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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불패] 무협영화의 새 장을 열다 (정소동 감독 笑傲江湖之東方不敗 Swordsman2 1991)
(박재환 1999) 홍콩영화에 있어 신기원을 이룬 작품이 몇 개 된다. 영웅본색>, 지존무상>, 천녀유혼>등등. 그 중 서극 또는 정소동의 동방불패>만큼 아시아권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작품도 드물 것이다. 동방불패>는 그 동안 축적된 홍콩영화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다. 동양적인 정서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서극이 미국에서 익힌 SF의 특징도 충분히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중국전통 소설작법에 바탕을 둔다. 물론 김용의 원작 소오강호>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무협-협객소설의 기본 프롯을 충실히 수행한다. 종족 간 혹은 계파 간의 갈등구조가 우선한다. 무협소설을 보면 가장 기본이 되는 줄거리는 '사부' 또는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대결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明나라 지배계급인 한족(漢族..
2019.08.27 -
[셀레브레이션] 아버지는 죽었다! (토마스 빈터버그 감독 Festen/The Celebration,1998)
(박재환 1998.9.22.) 어느 해인가 칸에 모인 발칙한 젊은 영화인들이 기존영화의 타성 – 주제 뿐만 아니라, 촬영, 영상효과 등 제작기법에까지 스며든 모든 타성을 타파하겠다며 ‘도그마95’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에 따라 새로운 영화미학으로 중무장한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데뷔작은 이제, 그러한 경향의 대표적 작품으로 우리에게 충격과 당혹감을 안긴다. 이 영화는 그러한 현대 영화의 한 조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만도 훌륭한 작품이며, 이런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부산영화제는 정말 좋은 영화제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덴마크 영화이다. 아마, 덴마크는 우유-낙농제품만 만들든지, 아니면, 그 동네가 풍차의 나라인지 아닌지 그것조차 헷갈리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
2019.08.27 -
[첨밀밀] 같은 꿈, 다른 꿈의 연인 (진가신 감독 甛蜜蜜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1996)
(박재환 1999.3.10.) 여소군은 고향 무석에 두고온 애인 소정에게 선물을 보내려고 이교와 함께 보석가게에 들른다. 그리곤 똑 같은 팔찌 두 개를 사서는 하나를 이교에게 채워 주려고 한다. 그러자 이교는 아주 난감해 하며 화를 벌컥 내면서 그런다. "난 친구야. 무석의 소정은 애인이야. 이런 걸 주다니 어떻게 된 거야? 소정이 안다면. 이런 경우 친구라고 한다면 어떤 심정이겠니." 그러곤 얼마 있다 그런다. "내가 여기 온 목적은 네가 아냐. 너가 홍콩에 온 이유도 내가 아니었고 말야." 이교의 쌀쌀맞은 소리에 소군은 힘이 빠져 돌아선다. 거리에서 흘려 나오는 등려군의 노래를 듣게 된다. 그러곤 여소군은 마술에 걸린 것처럼 다시 이교에게로 달려와선 차에서 목을 빼낸 이교와 열정적인 키스를 한다. 그..
2019.08.27 -
[영웅] 너무나 정치적인 영화 (장예모 감독 英雄 Hero 2002)
(박재환 2003.1.15.) 지난(2002년) 연말 홍콩에서 영웅>이 개봉되었을 때 자그마한 소동이 있었다. 주연배우 양조위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진시황은 영웅이다. 중국을 통일시켰다. (1989년의) 천안문사태 당시의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진압을 정당했다. 국론 분열의 중국을 구한 것이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원래 황색 저널리즘의 왕국 ‘홍콩’ 언론이 전한 기사라 진위 여부는 모르겠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양조위는 "배우로서 영화 속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 속 ‘잔검’이란 인물은 진시황에게 매료된 인물이다."고 말했다. 깐느, 베니스에서 서로 모셔가려는 ‘중화영웅’이고, 이연걸, 장만옥, 양조위, 견자단, 장쯔이는 감히 얕잡아 볼 수 없는 국제적 지명도..
2019.08.26 -
[우리집] 가족은 밥상에서 완성된다 (윤가은 감독 The House of Us 20192019)
(박재환 2019.8.26) 초등학교 5학년 ‘하나’(김나연)는 오늘도 집안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빠는 언제나 술에 취해 밤늦게 들어오고, 엄마는 ‘유리천장의 직장’에서 야근으로 분투 중이다. 아빠와 엄마는 매번 큰 소리로 싸운다. 둘 사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이미 감지한 오빠. 오빠는 ‘넌 아직 몰라’라고 할 뿐이다. 하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엄마라도 된 듯, 요리하고, 밥하고,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온가족이 다 함께 테이블에 모여 앉아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같이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다시’ 행복해질 것 같다. 3년 전 우리들>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윤가은 감독의 신작 우리집>이다. ‘하나’의 노력은 헛되 보인다. 무엇보다 ..
2019.08.26 -
[플라스틱 차이나] 언더 더 카펫 (왕지우랑 감독 塑料王國 Plastic China, 2016)
(박재환 2018.02.20.) 지난주부터 ‘KBS 독립영화관’이 정상(!)적으로 방송되기 시작했다. 오늘밤 독립영화관>시간에는 꽤 의미 있는 독립영화 한 편이 영화 팬을 찾을 예정이다. 중국과 대만의 독립 다큐멘터리스트가 만든 플라스틱 차이나>(감독: 왕지우랑 원제: 塑料王國, Plastic China)이다. 작년 선댄스키드 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면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오늘도 ‘분리수거’를 기꺼이 한 지구인이라면 이 작품을 꼭 보시길 바란다. 작품은 ‘분리 수거된 쓰레기’의 종착역을 보여준다. 깡통, 종이, 비닐, 플라스틱류로 분리수거된 그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막연하게 재처리공장에서 부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분리공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
2019.08.26 -
[섬] 그 섬에는 악어가 산다 (김기덕 감독 The Isle, 2000)
(박재환 2000.4.6)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을 들고 싶다. 이 영화는 몇 개의 장르 관습과 한없는 열정에만 사로잡힌 채 만들어지는 많은 한국 영화들 중에서 가장 치열한 작가 정신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만들며 희열을 느낄 수 있고, 관객이 그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의 의도에 공감하든 아니면 반발하든 하나의 느낌을 명확히 가질 수 있는 영화가 흔치 않은 요즘, 이 영화는 정말 기이할 정도의 매력을 가진다. 첫 시사회에서부터 흘러나온 찬사와 놀라움은 이제 점점 더 층을 넓혀간다. 김기덕 감독은 이미 , , 으로 한국 영화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영화감독이다. 서른이 넘어서야 영화라는 매체를..
2019.08.25 -
[와이키키 브라더스] 중년이 된 세친구 (임순례 감독 Waikiki Brothers, 2001, 명필름)
(박재환 2001/4/27) 대안영화를 표방하고, 지방문화의 국제화를 앞당기기 위해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그 두 번째 장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분명 이 영화제의 위상을 한층 높여줄 작품으로 보인다. 작년 1회 영화제 개막작으로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의 세 번째 영화 오! 수정>이 상영되면서 이 영화제는 단번에 부산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는 분명 구별되는 작가주의 지향의 영화제임을 영화팬들에게 인식시켰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순례 감독의 신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그러한 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영화팬들의 기대에 한껏 부응하는 작품이 되었다.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밴드로 전전한다. 지방..
2019.08.25 -
[화산고] 춤추는 매트릭스 (김태균 감독 Volcano High 2001)
(박재환 2002/10/7) 화산고>의 감독 김태균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흥미롭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와 남자는 괴로워>의 제작담당으로 영화 일을 시작하여 닥터 K>와 억수탕>의 조감독을 거쳐 박봉곤 가출사건>, 키스할까요>를 감독했단다. 그리고 지난 연말 온갖 우려와 기대 속에 화산고>를 개봉시켰다. 다른 영화는 다 놔두고 박봉곤 가출사건>은 참 희한한 영화였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영화였지만 형식의 특이함, 주제의 찬란함 등 여러 면에서 독창성이 느껴지는 신선한 한국영화였다. 그런 그가 화산고>에서 맘 먹고 돈을 펑펑 써가며 또 다른 '신선한' 한국영화 한 편을 건져내었다.남들은 '화산고'의 어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촌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
2019.08.25 -
[무림지존 = 모던 여래신장] 유덕화, 왕조현, 그리고 조달화 (황태래 감독, 摩登如來神掌 Kung Fu Vs Acrobatic, 1990)
장예모 감독의 영웅>이 있기 전에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있었고, 그 전에 서극의 황비홍>이 있었다. 물론 그 이전에 장철이나 호금전의 수많은 무협 쿵후영화들이 존재했다. 그 이전에는? 글쎄요? 홍콩의 영화사를 살펴보면 이미 오래 전에 ‘황비홍’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있었으며 ‘소림사’ 이름을 단 영화들이 수두룩하다. 중국영화사, 정확히는 홍콩영화사에서 초창기부터 이런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있다. 1930년대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하여 5~60년대에 수십 편의 황비홍 영화와 무협영화에 출연했던 배우가 조달화(曺達華)이다. 할아버지가 다 된 조달화는 성룡 영화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배우이다. ‘할아버지’ 조달화가 출연한 영화를 한 편 소개한다.황태래 감독의 1990년도 작품 마등여래신장>(摩登如來神掌)..
2019.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