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계영화 (아시아,아프리카,러시아,중남미)(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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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일로] 아시아경제위기를 기억하나요 (진철예 감독 爸媽不在家 Ilo Ilo 2013)
(박재환 2015.11.3) 오늘 밤 12시 35분 KBS 1TV의 ‘KBS독립영화관’ 시간에는 꽤 울림이 큰 ‘싱가포르’ 영화 한 편이 방송된다. 지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상영된 천쯔이(陳哲藝,안소니 첸) 감독의 ‘일로 일로’라는 작품이다. 싱가포르 영화를 만나보기도 쉽지 않은데 영화 자체도 꽤 좋다. 아니 훌륭하다.‘일로 일로’는 1997년 아시아경제(외환/금융)위기 당시 싱가포르의 한 소시민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그만 회사의 영업사원인 아버지, 둘째를 임신한 몸으로 경리일을 하는 어머니. 이 맞벌이 집안의 하나뿐인 아들은 학교에서 공부보단 사고치기에 바쁘다. 집안일을 들 요량으로 필리핀출신의 가정부를 들인다. 아들놈은 필리핀 아줌마가 맘에 들지 않지만 같이 지내고 보니 정이 든다. 아..
2019.08.10 -
[베드 테이스트] 고무인간의 최후 (피터 잭슨 감독 Bad Taste 1987)
(박재환 2002.3.19.)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이민 적격지로 생각하는 나라가 뉴질랜드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에는 푸른 초원과 풀 뜯어먹는 양(羊)들 말고는 그다지 내세울 게 없는 나라이다. 영화 또한 그러하다? 최근 니콜 키드먼과 러셀 크로를 위시하여 호주 출신 영화인들이 실력을 발휘하면서 이쪽 동네로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사실 영화에 있어서는 변방 중의 변방에 속할 조용한 초원국가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피터 잭슨은 영화천재라고 할만하다. 그는 어릴 때 부모에게 8미리 카메라를 받아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83년쯤(그의 나이 스물 둘)에 장편극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니, 작업에 뛰어들었다. 원래는 15분짜리 단편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4년에 걸쳐 92분짜리 극영화로 완성된 것이다. 물론,..
2019.08.06 -
[갱스터 초치] 쇼핑 백 속의 갓난아기 (개빈 후드 감독 Tsotsi 2006)
지난(2006년) 3월 열린 7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다. 올 아카데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출품되었지만 수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라는 영화에 돌아갔다. 남아공? 흑인들의 땅 ‘아프리카’이지만 오랫동안 서구 백인들의 식민지로, ‘아파르트헤이트’ 백인들의 지배하에 있던 이 나라는 ‘만델라’가 상징하는 아프리칸 들의 자유와 민주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실제 남아공의 모습은 어떨까. 대도시에는 현대식 초고층 건물이 있지만 그 구역을 벗어나면 빈곤과 폭력이 난무하는 흑인들만의 빈민가가 존재하고 있다. 는 그러한 남아공의 현실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남아공의 인종차별 문제를 작품에 담아온 작가 아솔 푸거드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주인공 ‘초치’는 오늘도..
2019.07.28 -
[액트 오브 킬링] 인도네시아 킬링필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The Act of Killing, 2013)
(박재환 2018.08.22) 지금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는 18회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동방신기’ (혹은 전현무의 우스갯소리) 때문에 유도유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라는 대통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서구인의 시각에서는 한국의 박정희 정권과 함께 ‘아시아 개발독재정권’을 언급하며 수카르노를 이야기할 것이다. 수카르노는 1965년 수하르트를 몰아내고 집권한 군인이다. 그가 정권을 잡았던 그해 인도네시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끔찍한 학살이 자행되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최소 40만에서 최대 300만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끔찍한 역사의 공간으로 안내할 영화를 소개한다..
2019.02.11 -
[가버나움] ‘반딧불의 묘’와 '하비비’가 만난다면 (나딘 라바키 감독 Capharnaum, Capernaum, 2018)
영화가 한 국가의, 사람 사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경우가 많다. 지켜보는 사람이 괴로울 정도로. 1999년 우리나라가 IMF의 수렁에 빠져 온 국민이 고통에 허덕일 때 우리나라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 나왔다. 경사스런 일이었지만 수상작 의 내용은 이랬다. IMF 실직자 가장은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바다를 찾는다. 온 가족은 함께 자살을 한다는 내용. 당시 한 신문은 기사에서 “국민에게 힘을 주어야할 때 이런 영화가 나온 것이 유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가 아카데미를 휩쓸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소설(Q&A)을 쓴 비카스 스와루프는 현직 인도 외교관이었다. 인도의 어두운 면을 썼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원작자보다는 영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9.02.10 -
[시크릿 시티] 중국황화론과 하우스오브카드가 만나다 (Secret City/Pine Gap)
지난(2018년 7월) 7일, 한국에 부임한 신임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Jr.)는 당초 호주 대사로 지명된 사람이었다. 얼마 전까지 태평양사령관이었던 그가 급하게 한국대사로 날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그보다 그런 군인출신을 호주대사에 보내려한 이유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호주는 평화롭고 한가한 나라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게 되면 호주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호드(호주드라마) ‘시크릿 시티’(Secret City)이다. 크리스 울만과 스티브 루이스가 쓴 소설 ‘The Marmalade Files and The Mandarin Code’를 원작으로 호주의 폭스텔이 제작한 이 드라마는 2016년 호주에서 방송되었고,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2018.07.20 -
[스테이션7] “소련우주선이 고장났어요!” (클림 시펜코 감독 Salyut 7, 2017)
[2017.12.4]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13)는 고장난 우주선을 고치다가 낙오된 우주인의 기적 같은 지구 생환과정을 담은 영화였다. 극한의 상황에서 혼자 ‘남은 산소량’과 사투를 벌이며 지구로 귀환해야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실제 이런 일이 우주에서 벌어졌었다. 미국 NASA가 아니라, 러시아, 즉 옛 소련의 우주정거장 이야기이다. 7일 개봉되는 (감독 클림 시펜코)은 1985년 우주에서 발생한 소련 우주정거장의 고장과 그 수리과정, 그리고 우주인의 지구로의 귀환과정을 생생하게 극화했다. 1985년 ‘살루트7호’가 우주정거장이 궤도를 이탈한다. 때마침 미국 NASA에서는 우주왕복선을 쏘아 올렸다. 당시 미국 레이건과 소련 고르바초프는 평화회담보다는 마지막 ‘이데올로기 전쟁’에 열을 올리던 시절..
2018.07.01 -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캄보디아 딸이 기억한다 ] 안젤리나 졸리의 킬링필드 (First They Killed My Father, 캄보디아/미국,2017)
[박재환 2017-09-20] 내년 3월에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 출품될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한국은 장훈 감독의 을 선정했다. 다른 부문과는 달리 ‘외국어영화상 부문’은 미국 영화아카데미협회가 각국의 영화관련 기관에 출품을 위탁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해마다 독립적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한국대표작을 뽑고 있다. 올해에는 모두 11편이 출품 신청을 했고 최종적으로 가 선정되었다. 물론, 각 나라가 작품을 보낸다고 다 후보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아카데미에서 예심을 거쳐 최종적으로 다섯 편을 본선후보에 올린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아카데미 투표권자의 취향과 미학에 딱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내세웠지만 한 번도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 올해 다른 나라는 ..
2017.09.20 -
[세일즈맨] 세일즈맨, 욕망이라는 이름의 장의차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2016)
‘어바웃 엘리’(09),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11),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13)로 해외 영화제에서 상찬을 받은 이란 영화감독 아쉬가르 파라디의 신작 역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 작년 깐느에서 이 작품은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았고, 트럼프가 막 취임할 때 열린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외국어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그때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반이민정책을 발표하며 이 이란 감독은 뉴스의 중심에 떠올랐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식(?) 있는’ 미국 아카데미는 보란 듯이 이 감독에게 외국어작품상을 안겨주었다. 은 이야기꾼 아쉬가르 파라디의 솜씨를 만끽할 수 있다. 이번에 던져진 상황은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의 걸작 을 연극무대에 올리려는 이란..
2017.08.22 -
[어느 독재자] "독재자는 죽어서 깨우친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The President 2014)
[박재환 2017-04-07] ‘이란 영화’란 어린이영화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제 등을 통해 소개되는 이란영화는 하나같이 가난한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별것 아닌 사건으로 2시간 남짓 마냥 걷고, 뛰고, 이야기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그런데, 이란영화가 그렇게 가족친화적인 영화가 주류를 이룬데는 이유가 있다. 어느 해인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란영화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소개됐었다. 이란은 오랫동안 영화에 대해 끔찍할 정도의 검열을 실시했고 그 결과 살아남았거나, 해외영화제에 출품되는 영화는 어쩔 수 없이 해맑은 아이들의 감동스토리뿐이란 것이다. 그런 이란영화계에 모흐센 마흐말바프(Mohsen Makhmalbaf)의 존재는 대단하다. 해외영화제에 상을 받았다고 해서, 신작이 나올 때마..
2017.08.22 -
[런치박스] 잘못 배달된 운명의 도시락 (리테쉬 바트라 감독 Dabba, The Lunchbox, 2013)
지난 주말(2014.11.17.)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된 ‘런치 박스’는 한밤의 시청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인도영화였다. 인도 출신으로 현재 미국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리테시 바트라 감독의 ‘런치박스’는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올 초 아트극장에서 잠깐 상영되었다. 한국독립영화/단편영화와 함께 해외의 우수 아트계열 영화를 소개하는 ‘KBS독립영화관’을 통해 한국시청자에게 다시 선보인 것이다. ‘런치박스’는 인도 뭄바이의 명물인 도시락배달 시스템을 보여준다. ‘다바왈라’라 불리는 인도의 도시락 배달부는 우리나라 식당 배달시스템과는 조금 다르다. 작년 KBS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에서 에드워드..
2017.08.16 -
[오마르]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 Omar, 2013)
‘세계의 화약고’,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곳은 대개 이 지역이다. 이라크, IS창궐지역,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일대이다. 그중 ‘이스라엘의 비극’, 혹은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시작되었다. 물론 그 씨앗은 2천 년 전에 뿌려졌지만. 시나이반도 땅에 이스라엘이 정착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점점 그곳에서 내쫓기고 생존의 공간이 축소되어왔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마저 격렬히 비난하는 것은 이스라엘에 의한 일방적인 장벽설치(West Bank barrier)이다. 이스라엘은 테러공격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002년부터 요르단강 서안에 총길이 712킬로미터의 장벽공사를 하고 있다.(현재 62%완공되었단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거지역을 높다란 콘크리트 장벽으로 에워싸..
2015.02.05 -
[볼쇼이 스페셜 갈라] 240년 전통 볼쇼이 예술혼의 정수 (바실리 시나이스키 감독 Bolshoi theatre’s reopening gala 2011)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났다. 막판에 김연아의 빼앗긴 금메달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게다가 크림반도 사태까지 터지면서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러시아지만 ‘볼쇼이’에 대한 예술적 믿음은 확실하다. 소련 공산체제가 무너지면서 소련-러시아의 위대한 문화유산의 많은 부분이 볼쇼이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으니 말이다. 볼쇼이 대극장은 1776년 당시 예카테리나 여제의 명령으로 모스크바에 세워진 러시아 최초의 오페라 하우스이다. 개관 당시 공식명칭은 ‘러시아 국립아카데미 대극장’이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대극장 내에는 세계최고수준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발레단이 소속되어 있다. 240년의 세월을 지내며 세 번의 대 화재와 세계대전의 수난을 겪어야했다. 그리고 끝없이..
2014.03.05 -
[스탈린의 선물] 수령동지의 ‘핵폭탄’급 선물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 The Gift To Stalin 2008)
이번 (2008년)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는 카자흐스탄 영화가 선정되었다.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의 [스탈린의 선물]은 월드 프리미어로 부산에서 공개되었다. 카자흐스탄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나로서도 처음 대하는 카자흐스탄 영화이다. 카자흐스탄은 어디에 있는가 지도를 펼쳐보면 중앙아시아에 일련의 ‘-스탄’국가가 있다. 인도 바로 위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위치해 있고, 그 위로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있다. 러시아 바로 밑에 카자흐스탄이 있다. 이들 나라 중에 땅 넓이로는 카자흐스탄이 가장 넓다. 이곳은 우리에게 고려인 강제이주라는 아픈 역사 때문에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다. 영화는 이렇다 어린 유태인 소년 사쉬카(달렌 쉰테미로프)는 스탈린의 소련군에 ..
2008.10.08 -
[천국의 미소] 천국의 향기, 천국의 색깔 (마지드 마지디 감독 The Color of Paradise,1999)
(박재환 2001.7.7.) 작년(200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흥미로운 다큐멘타리 한 편이 상영되었다. 라는 다큐멘터리였는데 1990년대 이후 세계 영화제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이란영화 발전의 이면을 현재 활동 중인 이란 감독들의 인터뷰를 통해 살펴본 작품이다. 아마도 에서부터 까지 일련의 이란 영화를 한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헐리우드 영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스케일에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비전문 연기자들의 생생한 연기 속에서 내뿜는 ‘이란인의 삶’에서 영화라는 매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 다큐를 보고 나면, 이런 ‘이란영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혁명이후의 이란영화는 우리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검열의 희..
2008.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