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리뷰(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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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성] 홍콩인의 초상
[리뷰 by 박재환 1999/4/23] 영화는 재미있게 잘 보았다. 원래 '여명+서기' 나온다기에 '여명+장만옥'이랑은 다를 것은 분명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명은 여명이고, 장완정은 장완정(주윤발 나온 홍콩멜로물의 명작감독임)인 것이다. 그러니 그저그런 멜로물로 접어두기엔 좀 아까운 구석이 있는 영화이다. 그것은 아마도 홍콩인의 정체성을 다룬 또하나의 역작이기 때문이다. 사실 1997년 7월 1일부로 홍콩이 중국에 넘어간 후 그 홍콩인들이 어떻게 될지는 우리보다 그 사람들이 더 고민하고, 고뇌하고, 방황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그랬을 것이다. 의 경우는 그들은 미국으로 도망간다. 홍콩-중국의 못 이룬 사랑을 미국에서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의 감독 진가신도 미국 헐리우드로 진출한다. 그의 첫 ..
2008.02.16 -
[중경삼림] 유효기간 1994년 5월 1일까지 (왕가위 감독, 重慶森林 1994)
(박재환 1999/6/9) 왕가위 감독의 을 어제 다시 보았다…….. (할리우드키드였던 나는 군대 갔다와서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렸다. 어느 날 을 보게 되었다. 아마 95년도 쯤이었던 모양이다. 춘천의 한 극장이었다.(당시 춘천에는 개봉관이 세 개 뿐이었다. 그러니 웬만한 영화는 전부 ‘1주일’ 상영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은 상영 기간내내 사람이 꽉꽉 찼었던 것 같다) 그 현란한 카메라와 경쾌한 음악에 아, 저런 감독이 있었구나. 그는 바로 과 로 한창 주가를 올리며 추종자를 양산하던 왕가위였다. 그리곤 그때부터 다시 영화를 좋아했고, 다시 잡지를 사기 시작했다. 물론 였다. 중경삼림은 참 재미있는 영화이다. 깔끔하고, 유쾌하고, 그리고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들어가는 깊은 맛이 있는 멋있는 영화이다..
2008.02.16 -
[천녀유혼3] 왕조현 귀신과의 슬픈 사랑
[리뷰 by 박재환 2005/5/26] 샌님 장국영과 처녀귀신 왕조현이 출연한 판타스틱 무비 [천녀유혼](87)은 우리나라 영화팬들이 좋아하는 홍콩영화 중의 하나이다. [천녀유혼]의 성공 이후 서극은 속편(90) 뿐만 아니라 3편(91)까지 내리 만들었다. 감독은 모두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정소동이 맡았다. 장국영의 1,2편은 일단 잊고 3편을 감상하자. 영화가 시작되면 전편의 주요 장면이 잠깐 플레이된다. 바로 장국영이 어떻게 왕조현을 만났고 우마가 어떻게 귀신을 처치하는지. 그리고 조그만 옹기 속에 담겨서는 "나의 공력이 떨어지는 100년 뒤에 이 귀신이 다시 세상에 나올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렇게 [천녀유혼]은 100년의 세월을 두고 새로운 남자주인공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3편에서 새..
2008.02.16 -
[천녀유혼] 장국영,귀신과의 사랑 (정소동 감독 倩女幽魂 A Chinese Ghost Story1987)
천녀유혼이라면 ‘홍콩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영화이다. 중국에는 (聊齋志異)라는 책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귀신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이런 귀신이야기, 미스테리 터치의 스토리를 자주 보고 듣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회현상과 맞물려 돌아가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사회 현상보다는 원래가 그런 귀신이야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 같은 시리즈말이다. 는 명말청초에 살았던 포송령(蒲松齡)이란 사람이 엮은 책이다. 괴이한 일이나 전설, 갖가지 이물(異物)에 관심이 많았고, 들은 게 많았던 그는 살아생전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그가 죽고 난 뒤에야 출판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단편 496편이 수록되었다. 한여름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남자가..
2008.02.16 -
[삼장법사의 모험 = 정전대성] 유진위, 10년 만의 '서유기' 속편
[리뷰 by 박재환 2006/2/13] 유진위(劉鎭偉(Jeff Lau)) 감독은 정말 흔치 않은 홍콩의 컬트영화 감독이다. 감히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불러도 될만큼 독특한 작풍을 선보이고 있는 감독이다. 도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었기에? 주성치의 (월광보합/선리기연), 홍콩의 내로라하는 스타가 총출동하는 (동사서독이 아님), 등이다. 그리고 홍콩영화에 애정이 많다면 나 도 함께 거론할 수 있다. 여하튼 유진위 감독은 별난 감독이다. 그의 이력은 더욱 별나다. 미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홍콩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자기 취향이 아니라며 업종을 바꿨다. 뭘로? 회계업무였다. 주로 영화사 관련 업무를 보다가 자기 취향을 제대로 찾는다. 시나리오를 쓴다. '왕가위 감독'이 잠깐 얼굴을 보이는 희한한 작품 이라는 작품..
2008.02.16 -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 확실한 당계례 액션! (당계례 감독 雷霆戰警 China Strike Force 2000)
(박재환 2002/9/20) 홍콩영화의 몰락에 대해서는 너무 자주 이야기해서 다시 거론하는 게 미안할 따름. 항상 희망적인 삶을 살라는 충고에 따라 홍콩 영화의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를 리뷰 한다. 성룡이 같은 미국자본의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 미국에서 빅 히트를 친 그의 액션물은 (96년개봉 3,200만 달러), (97년 개봉 1,400만 달러)이다. 이 영화의 공통점은 바로 당계례(Stanley Tong)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아시아에서 20년 이상 흥행성을 인정받아온 성룡의 아크로바틱한 몸놀림을 미국시장에서도 수용될 수 있게 승화시킨 것에는 당계례 감독의 공도 클 것이다. 당계례 감독은 스턴트맨으로서 홍콩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는 액션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당 감..
2008.02.16 -
[첩혈가두] 영원한 우정
[리뷰 by 박재환 2003/4/16] 헐리우드로 건너가서 와 라는 블록버스트를 내놓은 오우삼 감독의 홍콩시절 대표작으로는 (86), (89), (90)가 있다. 이 중 부터 리뷰한다. 먼저, 제목 설명. *牒*血街頭(Die2 Xie3 Jie1 Tou2) [띠에-씨에-지에-토우) '첩'자는 피가 철철 넘치는 모습을 형용한다. 그러니깐 '피투성이의 거리'라는 정도의 의미. 제목부터 다분히 '폭력적'이지 않은가? 영어제목은 'Bullet in the Head'이다. '머릿 속의 총알?' 영화를 보면 무슨 뜻인지 안다. 아마도 1960년대 홍콩. 빈민가의 그렇고 그런 '친구'를 보여준다. 양조위, 장학우, 이자웅. 이들은 자전거를 타며 부둣가를 휘저으며 청춘의 한때를 보내는 것 같지만 '가난'때문에 너무나 비..
2008.02.16 -
[동경용호투] 고혹자, 여섯번째 이야기
[리뷰 by 박재환 2000/8/29] 홍콩의 인기 만화 중에 시리즈란 것이 있다. 이 인기만화는 96년부터 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를 필두로 , , , 까지 다섯 편이 만들어졌고, 올해 초 그 여섯 번째 작품으로 이 만들어졌다. 이번 여섯 번째 시리즈는 모종의 이유로 영화사는 '고혹자'라는 표기를 붙이지 못한 채 홍콩과 대만에서 이라는 제목만으로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뜻밖에 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였다. 영화 마지막에 오르는 크레딧을 보면, 이 영화가 시리즈에서 따왔음이 나타난다. 시리즈는 홍콩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폭력써클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진호남(陳浩南)과 산계(山鷄) 등 학생 몇이 나중에 사회로 진출하고, 흑사회(암흑가)까지 연계되면서 펼쳐지는 폭력활극이 현지에서는 꽤나 인..
2008.02.16 -
[패왕별희] 力拔山氣蓋世라도 어찌하리오 ( 진개가 감독 霸王别姬/ Farewell My Concubine,1993
천카이거(진개가) 감독의 는 깐느영화제에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와 함께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했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어작품상 후보에 오른 홍콩영화이다. 물론, 장국영의 사후 장국영 팬들로부터 “장국영의 숨결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꼽은 영화이기도 하고 말이다. 는 홍콩의 베스트셀러작가 이벽화(李碧華)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벽화는 , , , 등과 같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운명과 사랑의 이야기를 주로 펼치는 작가이다. 또한 그러한 역사의 소용돌이라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파트너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다. 원래 ‘패왕별희’의 이야기는 진시황 기 죽은 뒤, 다시 사분오열될 중원을 두고 대격돌을 벌였던 한나라 유방과 초패왕 항우의 이야기에서 연유한다. 유방은 결국 항우를 무찌르..
2008.02.15 -
[천룡팔부] 김용 소설의 쇼 브라더스식 해석 (포학례 감독 天龍八部 Battle Wizard 1977)
(박재환 2005/3/2) 김용이 쓴 길고 긴, 많고 많은 무협소설들은 홍콩, 중국, 대만에서 경쟁적으로 TV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도 "누가 주인공으로 나온 게 더 재밌다"라고 말할 정도로 매니아가 많다. 지난달 임청하, 공리, 장민 등이 출연하는 영화 [천룡팔부](94년)의 리뷰를 올리면서 김용 이야기와 그의 대하소설이 어떻게 100분 짜리 영화에 구겨 넣어지는지를 소개한 적이 있다. 김용의 [천룡팔부]는 1977년도에 쇼 브라더스에서 한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물론 그 전에 다른 김용 작품도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그럼 김용 소설의 SB(쇼 브라더스) 버전은 어떨까. 소설을 읽은 사람은 다들 아시겠지만 [천룡팔부]는 출연진도 많고 각종 무예가 집대성한 굉장히 스케일이 ..
2008.02.15 -
[백발마녀전]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어버리면? (우인태 감독 白髮魔女傳 The Bride With White Hair,1993)
너무 오래전 쓴 리뷰. 우인태 감독은 최근 헐리우드에서 라는 호러무비를 내놓았다. 주연은 의 제니퍼 틸리. 홍콩출신 영화인이 헐리우드에 꽤 많이 진출했고, 참으로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은 우인태 감독의 1993년도 히트작품이다. 우인태-장국영 조합은 을 내놓아 한 차례 더 성공한다. 이 작품의 원작은 양우생의 무협소설 이다. 양우생도 인기 무협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영화는 무협소설의 양식을 그대로 따른다. 정통과 이단, 사교의 출몰, 적과의 사랑, 죽음으로 갈라서는 연인,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 등등. 영화가 시작되면, 다음과 같은 자막이 올라간다. 청(淸)나라 초기 순치제 시절(順治年間). 황제는 중병에 걸려 위독했다. 그러나 천설봉(千雪峰)에 20년마다 피는 꽃이 있으니, 이 꽃을 먹으면 ..
2008.02.15 -
[주성치의 홍콩 마스크] 주성치의 변신합체로보트 (엽위민 감독 百變星君, Sixty Million Dollar Man, 1995)
(박재환 1999.8.27.) 대한민국에서 나오는 영화잡지 중 가장 수준이 높은(?), 그래서 가장 덜 팔리는(!) 잡지로 알려진 가 판매확충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우리도 이런 거 다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99년 8월호에 을 마련하였다.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러한 기획특집을 보면서 피할 수 없는 주성치의 매력이나, 홍콩영화계에 있어서의 주성치의 위치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주성치의 시대는 저물고 있음은 분명하다. 성룡이나 주윤발 같은 선배스타는 서구로 진출하고, 이제 남은 스타들이 홍콩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상황. 이것은 동남아 경제불황에다가 홍콩영화계의 흥행부진이 겹쳐 일어난 사태이기도 하다. 외신을 보니 주성치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고 백방으로..
2008.02.15 -
[철권] 신구의 조화
[Reviewed by 박재환 2002/9/15] 지난 연말 홍콩에서 개봉되어 개봉 첫주에 홍콩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SF영화 이 이라는 제목으로 얼마 전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홍콩개봉을 앞두고는 '정이건'이 출연한다하여 팬들의 기대를 잔뜩 모았었는데 알고보니 정이건은 '우정출연'으로 총 출연씬이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홍콩영화의 한 경향을 알 수 있는 배우들과 내용으로 중무장한 작품이니 홍콩영화 매니아라면 챙겨볼 필요가 있는 영화. 유위강 감독의 작품이 왕정 감독과 차별성을 띠는 것이 바로 CG를 활용한 근사한 화면구성에 있다. 에서 맹숭맹숭한 자동차 체이스 장면을 박진감있는 볼거리로 만든 것은 홍콩영화의 저조기를 어떤 식으로 돌파해보려는 이들의 노력때문이었을 것이다. 은 영..
2008.02.15 -
[열혈남아] 형! 1분만이라도 유명해지고 싶어.. (왕가위 감독,旺角下門1988)
(박재환 1999.11.23. – 꽤 오래 전에 쓴 리뷰네. 언젠가 다시 보고 다시 쓸 예정) 왕가위 팬이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이 영화는 그의 감독 데뷔작품이다. 아마, 유덕화 팬이라면 그가 (비디오 출시제목이 ‘천장지구’>에서처럼 조금 잔인하게 얻어터지는 장면 때문에라도 ‘멋진’ 영화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장면 때문에 이 영화는 오늘날, 좀 덜 떨어진 신창원 따라하기 추종자들이 볼 경우, 잘못된 감동을 충분히 받을 수도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장학우는 일생일대의 열연을 펼친다. 확실히 이 영화는 소외와 고독의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홍콩의 어두운 밤풍경과 칙칙한 거리, 조명들로 가득한 도심을 스쳐 지나간다. 가라오케의 수많은 모니터에서는 알 수 없..
2008.02.15 -
[동사서독(오리지널)] 타임 쉐이크 (왕가위 감독 东邪西毒 Ashes of Time , 1994)
예전에 영화 잡지 가 부록으로 의 프랑스판 포스터를 부록으로 준 적이 있다. 왕가위 팬이라면 누구나 벽에 붙이고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박재환 2003.4.21) 왕가위 감독이 에서 놀라운 문학적 성취를 이룬 뒤 내놓은 새로운 스타일의 무협물 은 ‘시간의 관념’에 대한 영화이다. 그것은 왕 감독이 에서 읊조린 ‘1960년 4월 16일의 1분’에서 확장된 개념이기도하고. 남자 하나, 여자 하나의 열정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수많은 인간들이 패착을 둔 사랑의 궤적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A는 B를 사랑하고, B는 A를 사랑할 수 없다. B를 짝사랑하는 C는 D를 사랑하게 되고 그 때문에 E는 실연한다. F는 C의 사랑을 받을 수 없어 저홀로 저주하고 저홀로 자기연민에 빠진다. G는 A에서게 B의 그림자를 ..
200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