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시열화] 마른 장작이 불이 잘 붙는다?

2008. 2. 20. 20:50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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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3-9-22]  홍콩 연예인들은 정말로 '탤런트'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올 라운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양천화 역시 가수로 활동하다가 영화에 출연하면서 정수문과 함께 흥행배우로 인식되고 있다. <건시열화>는 양천화의 풋풋한 매력과 고천락의 매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작품.  

홍콩에서 4대째 한약방을 하는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난 양천화. 그는 어릴 때부터 중의학 지식을 익혔지만 가업을 잇는 대신 여성잡지사 <숙녀>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회사에서 그가 하는 일은 동료들을 진맥해주고 한약을 지어주는 것. 어느 날 잡지사 <숙녀>가 남성잡지사 <신사>와 합병된다. 새로운 회사의 사장은 미모의 인기작가인 미셀. <신사>의 부편집장인 고천락은 너무나 허약하여 가끔가다가 픽픽 쓰러질 정도. 양천화는 고천락을 보고 첫눈에 반하지만 고천락은 이미 미셀을 좋아하고 있다. 양천화는 가슴이 아프지만 고천락과 미셀을 이어주고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결국 이런저런 소동 끝에 고천락은 자신의 진실한 사랑은 양천화였음을 알게 된다.

몇 해전부터 홍콩영화계는 갱스터, 도박 영화의 한 편에는 아기자기한 로맨스 물이 일정한 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 선두주자는 양천화와 정수문 등. 양천화는 이 영화에서 굵은 돋보기 안경을 쓴 '범생이' 스타일로 출연한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4대째 내려오는 중의학으로 무장한 지식과 출중한 무공을 지닌 내유외강형 인물. 배우출신의 프로페셔널 연기력을 기대하기 보다는 깜찍한 외모와 귀여운 연기를 지켜보는 것이 더 좋다. 고천락과 밀고 당기는 연애가 좌충우돌, 우왕좌왕 끝에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역시 정석대로 간다. 고천락은 마치 <아이다호>에서 리브 피닉스가 그랬던 것처럼 기면발작증 증세를 보여준다. 물론 이 영화가 양천화 , 혹은 고천락의 매력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홍콩영화의 부실함을 간간히 노출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갑자기 출연하는 걸인무사 장달명의 등장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그다지 공들이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이야기는 큰 아쉬움.

  <건시열화>는 '마른 나무가지에 거센 불'이란 뜻. 영화에서 양천화의 부친, 모친이 딸을 시집 보내기 위해 딸이 남자와 한 방에 있을 때 문을 잠근다. 그때 펼치는 작전에 '건시열화'작전이라고 말한다. 사전에 건시열화에 이런 뜻이 있단다. '남녀가 너무 가까이 하면 애매한 관계가 생기기 쉬운 것을 비유함' 뭐, 그런 뜻. (박재환 2003/9/22)

乾柴烈火 (2002년) Dry Wood Fierce Fire
감독: 엽위신 (葉偉信)
주연: 고천락(古天樂), 양천화(楊千嬅), 진혜산(陳慧珊)
홍콩개봉: 200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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