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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메일] 쓰레기 쏟아지는 우편배달부 (폴 슬레딴느 감독 Junk Mail, 1997)

유럽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08. 4. 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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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1999-6-18.. 이때는 리뷰를 왜 이런 식으로 썼을까 –;) 인터넷을 하다보면 스팸 메일을 많이 받는다. ‘이것 받자마자 다른 사람에게 E-mail을 백 통 보내야 불행을 면한다’는 고전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800원으로 천만 원을 벌게 해 준다’든지, ‘이 사이트에 오면 깜짝 놀랄 일이 있다’든지…. 스팸은 원래 미국 햄 통조림 브랜드이다. 우리나라 부자동네에 배달 신문에는 신문 자체보다 그 사이에 낀 전단지가 더 많은 시절이 있었다. 미국에선 이런 전단지의 대표적인 상표가 스팸 전단지였단다. 다이렉트 메일(DM)의 전형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원하지도 않는데 배달되는 메일을 스팸 메일이라 한다는 전설이 있다. 이건 엄청나게 짜증나는 메일이다. 받는 사람이야 하루 몇 통 안 되어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인터넷 업체에 근무하는 친구 말로는 이런 메일의 발송이 시스템의 부하를 초래한단다. 타인의 메일 어드레스를 어떻게 긁어모아, 한 순간에 수백 만 통을 뿌려대게 하니 말이다. 그런 업자가 수백 명이라면.. 그리고 용량이 큰 이미지 파일이라도 덕지덕지 붙은 메일이라면.. 발송되는 메일은 그야말로 엄청날 것이다!)

이런 스팸메일이 이제 개인홈페이지의 게시판이나 방명록에까지 뿌려진다. 정말 분통 터질 일이다. <영화사랑 게시판>에 무좀약 메일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상술도 더럽게 발달하고 있다. 이상 정크 메일과 전혀 상관없는 스팸메일 이야기 끝! (아.. 이 글은 1999년에 쓴 글입니다. 제가, 우리나라 인터넷 대중화 초창기에 벌써 스팸메일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었네요.)

정크 메일의 정크는 원래 쓰레기라는 뜻이다. 주식시장엔 정크 본드라는 것도 있다. 위험부담이 있지만 대박 터지면 떼돈 벌 수 있는 상당히 투기적인(원래 주식이 투기적이지만…) 증권을 일컫는다. 하지만 정크 메일은 (어디 영화소개한데 보니 일정한 수신인 없이 무차별로 발송되어지는 3종 우편물이라고 나와 있다) 광고전단지나 DM처럼 발송되어지는 우편물이다. 영화에서 우편배달부 로이는 엄청나게 많은 전단지를 나른다. 노르웨이에서는 우편배달부가 그런 것도 배달하는 모양이다. (물론 우표만 붙어있음 다 실어 나르겠지만 말이다)

정크 메일에 들어가기 전에, 이전에 시사잡지에서 읽은 것인데 미국 우편배달부는 연말에 엄청나게 많은 사고를 당한다고 한다. 생활보호대상자나 연금수령자에게는 연말이면 연금증서나 돈 되는 서류를 우편배달부를 통해 배달하는데 그것을 노린 악당들이 무차별적으로 배달부를 납치 강도행각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우편당국의 대책은 간단하단다. “달라면 줘 버려라!”이란다. 모두 보험에 들어있기 때문에 상관없단다.

이 영화는 노르웨이 영화이다. 노르웨이에 대해서는 수도가 ‘오슬로’였던가라는 기억 밖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그 흔한 정치가도, 축구 선수도, 포경선 선장 이름도 하나 모르겠다. 그런데 로이가 영화에서 자기 이름이 ‘로이 아문센’이랬던가 그런다. 아문센이 노르웨이 사람이다. 북극해를 횡단했고, 처음으로 남극 땅을 밟았던 그 극지 탐험가 말이다.

자, 그럼 여기까지가 쓰레기같은 정크 리뷰였고, 이제부터 진짜 정크메일 영화평 들어간다.^^

전 세계에 내놓을 것이라곤 그 옛날의 아문센 밖에 없는 추운 나라에 영화는 무슨 얼어 죽을 영화이고, 로맨스는 무슨 말라 비틀어진 로맨스일까. 사실 그렇다. 그 나라 그 곳에는 사랑마저 얼어버렸다. 여기에 우편배달부 로이란 사람이 있는데 그의 일과는 산더미 같은 우편물을 (반은 몰래 내다 버린 채) 배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 1등국 노르웨이답게 우편물을 노리는 악당이 많다. 로이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자기 임무에 충실하다. (여전히 내다 버리고, 여전히 남의 편지 몰래 훔쳐보지만 말이다…)

영화 첫 장면에서는 누군가가 집단폭행-강도질을 당한다. 뭔가 했는데 나중에 알게 되는 사실은 악당들이 한 우편배달부를 강탈하는 장면이었다.

로이는 편지를 나르다 한 여자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여자가 책방에서 의학서적을 하나 몰래 훔치는 것을 본다. (참고로 노르웨이에는 인구가 400만 정도란다. 그런데 책방 광경을 보면 놀라게 된다. 하드코어 호러물을 다룬 책, 괴기적 SF잡지,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포르노 잡지가 한 벽 가득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로이는 그 여자를 뒤쫓기 시작한다. 그녀는 세탁소(우리 식으로 빨래방) 직원이고,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끼고 살며(청각장애자),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녀 아파트 열쇠를 구하게 되고, 몰래 들어간다. 이제 본격적으로 엿보기의 묘한 유혹을 받게 된다. 그는 그녀의 아파트에서 사진과 이름을 하나 알게 되고, (마치 <햇빛 쏟아지던 날들>에서 꼬마 애가 그랬던 것처럼) 침대 밑에 숨어있다 그 여자-리네-가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는 장면을 훔쳐보게 된다. 그의 의도는 그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는 거였지 벌거벗은 몸을 훔쳐보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몰래 빠져나가는데 그녀가 욕조에서 꼼짝도 않는다. 그녀는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로이는 별 수 없이 뻣뻣하게 굳은 그녀를 욕조에서 꺼내어 소파에 누이고는 119긴급구조대에 전화하고는 도망쳐 나온다. 우편배달부는 고독과 절망의 바닥에서 한 여자를 살려낸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더욱 복잡하게 진행되지만, 의외로 따뜻하고 유머스럽게 나간다. (특히나 “내 이름은 게으르그!”인 그 악당 장면은 그야말로 부조리극의 극치. 웃다가 객석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음!!) 로이는 레이를 사랑하게 되고, 레이는 아까 첫 장면 그 강탈극에 연류되어 있고, 돈 다발을 쫓는 악당과 로이의 싸움. 그리고 그 사이에 양념같이 끼어드는 엄청나게 글래머한-아니 뚱뚱한 아줌마의 복수극-까지 영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장르의 묘미를 선사하며 관객에게 전혀 낯선 감동을 안겨 준다. 바로, 배달부와 고독한 여자와의 사랑이야기가 기둥이다.

남자는 처음 환자처럼 묘사될만큼 병약하고, 소심하고, 우울하게 등장한다. 여자는 청각장애자답게 소외된 삶을 누리고 있었고 말이다. 이제 이 둘이 운명적으로 만나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리란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울한 분위기에서 극적으로 맺어지는 것이 재미있다. 자살을 하려는 여자의 마음을 알 수는 없다. 단지 삶이 너무나 고독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런 여자를 거두어줄 것이다. 둘은 행복할 것이다. (박재환 1999/6/18)

[정크메일|Budbringeren, Junk Mail, 1997] 감독: 폴 슬레딴느 주연: 로버트 샤스타드(로이), 안드린느 쎄떼르, 피에르 에길 아스케 한국개봉: 1999/6/19 

 

Junk Mail (film) - Wikipedia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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