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생] 장국영, 진백강의 ‘방황하는 청춘’ (곽요량 감독 失業生 1981)

2008. 4. 17. 21:10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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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로서의 장국영의 연기세계는 어느 정도 스펙트럼을 가졌을까. <영웅본색>, <천녀유혼> 등 한 시절 한국 영화팬들의 감성을 휘어잡았던 영화들과 함께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는 열 세 살 때 영국으로 유학갔었고, 홍콩으로 돌아와서는 말 많고 탈 많은 홍콩연예계에 눌러앉았다. 그가 별로 인기를 못 얻은 음반들을 내놓던 20대 초반에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장국영의 초창기 영화 중 몇 편이 눈에 띤다. 장국영은 1980년에 <갈채>라는 영화로 청춘우상으로 우뚝 선다. 그런데 그보다 조금 전, 1978년에 <紅樓春上春>과 <구교구골>이란 영화에 나온 걸로 되어 있다.

<홍루춘상춘>(Erotic Dreams of Red Chamber)은 중국 걸작고전소설 <홍루몽>의 패러디(?) 작품이다. 장국영은 이 영화에서 가보옥 역을 맡아서는, 감독의 지시에 따른 꼭두각시 인형같은, 연기랄 것도 없는 연기를 하였다고 한다. 물론 이 영화는 구해보기 힘든 ‘희귀본’ 영화이다. 이 작품은 장국영이 인기를 얻고 나서 다시 발굴되어 팔리는 ‘3급편'(절대성인용) 신세가 된다. 어쨌든 스물 둘의 나이에, 기억하기 싫은 작품으로 영화데뷔전을 치른 장국영은 잇달아 <갈채>, <실업생>, <열화청춘> 같은 영화에 출연한다. 이들 영화로 장국영은 확실히 청춘우상으로서의 명성을 얻게된다.

장국영의 초기 작품 <갈채>,<실업생>,<열화청춘> 같은 작품은 뜻밖에도 우리나라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었었다. 이제는 세월의 무상함과 홍콩영화의 조락을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비디오떨이 가게에서 먼지 뒤집어선 채 주인을 기다릴 것이다. <실업생>은 장국영이 25살 무렵에 나온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그와 공연한 스타는 진백강(陳百强)이다. 진백강 이야기는 뒤에 다시.

이 영화의 또다른 제목은 <필업생(畢業生)>, 즉 ‘졸업생’이다. 홍콩의 고3생들이 갖고 있는 미래에의 고민과 방황을 담고 있다. 진백강은 아주 부유한 집안출신. 바이올린 연주를 좋아하는 그는 대학에 진학해서 음악을 전공하고 싶지만 아버지는 ‘비즈니스 계통’을 배우라고 한다. 장국영은 아주아주 가난한 집안 출신. 이들은 학교에서 말썽도 피우고 몰려다니며 엉뚱한 짓거리도 자주 벌이지만 졸업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순 없다.

마침내 졸업을 하고 진백강은 집안을 뛰쳐나와 홀로서기를 감행한다. 그는 레코드회사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미래를 설계한다. 장국영은 호텔 화장실보이(손님 시중을 들며 잔돈 팁을 받는..–;)로 취직한다. 그러다가 장국영은 한 유한마담을 알게 되고 지골로(GIGOLO)신세가 된다. 장국영의 여동생 또한 비슷한 신세로 전락하게 되자 장국영은 그 어두운 곳을 뛰쳐나온다. 진백강도 마침내 실력을 인정받고 공연을 하게 된다. 이들은 아직 젊은 나이인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다룬 영화는 엇비슷한 면이 많다. 제임스 딘의 영화나 하다못해 우리나라의 <우상의 눈물>(81)을 보아도 알 수 있듯 그 나이 또래의 젊은이는 반항과 좌절이 전매 특허인 셈이다. 별 대책 없는 젊은 청춘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범죄의 유혹과 하층인생의 대물림인 것은 뻔한 일. 장국영과 진백강의 두 젊은이의 이야기를 통해 청춘의 한때를 그려낸다. 장국영은 이 영화에서 깜짝 놀랄 장면을 몇 차례 연출한다. (비디오에서 삭제 당하고 건너뛴 화면이 역력하지만) 장국영의 호텔보이 생활은 다소 충격적이다. 장국영이 마약주사를 맞고 헤롱거리는 모습도 인상적.

이 영화에서 장국영과 함께 청춘스타 진백강이 출연한다. 진백강은 77년, 나이 18살에 야마하전자올갠 대회에서 1위를 하며 연예계에 진출한다. 그후 많은 히트곡을 내며 한 시절을 풍미했었다. 장국영과 함께 <갈채>,<성탄쾌락> 등에 출연하기도. 안타깝게도 진백강은 92년 그의 집에서 쓰러진 후 병원에서 17개월을 연명하다가 93년 10월 25일 유명을 달리했다. 그때 나이 겨우 35세. 진백강을 볼 수 있는 영화는 주윤발의 <가을날의 동화>이다. 한번 눈여겨 보도록. 이 영화의 주제가 <有了니>(당신이 있다면…)는 당연히 장국영이 아니라 진백강이 불렀다. (박재환 20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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