020.2.17 CGV용산)
지난 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에 빛나는 김초희 감독의 독립영화 가 언론시사회를 갖고 일반 개봉을 준비 중이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언론시사회가 눈이 소복이 내린 17일(월)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김초희 감독과 배우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이 참석했다. 영화는 영화 프로듀서로 희망에 가득한 신작 크랭크인을 준비하던 결정적 순간에 어이없는 감독의 돌연사로 작품이 무산되고, 백수가 된 과년한 노처녀 찬실(강말금)의 리얼라이프를 다루고 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및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고, 해외영화제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는 단편 ‘겨울..
2020.02.18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옆에서 본 여인, 앞에서 본 연인 (셀린 시아마 Céline Sciamma 감독, Portrait of a Lady on Fire 2019)
풍속사(史)에서 ‘사진신부’(Picture-Bride)라는 걸 만날 있다. 특정시기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직 사진으로만 결혼할 상대를 간택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 초,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간 남성이 고국의 여인네를 오직 사진으로만 보고, 결혼하여 일가를 이룬다. 조금 앞선 시기 미국 서부로 간 일본남자의 형편도 비슷했다. 미국 항구에 도착한 일본 예비신부들은 자신의 신랑을 알아볼 수 없었단다. 노동자가 한껏 꾸민 사진과 실제 부두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판이했기에. 아마도 ‘사진후반작업의 원조’이리라. 하지만 신랑은 그림 속 신부를 기꺼이 배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영화 의 출발은 그러하다. 영화는 18세기 신부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의 이야기이다. 사진도, 전화도, 인터..
2020.02.17 -
[인터뷰] 라미란 “정직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 ‘정직한 후보’)
굳이 연기자를 남자와 여자로 나눴을 때, 작년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한 것은 ‘겨울왕국2’(?)이고, 그 다음이 ‘캡틴 마블’이다. 충무로영화로는 ‘82년생 김지영’(367만)과 ‘걸캅스’(162만)가 인기를 끌었다. 영화와 방송을 오가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지켜온 라미란으로서는 감격스러운 일. 올해, 다시 한 번 원톱 주연으로 영화팬을 찾는다. 코믹연기의 장인 라미란이 선택한 영화는 장유정 감독의 이다. 오는 4월 15일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명백한 기획영화로 보이지만, 영화사는 절대 ‘정치영화’가 아니라 ‘라미란표 코미디’라고 홍보한다. 개봉을 앞두고 라미란을 만나 영화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위력을 떨치기 시작하던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
2020.02.17 -
[조조 래빗] 인생은 ‘레알’ 아름다워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Jojo Rabbit, 2019)
전 세계적으로 8억 5천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린 마블의 를 연출한 뉴질랜드의 타이카 와이티티(Taika Waititi) 감독에게는 마오이 핏줄이 흐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태인이다. 그는 자신을 ‘폴리네시안 유태인’이라고 말한다. 유태인 와이티티가 히틀러를 연기한 영화가 바로 이다. 영화감독, 각본가이자 코미디언이이고 했던 그가 만든 은 과연 어떤 영화일까. 나치 열성신봉자, 조조의 비밀 요하네스 ‘조조’ 베츨러(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열 살 철부지 소년이다. 겁도 조금 많은 편이다. 아빠는 이태리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조조는 씩씩한 엄마 로시(스칼렛 요한슨)와 함께 2차대전 마지막 혼란스런 나날 속에서 ‘정통 아리안’으로서의 프라이드를 지키며 살아가려고 한다. 조조 곁에는..
2020.02.11 -
[페인 앤 글로리] 알모도바르의 시네마 파라다이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Pain and Glory 2019)
[리뷰] 페인 앤 글로리, 알모도바르의 시네마 파라다이소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에게 거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은 꽤 오래 된다.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는 신작 (Dolor y gloria)가 개봉되었다. 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스페인영화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과 나란히 올랐다. 이 칸에서 작품상(황금종려상)을 받을 때 의 주인공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었다. 영화는 무척 오랜만에 돌아온 왕년의 영화감독이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형태이다. 무엇이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이끌었는지, 어떤 일로 창작의 열정이 불타올랐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지난 30년간 활동을 중단했는지를 들려준다. 영화는 오래 전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들을 보여준다. 아이를 업고 있는 여성이 주인..
2020.02.11 -
[1917] 서부전선 이상있다 (샘 멘더스 감독, Sam Mendes 2020)
(2020년 2월) 10일(월) 오전,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영화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과 함께 강력한 수상후보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 샘 멘데스 감독의 이다. 샘 멘더스 감독은 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한 인물이다. 마블의 ‘어벤져스’의 감독 물망에도 올랐던 사람이고, 과 등 007영화 두 편을 잇달아 연출한 영국감독이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1917’이다. 샘 멘더스 감독은 1차 대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알프레드 멘더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유럽대륙에 전쟁이 일어나고, 러시아가 참전하면서 이른바 서부전선-동부전선이 형성된 시기. 영화는 프랑스 북부에 길게 형성된 전선을 배경으로 한다. 엄청나게 길게 형성된 전선에서 양측 ..
2020.02.10 -
[사마에게] 피, 주검,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알레포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감독 For Sama)
잠깐 구글맵이라도 펼쳐보시길. ‘시리아’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는가. 터키, 이라크, 이스라엘 등 중동의 화약고인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다. 인구는 2200만 ‘정도’란다. 외신에 관심이 없더라도 몇 년 동안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주민을 학살하고 있고, 견디지 못한 수백만이 국경을 넘어 난민신세가 되었단다. 시리아의 지정학적 위치나 알아사드의 인물평은 잠깐 뒤로 하고, ‘학살의 현장’으로 관객을 곧장 인도하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와드 알-카팁과 에드워드 왓츠가 위험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이다. ‘사마’는 와드 알-카팁 감독의 예쁜 딸이다. 폭탄이 하루도 빠짐없이 펑펑 터지는 시리아 알레포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영화는 지옥 같은 알레포에서 5년 동안 찍은 영상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
2020.02.01 -
[인터뷰] 우민호 감독 “남자들의 충성에서 미스터리한 총성으로” (영화 '남산의 부장들')
1979년 10월 26일 저녁, 청와대 인근 중앙정보부(국정원-안기부의 전신)의 궁정동안가(안전가옥)에서 일어났던 총격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의 우민호 감독의 신작 이다. ‘남산’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위치했던 곳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청와대 후문 쪽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우민호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괜찮은 평가를 받았기에 전작 ‘마약왕’의 흥행실패로 조금 의기소침했을 우 감독은 기대를 갖고 있는 듯 했다. - 시사회 이후 평가가 좋다. 어떤가. “제가 찍은 영화 중에서는 가장 좋게 봐 주신 것 같다. 그 동안 작품이 ‘자극적이다’ ‘선정적이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지점에서 평가를 받은 것 같다.” - 같은 사건을 다룬 임..
2020.01.22 -
[넷플릭스 메시아] “의심하라, 의심하라, 의심하라. 언제까지?”
넷플릭스가 2020년 새해 벽두에 전격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Messiah)가 화제다. 45분 남짓 에피소드 10편이 한꺼번에 공개된 는 전쟁의 공포가 끊이지 않는 중동 땅에 마치 ‘예수의 재림’이라도 되는 듯한 미스터리한 남자의 등장으로 세계평화가 아슬아슬해지는 국제정세를 담은 스릴러이다.드라마는 중동의 모래바람과 함께 시작된다. 모래폭풍보다 전쟁의 공포가 더 큰 다마스쿠스 난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황량한 곳에서 한 남자가 열변을 토한다. “모래바람은 물러날 것이고, IS도 사라질 것”이라고. 정말 그의 말대로 이뤄진다.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황야로 나선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른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이스라엘 국경선. 언론들이 이 황당한 소동을 생중계하기 시작한다. 이 남..
2020.01.16 -
[넷플릭스 드라큘라] 색(色),계(戒) (Dracula 2020)
‘드라큘라’는 가상의 캐릭터이다. 인적 드문 깊은 산속에 우뚝 솟은 고성에 사는 이 불쌍한 존재는 햇빛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래서 낮에는 지하실 자신의 관속에서 다소곳이 잠들어 있다가 해가 지면 밖으로 나와, 사람의 목을 깨물어 그 피를 빨아먹는다. 브램 스토커가 1897년 발표한 소설 (Dracula)에서 묘사된 흡혈귀의 모습이다. 당연히, 브램 스토커의 소설 속 드라큘라는 이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전설과 인간이기에 가능한 상상력이 결합한 이야기이다. 연약한 인간, 영생을 꿈꾸는 존재, 피와 죽음의 공포를 찬란한 태양 빛과 버무린 이 괴담은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와 연극, 뮤지컬, 그리고 그림으로 공포심과 경외감을 담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넷플릭스에서도 ‘드라큘라’를..
2020.01.16 -
[야구소녀] “주수인, 힘 내!” (최윤태 감독 Baseball Girl 2019)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붐이 일기 시작할 때 허영만 작가가 이라는 재밌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용화 감독이 로 영화화했었다) 야구를 사람만 하라는 법이 있냐며, 고질라가 타석에 들어서면서 펼쳐지는 ‘스포츠-애니멀’ 드라마였다. 그런데, 원래 프로야구에는 ‘프로야구에는 남자만 하는 법’이라는 규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야구소녀’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줄 설명이 나온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의학적으로 남성이 아닌 자’는 부적격 선수로 분류됐다. 1996년, 규약에서 이 문구가 사라진 뒤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되었다”수많은 스타들이 한국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동안 여자 프로야구선수가..
2019.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