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소년의 꿈, 미스 프랑스 되는 것!”

2021. 5. 21. 13:49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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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여전히 ‘여성의 미’를 상찬(賞讚)하는 각종 미인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런 대회를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가.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적어도 미용산업, 패션산업, 어쩌면 의료산업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요즘은 이슈몰이에도 한몫하고 말이다. 어쨌든 그런 미인대회를 둘러싼 영화가 한 편 소개된다. 프랑스 영화 <미스>이다. (원제: Miss 감독: 루벤 알베스)이다. 미적 감각이 남다를 것 같은 프랑스에서는 ‘미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미인대회’를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해진다. 콧대 높은 종족의 초우량쇼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프랑스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장래희망 발표 장면이다. 운동선수가 될 거야에서 대통령까지 야무진 꿈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가 “미스 프랑스가 될거야.”라고 말하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된다. “바보야. 넌 남자야!” 그렇다. 그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는 남자아이였다. 세월이 흘러 알렉스는 허름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복싱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으며 주위의 야유를 듣는다.

영화가 이쯤 진행되면 알렉스가 ‘성전환수술’을 받았거나, 받기 위해 악착스레 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예상과는 달리 ‘남성상(像)’과 ‘여성성(性)’을 아우르며 진행된다. 알렉스는 어릴 적 친구를 만난다. 지금은 복싱선수로 성공한 인물. 그는 알렉스의 고민을 듣고는 힘을 북돋워준다.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알렉스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여전히 ‘미스 프랑스’이다. 이제 알렉스의 ‘미스 프랑스’ 도전기가 시작된다. 


알렉스의 초라한 삶만큼 그의 삶의 공간은 초라하다. 그가 머물고 있는 숙소가 그러하다. 퇴물 트랜스젠더 남창(男娼)에서 불법 체류자들. (겉보기에) 아랍인도 있고 인도사람도 있다. 이들은 프랑스 사회에 반동적일 것이며, ‘미인대회’에 시니컬할 것이다. 아예 ‘미인대회’란 것에 대해 극단적 비난을 쏟아 붓기도 한다. 하지만, ‘알렉스’의 형편을 알기에, 그의 꿈을 알기에 모두들 한마음으로 도와주기 시작한다. 뜻밖의 가족극이 되는 셈이다.

영화 ‘미스’는 ‘남자 알렉스’가 미인대회 예선을 통과하여 본선에서 ‘우승 왕관’을 머리에 서게 되는지 그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 미인대회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미인대회’의 우스꽝스러운 경쟁과정을 지켜보고, 알렉스의 성장을 확인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알렉스를 연기한 배우는 알렉상드르 웨터이다. 2018년 미국 아마존 오리지널 드라마 [마블러스 미스 메이슬](시즌2)에서 드래그 댄서로 출연한 적이 있다. 넷플릭스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도 나온다. 그는 연기 이외도 모델, 의상 디자이너로서도 활약하며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미스>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그는 세밀한 감정 표현으로 호평을 받으며 세자르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세월이 가도 여전히 수영복 콘테스트가 논란이 되고, ‘미스’ 행사에 남자가 출전하는 것에 대해 논쟁이 되는 와중에 프랑스에서 만든 영화 <미스>는 애매한 경계에 선 남자의 자아찾기이다. 물론, 그것은 ‘정체성’ 문제와는 조금 다른 미로 찾기인 듯하다. 물론, 유사가족의 드라마로 봐도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5월 12일 개봉. 15세관람가 ⓒ박재환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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