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컴버배치 무대극

2021. 8. 24. 08:08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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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National Theatre of London프랑켄슈타인 ⓒNational Theatre of London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극장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만나보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뮤지컬도, 연극도, 창극도. 코로나시대 이전부터 가끔 만날 수 있었던 ‘다소 고급스런 문화향유’가 이제는 멀티플렉스의 구색 맞추기 수준을 넘어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영국에선 오페라 공연, 뮤지컬 공연, 연극 공연 등이 DVD콘텐츠로 만들어졌고, 극장에서 상영되는 사례가 많았다. 영국의 내셔널시어터(National Theatre)는 자신들의 우수 레퍼토리를 NT Live라는 브랜드로 극장 상영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이들 작품은 우리나라 ‘국립극장’과 멀티플렉스에서 소개되었다. 몇 차례 소개된 작품이지만 이번엔 CGV에서 다시 만나보게 된다. 그중 하나 [프랑켄슈타인]을 소개한다. 

1818년, 당시 19살이었던 메리 셀리가 쓴 클래식 소설을 내셔널시어터가 지난 2011년 연극으로 무대에 올렸던 작품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조니 리 밀러가 ‘프랑켄슈타인’과 ‘빅터’를 번갈아 맡으며 격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것은 컴버배치가 괴물을 연기하는 버전이다. 참, ‘프랑켄슈타인’하면 괴물을 떠올릴 터이지만, 원래 괴물에겐 이름이 없었다. 그 괴물은 창조한 사람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그냥 프랑켄슈타인,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프랑켄슈타인 ⓒNational Theatre of London프랑켄슈타인 ⓒNational Theatre of London


컴버배치의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셀리의 원작소설에 충실하면서도, 조금의 변형을 둔다. 주로, 문학적 상징성에 초점을 맞춘 연극적 시도이다. 첫 장면은 마치 자궁 벽을 뚫고 세상에 나오려는 듯 필사적 몸부림을 컴버배치의 현란한 몸짓으로 시작된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 듯한 그 존재는 연약하기 그지없다. 처음에는 바닥을 기어다니고, 꿈틀거리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다가 몸을 뒹굴더니 손을 뻗고 상체를 일으킨다. 어느새 두발로 우뚝 선다. 그러고 흐느적거리며 절뚝거린다. 어느새 비틀거리지만 직립보행하기 시작한다. 온 몸은 누더기 옷처럼 바느질 자국투성이이고 얼굴은 보기만해도 고함을 지를 수밖에 없는 흉측한 꼴이다. 바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잉골슈타트에서 의학과 전기학을 배우며 완성시킨 ‘창조의 결과물’이었다. 사람들은 그 흉측한 괴물에게 돌을 던지고 마을에서 내쫓는다. 사람을 피해 도망다니다 한 농가에 이른다.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을 만나, 그에게서 사람의 정과 지식이란 것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그러나 세상은 자신들과 다른 모습의 낯선 존재를 용인하지 않는다. 괴물은 몸부림치며 창조주 빅터를 찾아가서 ‘자신과 똑같은 여성’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러면 세상 끝으로 조용히 사라져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엄청난 비극이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음을 괴물도, 빅터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프랑켄슈타인’을 다룬 작품은 숱하게 많았다. ‘1818년 19살의’ 셀리 메리가 쓴 소설은 지금 보아도 풍성한 함의로 논쟁할 가치가 가득한 이슈들을 던져준다. 생명창조와 과학의 한계, 인간의 조건, 문명비판, 자신과 다른 존재나 집단에 대한 배척과 갈등 등의 묵직한 질문들을 던져준다. 2011년 NTL 무대작품은 영국배우들의 파워풀한 연기로 괴물의 고뇌와 인간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프랑켄슈타인 ⓒNational Theatre of London프랑켄슈타인 ⓒNational Theatre of London

그런데, 이 작품에서 관객에게 낯선 장면이 있다. 괴물은 자신의 신부를 얻지 못하자, 빅터의 약혼녀 엘리자베스를 찾아오는 장면이다. 원작에서는 잔인하게 죽이는 것으로 나올 뿐인데, 이번 연극에서는 괴물이 엘리자베스를 겁탈하고 죽인다. 연극을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은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 괴물은 괴물일 뿐이라고? 빅터는 그 괴물을 찾아 지구 끝까지 간다. 그런다고 달라질까. 과학은 전진할 것이다. 빅터의 연구노트가 버전 업 되든지, 어디선가 괴물이 진화할 것이다. 괴물은 지식을 더 익히고, 인간사를 더 이해할지 모른다. 성형수술을 받거나 마스크만 쓰면 그냥 인간일 뿐일 텐데 말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걸작이다. 이번 작품은 그 아우라를 가진 여러 자식들 중 하나이다. 참, 이 작품은 의외로 유머가 있다. 특히 컴버배치가 인간의 언어와 문학의 효용을 깨우치는 장면에서.  ▶ 2021년 8월 6일 CGV일부극장 개봉 ⓒ박재환

 

[리뷰] 프랑켄슈타인, 컴버배치 무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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