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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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그 섬에는 악어가 산다 (김기덕 감독 The Isle, 2000)
(박재환 2000.4.6)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을 들고 싶다. 이 영화는 몇 개의 장르 관습과 한없는 열정에만 사로잡힌 채 만들어지는 많은 한국 영화들 중에서 가장 치열한 작가 정신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만들며 희열을 느낄 수 있고, 관객이 그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의 의도에 공감하든 아니면 반발하든 하나의 느낌을 명확히 가질 수 있는 영화가 흔치 않은 요즘, 이 영화는 정말 기이할 정도의 매력을 가진다. 첫 시사회에서부터 흘러나온 찬사와 놀라움은 이제 점점 더 층을 넓혀간다. 김기덕 감독은 이미 , , 으로 한국 영화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영화감독이다. 서른이 넘어서야 영화라는 매체를..
2019.08.25 -
[와이키키 브라더스] 중년이 된 세친구 (임순례 감독 Waikiki Brothers, 2001, 명필름)
(박재환 2001/4/27) 대안영화를 표방하고, 지방문화의 국제화를 앞당기기 위해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그 두 번째 장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분명 이 영화제의 위상을 한층 높여줄 작품으로 보인다. 작년 1회 영화제 개막작으로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의 세 번째 영화 오! 수정>이 상영되면서 이 영화제는 단번에 부산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는 분명 구별되는 작가주의 지향의 영화제임을 영화팬들에게 인식시켰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순례 감독의 신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그러한 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영화팬들의 기대에 한껏 부응하는 작품이 되었다.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밴드로 전전한다. 지방..
2019.08.25 -
[화산고] 춤추는 매트릭스 (김태균 감독 Volcano High 2001)
(박재환 2002/10/7) 화산고>의 감독 김태균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흥미롭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와 남자는 괴로워>의 제작담당으로 영화 일을 시작하여 닥터 K>와 억수탕>의 조감독을 거쳐 박봉곤 가출사건>, 키스할까요>를 감독했단다. 그리고 지난 연말 온갖 우려와 기대 속에 화산고>를 개봉시켰다. 다른 영화는 다 놔두고 박봉곤 가출사건>은 참 희한한 영화였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영화였지만 형식의 특이함, 주제의 찬란함 등 여러 면에서 독창성이 느껴지는 신선한 한국영화였다. 그런 그가 화산고>에서 맘 먹고 돈을 펑펑 써가며 또 다른 '신선한' 한국영화 한 편을 건져내었다.남들은 '화산고'의 어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촌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
2019.08.25 -
[무림지존 = 모던 여래신장] 유덕화, 왕조현, 그리고 조달화 (황태래 감독, 摩登如來神掌 Kung Fu Vs Acrobatic, 1990)
장예모 감독의 영웅>이 있기 전에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있었고, 그 전에 서극의 황비홍>이 있었다. 물론 그 이전에 장철이나 호금전의 수많은 무협 쿵후영화들이 존재했다. 그 이전에는? 글쎄요? 홍콩의 영화사를 살펴보면 이미 오래 전에 ‘황비홍’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있었으며 ‘소림사’ 이름을 단 영화들이 수두룩하다. 중국영화사, 정확히는 홍콩영화사에서 초창기부터 이런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있다. 1930년대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하여 5~60년대에 수십 편의 황비홍 영화와 무협영화에 출연했던 배우가 조달화(曺達華)이다. 할아버지가 다 된 조달화는 성룡 영화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배우이다. ‘할아버지’ 조달화가 출연한 영화를 한 편 소개한다.황태래 감독의 1990년도 작품 마등여래신장>(摩登如來神掌)..
2019.08.24 -
[푸르른 날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한은지 감독,2018)
영화제목에 속지 말라! 이 영화엔 청춘의 푸르름도, 삶의 아름다움도 없다. 영화는 어두운 시절의 가슴 아픈, 분노가 치미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25일(토 00시 45분)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송되는 한은지 감독의 단편영화 푸르른 날에>이다. 영화는 1978년 여름의 한국을 보여준다. 공장에서는 미싱(재봉틀)이 돌아간다. 당시 “공순이”라고 불린 그들은 못 배우고 못 먹었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의 밥과, 동생의 미래를 짊어진 산업역군이다. 이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미싱을 돌리고 있다. 그 공장 맞은편에 사진관이 있었다. 월의 크리스마스>의 초원사진관보다 더 오래된 사진관이다. 사진관 주인 석윤(감승민)은 오늘도 필름을 인화하고, 사진을 현상한다. 어느 날, 공장에서 일하는 설란(주..
2019.08.23 -
[교도소 월드컵] 영화명가가 만든 졸작 (방성웅 감독 2001)
올해(2001년) 극장가는 유난히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초특급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잔혹 무비 한니발>조차 쩔쩔 맬 정도로 우리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곧 개봉될 우리영화 한 편이 이러한 우리영화 전성시대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교도소 월드컵>은 은행나무침대>, 거짓말> 등 영화기획의 신기원을 이룬 '신씨네'가 의욕적으로 만든 영화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배급은 작년 공동경비구역 JSA> 신화를 만들어낸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올해 나온 그 어떠한 한국영화보다도 함량미달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UN인권위원회가 '자유 평등, 화합'의 슬로건 아래 '제1회 교도소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팩스 한 장으로 시작..
2019.08.23 -
[운명의 손] 한국영화사상 최초 남녀주인공 키스장면 등장 (한형모 감독, 1954)
(‘운명의 손’ 리뷰 앞부분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2002)와 관련된 한국 영화심의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삭제합니다) ..... 이런 영화판의 소란을 뒤로하고 아주 재미있는 우리영화 한 편을 보았다. 1954년 세밑에 개봉된 흑백영화 운명의 손>이란 작품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수선하던 시절에 개봉된 운명이 손>이 아직도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남녀 주인공의 키스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란다. 당시, 성인 남녀주인공의 2초짜리 키스 씬은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국산영화 애정 신의 코페르니쿠스 적인 전환이었다. 당시만 해도 '남녀7세 부동석'이니 '부부유별'이니 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사회..
2019.08.23 -
[미인초] 문혁, 청춘잔혹사 (여락 吕乐 감독 美人草 Years Without Epidemic 2004)
중국 현대문학사를 보면 '상흔문학(傷痕文學)'이란 게 나온다. 이른바 문화대혁명시기 박해를 받았던 사람들이 광란의 세월이 지나간 뒤 자신의 경험담을 문학의 형태로 고발한 내용들이다. 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이나 영화 [부용진], 장국영이 나왔던 [패왕별희] 등을 보면 이 당시의 혼란상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 정치적 문제와 관련하여 '홍위병'이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실제 중국인들은 이 '홍위병'이란 말 자체를 '나찌'보다 더 치욕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과거의 어두운 유산이다. 근래 들어 이 시절을 다룬 영화가 몇 편 중국에서 제작되었다. [미인초]가 그러하다. 모택동의 공산당이 장개석의 국민당 세력을 대만으로 쫓아낸 후 중국 대륙은 공산주의 땅이 된다. 하지만 10년도 안 되..
2019.08.19 -
이지애 아나운서 인터뷰 2008.8.1
재미와 감동을 드립니다. [상상플러스]는 대중스타를 모시고 한바탕 웃고 즐기다가 곧이어 한국어 익히기에 몰입하는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재미라는 당의정을 입혀 ‘한글의 우수성’을 주입하는 경향성이 짙은, 공영방송 KBS의 의지가 읽혀지는 프로그램이다. [상상플러스 시즌2]의 안방마님이 최근 바뀌었다. 노현정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백승주 아나운서, 최송현 아나운서, 그리고 인기 여가수 이효리 씨가 잠깐 ‘방석’을 지키고 있다가 지난달부터 KBS 32기 아나운서 (즉, 2006년 입사한) 이지애 아나운서가 ‘방석의 여왕’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동안 [남북의 창]과 [좋은 나라 운동본부] 같은 교양 프로그램을 맡아왔던 이지애 아나운서가 최고의 인기와 지명도, 그리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상플]의 키를 잡은 것..
2019.08.19 -
[선종소림 음악대전] 중국식 야외공연 (2008.5.2)
[붉은 수수밭]의 장예모 감독이 어느 날 [영웅]이라는 무협영화를 들고 나왔을 때, 그리고 [패왕별희]의 진개가 감독이 [무극]이란 판타지 영화를 만들었을 때 한국 관객들은 그 기이한 ‘중국적 허풍과 허장성세’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이른바 초특급 대작영화들을 두고 중국전문가들은 ‘중국인 특유의 과장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워낙 넓은 땅덩어리에서 너무 많은 인구가 너무 드라마틱한 왕조변화를 겪다보니 웬만한 과장이나 허풍은 그럴러니 하는 문학적 수용의식 구조를 갖춘 것인지 모른다. 그런 중국이기에 가능한 예술공연 형태가 최근 중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소림사 사찰로 유명한 중국 하남성의 등봉(登封,덩펑)시에서 행해지는 공연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
2019.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