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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리뷰

[뮬란] 중국고전에서 찾은 디즈니의 꿈 (토니 뱅크로프트& 배리 쿡 감독 Mulan 1998)

by 내이름은★박재환 2008.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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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1999.3.1.) 여름이면 찾아오는 디즈니 영화가 점점 블록버스터급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 <뮬란>은 <브레이브 하트>같은 민족영웅담이다.

북방의 오랑캐 훈族이 쳐들어오자, 중국은 자기네들의 땅을 방어하기 군사적 준비를 한다. 모든 집안에 징집령이 내려진다. ‘파’ 집안에도 한 장정이 나가야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나이 들고, 다리까지 불편한 신세. 뮬란은 아버지가 출정하면 곧 죽을 것임을 알고는 징집명령서를 훔쳐서는,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하고선 캠프에 들어간다. 그리곤 신병훈련을 거쳐, 마침내 잔인한 훈족을 물리치고 중국을 이민족의 침입에서 구해낸다. 황제는 중국을 구한 이 여자에를 축복을 내린다.

줄거리는 대강 저렇다. 뮬란은 여자다. 그래서 프랑스를 구한 잔다르크로 이해될 만도 하다. 분명한 것은 잔다르크는 프랑스를 구한 뒤 마녀로 낙인 찍혀 화형을 당하지만, 뮬란은 고향으로 돌아갔고, 준수한 남편감도 구하는 해피엔앤딩이다.

디즈니만화답게 보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자면 도마뱀 크기의 수호신 용. 이것은 <알라딘>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목소리)연기하던 램프 요정 지니 같은 역할이다. 이번에는 수다쟁이 에디 머피가 목소리를 맡아 여전히 위력적인 입담을 풀어놓는다. 그 외 강아지라든가, 귀뚜라미, 그리고 신병훈련소에 만나는 세 명의 동료가 이런 웃기는 조역을 맡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영화 마지막에 자막 보면 중국어로 ‘화목란’(花木蘭)이라고 나온다. 화목란은 중국 고대의 작자미상의 시(詩)이다. 내용은 북방오랑캐의 침입을 맞아 효심 지극한 딸이 남장을 하고 아버지를 대신하여 전장에 나가 공을 세운다는 다분히 문학적이며, 애국적인 내용이다. 그걸 디즈니가 어디서 알아내어서는 만화로 만든 것이다. <중국문학사>시간에 배우는 중국 시가 가운데 전쟁과 관련된 시가 많다. 전쟁은 인간을 초라하게 하고, 인간관계를 파탄으로 몰며, 가족/사회/국가체제를 붕괴시키면서도 문학적 성취에 있어서는 인류문화에 있어서는 감동적인 작품을 몇개 만들어 놓는 것이다. 자 그럼 영화 들어가기 전에 이 시를 잠깐 보자.

작자미상의 이 장편서사시의 배경은 북위(北魏) 효문제 485년부터 492년까지 전개된 유연(柔然)의 정벌과 관련되었다고 한다. 북위는 삼국지에서 ‘위촉오’ 중, 위(魏)를 세운 조조의 후손이 세운 국가이다. 북위를 세운 후 북방 오랑캐를 소탕하기 위해 몇 차례 대규모 징집령이 내려졌고, 그 와중에 ‘화목란’ 같은 케이스가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목란이라는 소녀가 가한(칸-징기스칸의 칸 처럼 군주를 의미함)의 군첩을 받은 병약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종군하기를 12년,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오니, 천자는 그녀에게 상서랑(尙書郞)이란 벼슬을 내렸지만, 효심지극한 그녀는 빠른 말을 달라하고는 고향으로 내달렸다는 것이다. 고향에 돌아가서야 목란이 여자였던 것이 알려지고, 모두들 놀라는 것이다. 이 소문을 들은 천자는 다시 그녀를 궁궐로 부르고, 그 다음 이야기는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어 생략한다.

어쨌든 중국인들은 몇몇 문학적 인물을 아직도 숭상하고, 애정을 갖고 있다. 중국의 고전을 디즈니가 만든 것으로 보아, 우리의 심청이나 춘향이가 디즈니에서 만들어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아니면 뭐, 내가 돈 벌어 디즈니 영화사를 사 버리고는 심청일 찍든지 말이다.^^ 아마 영어제목은 <청이>쯤 되겠지. ‘화목란’은 중국어 발음은 [화-무-란]이다.

‘뮬란’이 줄곧 중국내 상영이 금지되어 있다가 지난달에 정식 개봉되었다. 그래서 미국영화계는 축제분위기였다. 거대시장 중국에 디즈니 작품이 깔리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실제 흥행성적은 형편없었다. 이미 뮬란은 각종 루트를 통해 불법음반으로 퍼져 볼 사람은 이미 다 보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은 들떠있다. 10억 거대시장에 군침을 삼키지 않을 자본주의자들이 있을 것인가 말이다.

뮬란을 두고 문화권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는데, 디즈니작품이 언제나 그렇듯이 음모론적 시각이 가득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 만화라는 신종 미디어를 활용한 프로파간다, 정신오염의 방식.. 같은 용어로 말이다. 사실 이 뮬란에서도 오해의 소지는 많다.

여자의 지위와 관련한 문제, 효심의 강조, 유교도덕의 기독교적 해석, 결국은 샹이라는 장군이 모든 명예와 미를 차지하는 구조 등에서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했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황제가 여자에게 절을 하는 것을 두고, 동양문화 인식의 오해, 부재, 작위적 해석이라고 부정적으로 논한 것을 보았는데 그런 지엽말단의 문제를 떠나, 내가 보기엔 <뮬란>이라는 만화영화 하나만으로도 중국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이미지를 제고한 셈.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이 영화로 미국 내 중국이미지가 고양된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그 동안 일반 미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 – 우리 식으로 보자면 돈 궤짝 꿰어찬, 곰에게 재주 부리기를 시키고 돈은 자기들이 긁어모으는 왕 서방의 이미지처럼 -더럽고 부정적인 국가 혹은 민족으로 받아들인다.

중국은 이제 소련제국 몰락 이후 유일하게 미국의 위협요소인 공산대국 아닌가. 이는 정통적인 황화론의 위기감까지 더해졌고, 최근 들어서는 경제분석가들의 발언이 무게를 더해간다. 중국은 2020년경에 가서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실제로 중국 그리고 중국인에게 느끼는 감정은 다분히 정치적이며 비우호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뮬란>이 만들어지고, 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됨으로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미국문화 형성의 한 축인 디즈니에서 만들었으니 얼마나 그 효과가 클 것인가. 실제 대부분의 미국 어린이들은 중국에서 만든 인형을 갖고, 중국에서 만든 싼 전자제품을 사용하며,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뮬란에서는 한 여자가 수구적인, 보수적인 인식을 타파하고 자아를 획득하는 과정을 그린다. 또한 <델마와 루이스> 못지않게 남녀평등을 넘어서는 여자영웅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는 일반인들이 간직하고 있음직한 “공산국가 중국에서는 여전히 그런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할 것이다”라는 명제를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이미지 조작을 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것이 바로 베트남과 영화 <디어 헌터>란다. 1979년 작품 <디어헌터>이후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미국인에게는 더럽고, 야비하고, 무질서하고, 믿지 못할 국가로 각인된다. 실제로 러시안 룰렛 장면에서뿐만 아니라, 디어헌터에 묘사되는 베트남은 혼란 그 자체이다.

그래서 디어헌터가 미국인에게 남긴 이미지는 수십 년간 미국인이 베트남을 대하는 기본 인식이 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미국 안방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기프로였던 M.A.S.H.(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야전병원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임. AFKN에서도 방영했음. 미국에서는 1972년에서 83년까지 장기 방영되었음)에서 보여주는 한국전쟁 당시의 가난하고, 굶주린 ,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개발 이전의 옛 마을의 한국모습은 오랫동안 미국인이 아는 한국에 대한 전부였다. 화상이라도 입으면 상처부위에 된장 바르는 그런 화면을 바라다보는 미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인식될지 짐작할 만하다.

중국고전을 다룬 영화답게 괜찮은 대사가 있었다. 오랑캐의 침입에 대한 보고를 받고 천자가 하는 말 중에 모든 백성이 전쟁준비를 철저히 하라면서, 빠지는 사람은 없어야한다. “쌀 한 톨이 저울 추를 기울게 할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것에 대한 명쾌한 판단이다.

뮬란의 목소리는 실제 중국계인 Ming-Na Wen이 했단다.그러고 보니 Fa Zhou의 목소리는 Soon-Tek Oh이라고 나왔다. 한국계 배우 오순택 그 사람인 모양이다.

영화는 참 재미있다. 나로 하여금 중국문학서를 뒤적이게 하고, 갑자기 시집을 보게 하는 마력을 부린 영화이다. (박재환 199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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