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법사의 모험 = 정전대성] 유진위, 10년 만의 '서유기' 속편

2008. 2. 16. 11:17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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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by 박재환  2006/2/13]  유진위(劉鎭偉(Jeff Lau)) 감독은 정말 흔치 않은 홍콩의 컬트영화 감독이다. 감히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불러도 될만큼 독특한 작풍을 선보이고 있는 감독이다. 도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었기에? 주성치의 <서유기>(월광보합/선리기연), 홍콩의 내로라하는 스타가 총출동하는 <동성서취>(동사서독이 아님), <도성> 등이다. 그리고 홍콩영화에 애정이 많다면 <92 흑장미 vs. 흑장미>나 <천하무쌍>도 함께 거론할 수 있다.

여하튼 유진위 감독은 별난 감독이다. 그의 이력은 더욱 별나다. 미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홍콩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자기 취향이 아니라며 업종을 바꿨다. 뭘로? 회계업무였다. 주로 영화사 관련 업무를 보다가 자기 취향을 제대로 찾는다. 시나리오를 쓴다. '왕가위 감독'이 잠깐 얼굴을 보이는 희한한 작품 <맹귀차관>이라는 작품이다. 그후 유진위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이런저런 쇼킹한 작품을 계속 내놓는다. 그러고는 훌쩍 이민가 버리고. 또다시 불러와서 만든 게 <천하무쌍>이란 작품이었다. 그러곤 또다시 훌쩍 외국으로 나가버린다. 그러다가 작년 다시 불러와서 만든 게 <정전대성>이란 작품이다. 주성치의 열혈팬들은 모두 기억한다. 10년 전 <서유기>(월광보합>과 <서유기 선리기연>의 독특한 매력을. 거의 중독성에 가까운 재미를 가진 영화이다. 유진위 감독은 10년 전 자신의 작품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팬들은 이번 영화에서 주성치가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워할 것이다. 물론 오맹달도, 나가영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사정봉과 채탁연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한국 팬에게는 낯설지만 홍콩에선 인기있는 Boy'z의 멤버 장치항(Steven )과 관지빈(Kenny)이 새로 등장한다. 그리고 전편과 확실히 다른 것은 주인공이 '손오공'이 아니라 '당삼잠'이란 것. 사정봉이 우유부단의 극치를 달리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의 당승 역을 맡는다. 손오공 역은 대만의 아이돌 스타 진백림이 맡는다.

영화가 시작되면 당삼장과 그의 사도 -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가 고생 끝에 사차성에 도착한다. 사차성 사람들은 당삼장이 천축국의 귀한 경전을 갖고 온 것에 대해 환호작약한다. 그런데 그 속에 어떤 음모가 있었다. 당삼장 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 손오공은 음모를 눈치채고 나서서 악귀들과 싸우지만 역부족. 마지막 수단으로 당삼장을 여의봉에 묶어 저 멀리 내던져 탈출시킨다. (그래서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는 앞부부 잠깐 뒷부분 잠깐 출연하는 단역인 셈이다)

당삼장이 떨어진 곳은 또 다른 모험과 이야기가 기다리는 동네. 하늘에서 떨어진 당삼장을 보호겸 감시하는 인물은 이 마을에서 가장 못생긴 악미염(岳美艶, 채탁연)이 담당한다. 뻐뜨렁니에 더벅머리의 채탁연은 '고만' 첫눈에 당삼장에게 반해버린다. 하지만 당삼장은 속세의 인연을 끊은 스님. 채탁연은 끝까지 당삼장을 쫓아다닌다. 여기서부터 또한차례 요란법석 소동이 펼쳐진다. 당삼장의 고기를 노리는 악귀가 쳐들어오고 여기에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UFO군단을 이끌고 외계인이 합류한다. 결국 채탁연의 온몸을 던지는 희생을 바탕으로 당삼장을 생명을 구한다. 그제서야 채탁연의 지고지순한 깨달은 당삼장. 당삼장은 '감히' 옥황상제에게 대든다. 이 때 등장한 손오공. 손오공은 옥황상제를 윽박지르고 '옥황상제'보다 더 상전인 부처님이 등장하고.. 한바탕 소란극은 세계평화와 인류애, 지고지순한 희생과 사랑으로 더욱더 반짝인다...

이 영화에는 홍콩영화의 반가운 조연이 다수 출연한다. 거북이대감으로 출연하는 인물은 <쿵푸 허슬>의 원화 아저씨이고, 옥황상제 역을 맡은 배우는 최근 타란티노의 <킬 빌>에서 놀라운 대머리를 보여준 유가휘이다. 채탁연의 (사연이 있는) 모친 역을 맡은 배우는 왕년의 쇼브라더스 히로인 혜영홍 아줌마이다. 외계인 공주 역의 미녀 배우는 범빙빙이란 중국배우이다. 주성치 팬이라면 황일비와 이건인도 구별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관심을 모은 또하나의 이유는 음악을 맡은 사람이 바로 히사시이 조란 사실. 영화보면서 '미야자키 히야오' 느낌을 받은 것은 음악 때문일 수도 있다.

  주성치의 <서유기>에 비해 이 영화는 10년의 공력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실망스럽다. 화려하지만 영화가 아니라 '컴퓨터 게임'같은 비쥬얼은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을 보고 자란 관객에게는 아날로그같은 느낌을 줄 정도이다. 하지만 중국 최고의 판타지 소설 '서유기'를 영화를 옮길 때 굳이 '피터 잭슨'식 의도가 아니라면 '유진위' 스타일의 자유분방함을 더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너무 소박하다. 언제나 징징대는 잘 생긴 삼장법사가 속세의 연을 끊고 자기희생을 거쳐 숭고한 사랑을 설파하는 것이 '주제'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정해진 해답을 도출하기 위해 너무 뻔한 험로를 답습한 셈이다.

정전대성 情癫大圣A Chinese Tall Story(2005)
감독: 유진위
출연: 사정봉, 채탁연, 범빙빙, 진백림, 관지빈, 양락시, 원화, 혜영홍, 유가휘
홍콩개봉일: 2005년 12월 22일
http://www.mtime.com/movie/3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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