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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가버나움 ‘반딧불의 묘’와 '하비비’가 만난다면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9.02.10 14:23


영화가 한 국가의, 사람 사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경우가 많다. 지켜보는 사람이 괴로울 정도로. 1999년 우리나라가 IMF의 수렁에 빠져 온 국민이 고통에 허덕일 때 우리나라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 나왔다. 경사스런 일이었지만 수상작 <소풍>의 내용은 이랬다. IMF 실직자 가장은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바다를 찾는다. 온 가족은 함께 자살을 한다는 내용. 당시 한 신문은 기사에서 “국민에게 힘을 주어야할 때 이런 영화가 나온 것이 유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아카데미를 휩쓸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소설(Q&A)을 쓴 비카스 스와루프는 현직 인도 외교관이었다. 인도의 어두운 면을 썼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원작자보다는 영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은 해외영화 출품규정에 중국의 어두운 면을 다룬 작품의 해외영화제 출품을 불허하는 조항도 있다. 이 규정을 어겼다가 작품 활동이 중단된 경우도 많다. 한때 국내영화제(특히, 전주국제영화제)에 소개되는 중국 독립영화들을 보면 하나같이 중국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었다. 영화를 통해 그 나라의 어두운 면, 부정적인 면이 소개되니 이른바 국가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지난 주 개봉된 <가버나움>은 어떨까. 확실히 어둡고, 암울하고, 절망적이다.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위쪽에 레바논이란 나라가 있다. 레바논 옆에는 시리아가 위치해 있다. 레바논은 이슬람교도와 기독교가 반반 정도인 나라인데 오랫동안 전쟁에 시달렸다. 지금은 이웃 시리아에서 넘어오는 난민들로 북새통이다. 레바논의 수도가 바로 1980-90년대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戰禍)를 전하던 ‘베이루트’이다. 영화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다. 


베이루트의 빈민촌. 자인(자인 알 라피아)의 집은 곧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아파트. 대책 없는 부모들이 아이를 줄줄이 낳았다. 자인은 어린(12살) 나이에 집안을 책임져야할 지경. 마약성 진통제인 트라마돌을 물에 타서 팔고, 동생 사하르(하이타 아이잠)와 함께 과일주스를 만들어 팔고, 동네 슈퍼마켓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집안을 부양한다. 그런데 이 찢어질 듯 가난한 집 부모는 어린 사하르를 동네 슈퍼마켓 주인 아사드에게 시집보낸다. 보나마나 돈 몇 푼 때문에. 어쩌면 입 하나를 덜기 위해서. 사하르를 끔찍이 아끼는 자인은 집을 나온다. 유원지에서 쫄쫄 굶고 있을 때 그에게 자비를 베푼 것은 에티오피아 불법체류자 라힐(요르다노스 시프로우)이었다. 그것도 인연이라고 어린 자인은 라힐의 움막 같은 집에 얹혀 살게된다. 라힐이 돈 벌러 가면 그의 갓난아기 요나스를 보살피는 게 그의 몫이다. 이제 이 기막힌 빈곤과 불법체류의 끝은 재판정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자인이 자기 부모를 고발하는 것을 축으로 삼는다. 왜 나를 낳아 이 생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하느냐고.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적어도 베이루트로 몰린 난민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전쟁을 피해, 가난을 피해, 혹은 종교박해를 피해 베이루트항으로 몰린. 그곳에서 스웨덴으로, 터키로, 더 나은 나라로 가고 싶어 하는 절박한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그곳 레바논의 환경도 녹록찮다. 


이게 모두 종교분쟁 때문인지, 정치지도자 때문인지, 혹은 트럼프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오랜 세월 인간사회는 서로 지지고 볶는 수준을 넘어서 ㅈ증오와 학살의 고지에 올라섰으니 말이다. 


영화 ‘가버나움’은 지난 주 발표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감독 나딘 라바키 감독은 이 부문 최초의 아랍여성 감독으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나딘 라바키 감독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길거리 캐스팅을 했다. 소년 자인은 시리아에서 건너온 실제난민이었다. 라힐(요르다노스 시프로우)과 그이 갓난아기 역의 요나스(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 또한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다. 


영화제목 ‘가버나움’의 뜻이 궁금했다. ‘크파르나훔’(כְּפַר נַחוּם, 가버나움, 카파르나움)은 성서에 등장하는 동네이다. 레바논 베이루트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갈릴레아 호수 북쪽에 있는 동네이다. 나자렛에서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예전 예수님이 복음을 선포한 곳이다. 지금은 폐허만 남아있고 성서의 길을 찾는 관광객이 붐빌 따름이란다.


혹시 영화 속 어린 여동생 ‘사하르’가 겪었을 끔찍한 ‘여성의 삶’을 만화로 보고 싶다면, 크레이그 톰슨의 그래픽노블 ‘하비비’를 권한다. 전쟁은, 분쟁은, 가난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특히, 여자와 아이에게는 더욱 더!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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