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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영화리뷰

[첫눈이 사라졌다] 삶의 고통, 번뇌가 사라질 것이다. 하나, 둘, 셋!

by 내이름은★박재환 202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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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사라졌다

* 스포일러 * 영화는 애매합니다. 영화 보시고 꼼꼼하게 보시면 더 좋습니다.

20일 개봉하는 [첫눈이 사라졌다](원제:Never Gonna Snow Again)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폴란드가 ‘국제영화상’ 부문 후보로 올렸던 작품이다. (최종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영화는 미지의 폴란드영화답게 어둡고, 어렵고,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판타지이다. 

영화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부촌을 배경으로 한다. 넓은 주택단지는 담이 쳐져 있고, 사설경비원이 출입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체크하는 그 빌리지에 한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마치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처럼 이 남자가 어디에서 온 사람인지 다들 호기심을 갖고 지켜본다. ‘제니아’는 자신이 프리피야트 출신이라고 말한다. 폴란드 서쪽, 저 멀리 우크라이나의 프리피야트는 체르노빌이 있는 도시이다. 1986년 최악의 재앙을 맞이했던 바로 그 곳 출신이다. 이제 바르샤바의 부유한 사람들은 그 불쌍한 동네에서 여기까지 흘러온 남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활용할까. 

제니아는 출장 마사지사이다. 접이식 마사지 침대를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며 고객을 찾는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 남은 여자들에게 정성껏 마사지를 하는 것이다. 

첫눈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 남자의 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모양이다. 영혼을 위무하는 신비스러운 능력이 있는 것이다.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제니아를 찾는다. 바르샤바의 부촌의 사람들도 제각기 고민이 있고, 나누지 못한 문제가 있다. 남편이 바람을 핀다거나, 어머니가 아프다거나, 자신이 암에 걸렸다거나, 아들이 마약을 한다거나. 아니면 키우는 개에게 문제가 있다. 제니아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등을 어루만져준다. 피로를 풀어주고,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불치의 병을 앓는 사람에게는 최면을 걸어 고통의 근원을 찾아준다. 과연 제니아의 그런 능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제니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그는 일을 마치고 빌리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의 낡은 숙소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다. 어린 시절 제니아의 눈앞에 보이는 엄마는 외롭고 병들었다. 그리고 사방은 온통 먼지로 뒤덮였다. 그가 프리피야트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 장면은 아마도 원전폭발 직후의 모습, 그리고 그 뒤의 고통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리라. 어린 프리야는 자신과 가족에게 주어진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울고, 간절히 기도했을까. 방사능으로 오염된 핵 낙진이 첫눈처럼 소복하게 세상을 덮을 때, 프리아는 엄마를 꼭 낫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첫눈이 사라졌다

바르샤바에 갑자기 찾아온 프리피야트 남자의 이야기는 모호하고, 부정확하며, 비현실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남자가 명확하고, 정확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웃나라 사람들의 불행을 위로하는 것이다. 아마도 제니아가 바라보는 그들의 불행은 행복에 겨운 불평불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객들이 최면 속에서 만나는 과거의 고통과 불안감은 똑 같다. 

영화는 왜 제목을 ‘첫눈이 사라졌다’로 옮겼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제니아는 올 때처럼 퇴장도 신비롭다. 그가 사라진 뒤 동네 사람들은 여전히 행복할까. 가족의 소중함을 각기 느끼게 될까. 제니아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슈퍼히어로’가 확실한 그는 이번엔 더 서쪽으로 갔는지 모른다. 

▶첫눈이 사라졌다/ Never Gonna Snow Again ▶감독: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마셀 엔그레르트 ▶출연: 알렉 엇가프, 마야 오스타쉐브스카, 아가타 쿠레샤 ▶개봉: 2021년 10월 20일/ 15세이상관람가

 

[리뷰] 첫눈이 사라졌다 “삶의 고통, 번뇌가 사라질 것이다.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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