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유어 맨] 도이치 알고리즘

2021. 10. 31. 15:10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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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유어 맨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그녀’(Her) 이전에도 이런 이야기는 많았다. 그리스 신화에 이상적인 여인 피그말리온을 직접 만든 조각가도 있다. AI시대가 도래하며, 그리고 개인화 시대가 되면서 반려자로 인간의 피조물이 등장하는 것은  매혹적인 컨셉트가 되었다. 여기 그런 영화가 또 한편 등장했다. 독일 마리아 슈라더 감독의  ‘아임 유어 맨’(원제: Ich bin dein Mensch/I'm Your Man)이다. 

이 영화를 보면 많은 영화가 떠오를 것이지만 ‘그녀’보다 폴 슈레이드 감독의 <아메리칸 지골로>가 먼저 생각났다. 서른 즈음의 리처드 기어가 맡았던 역할은 ‘지골로’이다. 비벌리힐스의 고급호텔에서 상류층 여성만을 상대한다. 그래서 상상 가능한 매너와 스킬, 감성을 갖고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는’ 클라이언트에게 봉사한다. 외국어도 몇 개씩 하고 말이다. 1980년 할리우드 영화이다. 독일영화 ‘아임 유어 맨’에는 ‘휴머노이드’가 등장한다. 외롭고 쓸쓸한, 하지만 눈이 높은 여성 독신자에게 최적화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이상적인 삶의 파트너이다. 차이가 무엇일까. 확실한 것은 애완동물은 아니란 것이다. 

아임 유어 맨

제우스 대제단 같은 기념비적 건축물이 들어선 독일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 인류학자인 알마(마렌 에거트)는 몇 년 째 이곳에서 페르시아 설형문자를 연구 중이다. 어느 날 그에게 특별한 지시가 내려온다. 휴머노이드 톰(댄 스티븐스)과 3주간 동거하고 사용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일종의 시제품 베타테스터가 되는 것이다. 톰은 와인을 제대로 마실 줄 알고, 릴케의 시와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알며, 룸바도 프로급으로 춘다. 하지만 남친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알마는 톰에 대해 호기심은 고사하고, 적잖은 적대감을 갖고 있다. 톰은 ‘인간에게 최고의 행복을 주는 것’이 그의 존재 목적이니 알마의 만족도를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한 꾸준한 알고리즘 업그레이드가 진행된다. 알마는 지질한 남자사람을 버리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톰에게 감정을 느끼고, 최고의 행복을 느끼게 될까. 

알마가 톰에 대해 갖는 첫 번째 적대적 감정은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마치 자동주행차량이 처음 등장했을 때, AI차량이 교통사고를 냈을 경우 법률적 귀책사유를 따지는 것만큼 허망하다. 알마는 ‘최고의 행복’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취직, 결혼, 인권, 시민권의 문제’를 거론한다. 실제, 톰의 ‘성능’은 인간의 지능과 육체가 따를 수 없는 스펙이다. 네트워킹된 구글 클라우드에서 실시간으로 끌어당기는 지식의 폭은 ‘남자사람’이 쫓을 수 없는 수준이다. ‘박물관 박사’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은 릴케의 달콤한 언어와 카사노바의 재주, 그리고 독일여성 통계를 기반으로 내놓은 최적의 방법을 구사할 것이다.

아임 유어 맨

영화는 인간(남성) 최대의 적으로 부상할 수 있는, 그리고 진화(발전) 속도로 봐서 조만간 남성을 대체할 것이 확실해 보이는 휴머노이드에게 경도될 수밖에 없는 인간계의 불안감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인간은 연약하다. 아무리 독립적이고 자의식 강해 보이는, 알마같은 사람마저도 톰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휴머노이드는 학술논문 도우미가 되었든, 성적 노리개로 전문화되든, 치매환자 간병로봇으로 특화되든 결국 인간의 필요성에 의해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될 것이다. ‘아임 유어 맨’ 뿐만 아니라 ‘아임 유어 우먼’도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조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원제: Ich bin dein Mensch/I'm Your Man ▶감독:마리아 슈라더 주연:마렌 애거트, 댄 스티븐스 ▶2021.9.16개봉 15세관람가  

 

[리뷰] 아임 유어 맨 도이치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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