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조] 도전자 허리케인 (데자키 오사무 감독 あしたのジョ- ,1980)

2008. 2. 19. 23:49애니메이션리뷰

(박재환 2002.6.25.) <내일의 죠>(あしたのジョ!)는 일본의 인기 스토리작가 다카모리 아사오(高森朝雄)와 만화가 치바 데츠야(ちばてつや)의 원작만화에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70년에 배우들이 출연하는 실사영화로 우선 만들어졌고 이듬해 무대극으로 오르기도 했다. 70년~71년에는 79회분 만화시리즈로 TV에 방영되어 공전의 인기를 누렸다. 극장판은 1980년도에 처음 만들어졌다. 감독은 데자키 오사무(出崎統). 극장공개 이후, 다시 47부작 시리즈 만화로 만들어졌고 81년에 두 번 째 극장판이 공개되었다. 꽤나 족보가 있는 영화인 셈. 우리나라에선 1993년에 MBC-TV에서 <도전자 허리케인>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다가 중단되었다고 한다.(떠도는 말로는 일본배경을 무리하게 한국으로 옮기는 면에서, 조가 한국출신 권투선수와 대결하면서 무리수가 생겨서 중단했다고 한다) 그럼, 1980년에 만들어진 153분짜리 첫 번 째 극장판 ‘내일의 조’를 리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해(2001년) 11월 스펙트럼에서 DVD로 출시되었다.)


영화는 전후의 비참함이 남아있는 195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거리에는 꾀죄죄한 거지 아이들이 핏기 없는 얼굴로 옹기종기 모여 있고, 조그마한 이권에도 달려들어 돈을 뜯어먹는 불한당이 수두룩한 그런 을씨년스런 풍경을 비춰준다. 듀플백(더블백)을 짊어지고 유랑하는 야부키 조(矢吹丈)는 거리에서 악당 아저씨에게 매를 맞는 어린 꼬마 애를 구해준다. 그는 정말 전광석화 같은 솜씨로 네댓 명의 악당들을 길바닥에 K.O.시킨다. 이 젊은이의 솜씨에 반한 술주정뱅이 늙은이 단뻬이(한글에서는 맘모스 감독으로 옮겼음). 그는 왕년에 날렸던 프로 복서였고 야부키 조가 자신의 뒤를 이어 챔피언이 될 자질이 있음을 안다. 단뻬이는 폭력배로 경찰에 몰린 야부키 조를 소년원에 집어넣고 그곳에서 권투를 가르친다. 이곳에서 운명의 라이벌을 만나게 된다. 바로 리카이시(力石徹). 출소한 후 둘은 라이벌이 되어 링 위에서 생명을 불사르는 최후의 시합을 펼친다.

극장판 <내일의 조>는 153분이라는 짧지 않은 영화지만 79회 시리즈로 만들어졌던 원작을 구겨 넣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1편에서는 야부키 조와 리카이시의 대결에서 끝난다. 다 알려진 결론을 밝히자면 리카이시는 야부키 조와의 필살의 대결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속편에서는 사람을 죽였다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조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리라.

이 영화는 데츠카 오사무 감독 밑에서 <철완 아톰>을 그렸던 데자키 오사무의 초기작품이다. 그는 꽤 많은 올드 팬을 가진 <베르사이유의 장미>나 몇 년 전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고르고 13>의 감독이다. 그의 화풍은 거친 펜 터치로 대표되는 단순화와 생략이 특징이다. 요즘 디지털로 만들어져서 실사필름보다 더 사실적인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초특급 구닥다리 스타일. 하지만 그러한 단순한 펜 터치에서 묻어나는 무게감은 영화 스토리의 장엄함을 오히려 돋보이게 한다.

이런 만화영화는 어린이가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넘쳐난다. 요즘 서구권에서는 복싱자체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 영화에선 복싱의 야만성을 극도로 강조하는 화면이 대다수이다. 게다가 SM에 가까운 복싱 스타일은 캐릭터의 영웅적 이미지를 제고시킬지 모르지만 복싱의 게임이 갖고 있는 리얼리티를 저하시키고 만다. 게다가 조나 리카이시의 대결은 뚜렷한 목적이나 절대적 이유가 부족하다. 단지 싸우기에 존재하는 맹목적 이유가 영화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하고 뚜렷한 구도가 <내일의 조>의 미덕이 되어버린 셈이다.

전공투(1960년대 일본사회를 뒤흔들었던 ‘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세대가 바이블같이 아끼고 사랑했다는 작품이 <내일의 조>라고 하지 않는가. 아마, 우리나라에도 이데올로기가 침투하기 전의 헝그리 세대를 이야기할 때 임춘애나 김득구를 이야기하듯이 일본인들은 자신의 잃어버린 야성과 이룰 수 없는 꿈에 매달리는 야부키 조에게서 충격적 감흥을 전해 받았는지 모른다. <내일의 조>는 그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태어난 영웅인 셈이다. (박재환 2002/6/25)


[내일의 죠/내일의 조 | あしたのジョ- ,1980] 감독: 데자키 오사무 작화감독: 스기노 아키오(杉野昭夫) 

 

あしたのジョー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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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nseksrmrqhr2009.09.11 14:11

    사회속의 그늘에서 만들어지는 영웅은 사실은 침체된 사회의 분위기를 반전시킬수는 없을까 하는 바램이 만들어 낸 자연적인 작품이 아닌가 한다....차별성 있는 심리적 흐름들과 대화체의 묘사...그리고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