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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기증] 악몽의 시작 (이돈구 감독 Entangled, 2014)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8년 ‘현기증’(Vertigo)는 오늘 현재 세계적인 영화사이트인 imdb닷컴에 67위에 랭크되어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현기증을 느끼는 고소공포증을 가진 전직 형사 제임스 스튜어트가 금발미녀를 뒤쫓다 미스터리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반세기가 더 지나 한국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가 한 편 개봉된다. 조두순사건에 분노를 느껴 단돈 300만원으로 ‘가시꽃’이란 작품을 완성시켜 영화계를 놀라게 한 이돈구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되면서 영화팬들의 호평을 받았다.영화는 ‘현기증’ 느끼는 한 여자로 인해 행복해야할 한 집안이 완전히 붕괴되는 비극을 보여준다. 그러나 단순한 메디컬 공포물이 아니라 그 속에 인간의 본능적 공포와 ..
2014.11.05 -
[리뷰] 나의 독재자, 나의 아버지
‘김씨 표류기’라는 작품을 내놓았던 이해준 감독의 신작 ‘나의 독재자’가 최근 개봉되었다. ‘나의 독재자’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기발한 준비과정을 했었다는 신문기사에서 모티브를 찾은 영화이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시절, 당시 이후락 중앙정부부장이 직접 평양를 다녀와서는 중대발표를 했었다. “청산가리를 품고 죽을 각오로 북한에 다녀왔다. 곧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다.”는 것이었다. 이후 중정에서는 김일성 대역을 내세워 정상회담을 준비한다. 그의 말투는 기본, 사고방식까지 수령에 가깝도록 연습 또 연습한다. 물론, 유신과 함께 이 프로젝트는 파기되었다. 그럼, 김일성이 되기 위해 발버둥쳤던 그 대역배우는 이후 어떤 삶을 살았을까.이해준 감독은 평범한, 아니 사실 연극판에선 형편없었던 한..
2014.11.03 -
[나를 찾아줘] 사랑과 전쟁 미주리 버전 (데이비드 핀처 감독,2014)
미국 미주리 주에는 아직도 사형제도가 존치하는 모양이다. 부부간에 순결이라는 혼인의 신성한 의무를 위반하고, 배우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경우에는 교수형에라도 처하는 모양이다. 연쇄살인마 이야기 ‘세븐’과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 스토리를 다룬 ‘소셜 네트워크’를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이번에는 ‘남부럽지 않게 사는 듯한 한 부부’의 침실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분명, 행복해 보이는 저 커플, 하지만 남모르는 사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둘 중 하나는 죽임을 당하리라. 과연 데이비드 핀처가 그렇게 수가 보이는 ‘사랑과 전쟁’을 찍을까. 러닝타임 149분 동안 숨 막히는 사건의 현장으로 빨려든다. 남편, 아내를 살해했을까?살인미소를 지닌 닉(벤 애플렉)은 한 파티장에서 매혹적인 작가 에이미(로자먼드..
2014.10.30 -
[리뷰] 해무, 뜻밖의 호러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 이 영화의 제작에 적극 참여했다는 사실을 과도하게 홍보하지만 않았더라면 영화 ‘해무’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해무’는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거친 바다를 건너는 ‘보트피플’의 드라마, 혹은 공산사회에서 막 자본주의의 맛을 깨닫기 시작한 연변조선족들의 ‘코리안 드림’을 다룬 위대한 사회드라마로 인식될 뻔한 작품이다. 2001년 한국에 밀입국하려는 중국인들이 바로 그 배에서 처참하게 죽은 실제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 영화는 실제사건을 얼마나 충실하게, 아니면 얼마나 더 보탰는지 모르겠다. 그 최종결과물은 어정쩡한 호러에 공감이 덜 가는 순정드라마가 되고 말았다.김 선장의 위험한 선택여수에서 20년 넘게 안강망어선 전진호로 고기잡이를 해온 철주 선장(김윤석..
2014.09.02 -
[리뷰] 해적, “그래 네가 넘버 투다”
올 여름 극장가만큼이나 흥행대전이 치열했던 적은 없었다. 그것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뒷전이고 한국영화들끼리 이렇게 화제가 된 적은 더더욱 없었다. ‘지리산 웨스턴’이라는 유별난 민중봉기(!)를 소재로 다룬 ‘군도:민란의 시대’가 스타트를 끊었고 뒤이어 영원한 민족영웅 이순신장군의 ‘필사즉생’의 영화 ‘명량’이 극장가를 완전장악했다. 그리고 연이어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라는 순전히 오락영화의 본령에 충실한 영화가 개봉되어 극장주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느 것을 걸어야 더 많은 관객을 불러들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해적’은 용케도 ‘군도’와 ‘명량’이 이야기하고자한 것을 다 이야기할 뿐 아니라, 그것이 갖추지 못한, 그 어떤 것까지 용해시켜 영화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명나라가 새로 ..
2014.08.29 -
[허큘리스] 헤라클레스와의 차이점은? (브렛 래트너 감독, 2014)
그래픽노블을 영화화한 ‘300’의 드라마틱한 성공에 자극받아서인지 할리우드가 무리수를 두었다. 올 봄, 레니 할린 감독의 ‘헤라클레스: 레건드 비긴즈’가 흥행에 실패한데 이어 브렛 래트너 감독의 ‘허큘리스’가 지난 달 미국에서 개봉되어 역시 들인 제작비에 훨씬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군도’와 ‘명량’, 그리고 곧 ‘해적’이 뛰어들어 펼치는 초특급 흥행대전 와중에 개봉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던 ‘영웅 헤라클레스’가 이번에는 어떻게 스크린에서 부활했을까. 아마 요즘 영화기술로는 어마어마한 화면을 분명 보여줄 것이다. 이제 관객들도 그 정도는 예상하고, 기대하고 아이맥스/3D 극장으로 갈 테니 말이다.신도 영웅도 아닌, 힘센 남자 ‘허큘리스’아주 옛날, 용맹함..
2014.08.06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듣보잡’ 우주영웅 (제임스 건 감독, 2014)
마블 코믹스 콘텐츠의 수익성은 놀라울 정도이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과 TV시대의 헐크를 보고 자란 관객들도 놀랄 지경이다. 분명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그리고 ‘어벤져스’를 거치며 이들 만화영웅들의 돈벌이 능력은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마블은 월등하게 파워 업된 할리우드 CG기술에 힘입어 일련의 옛 만화영웅들을 줄기차게 부활시키고 있다. 이번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라는 한국 영화팬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히어로를 스크린에 불러냈다. 역시 효과는 100%였다. 지난 주 미국에서 개봉되어 첫 주말에 9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지구인, 외계인, 은하영웅지구, 1988년. 미국 미주리의 한 병원 침실에서 소년의 어머니..
2014.08.04 -
[리뷰] 뮤지컬 프리실라, '우리' 세상의 ‘다른’ 사람들
KBS TV특종 뮤지컬 쇼타임~! ‘깝’ 조권과 ‘민중택배’ 정성하가 요란스런 복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1994년 호주영화 ‘프리실라’를 뮤지컬로 만든 동명의 작품을 통해서이다. ‘프리실라’는 게이 두 사람과 트랜스젠더 한 사람이 ‘프리실라’라고 이름 붙인 낡은 버스를 타고 호주 이쪽(시드니)에서 저쪽(앨리스 스프링스)으로 수천 킬로미터의 대륙횡단 여정을 떠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로드무비’였다. 트랜스젠더나 드랙퀸을 대하는 세상 사람들의 얄궂은 시선쯤을 아무렇지도 않게, 쿨하게 무시하고 장도에 나섰지만 그들 나름대로 고민과 걱정은 있다. 하지만 신나는 음악과 함께 걱정고민은 사막에 내던져버리고 그냥 ‘고고싱싱’만 하면 되는 것이다. 미치, 버나뎃, 펠리시아, 그리고 벤지 시드니 ‘다운타운’ 클럽에..
2014.07.31 -
[명량]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김한민 감독 ROARING CURRENTS 2014)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 같은 우리나라 역사서를 읽다보면 머저리 같은 임금에 등신 같은 신하들, 그리고 그런 상전에게 전혀 신뢰가 없던 백성들이 어울러 살던 조선이 “왜 하루라도 일찍 망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조선 선조 때가 대표적이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일본을 다녀온 통신사들이 조선은 물론 명을 칠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던 일본에 대해 정세분석이랍시고 내놓았다는 논쟁의 극한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쥐같이 생긴 몰골로 두려워할 만한 인물이 못 돼 보입니다”였으니. 어쨌든 일본은 쳐들어왔고 불쌍한 백성들만 도륙된다. 그리고 잠깐의 수습기간. 어이없게도 이순신은 쫓겨나고, 고문당하고, 백의종군한다. 그리고 또 다시 왜군이 쳐들어온다. 정유재란이라고도 하고 임진왜란의 연장이라고도 한다. 바로..
2014.07.30 -
[뮤지컬리뷰] 두 도시 이야기 (2014.6.28 국립극장 이건명 정동하)
원글 = KBS TV특종 뮤지컬 쇼~타임! (2014.6.28.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이건명 정동하 김아선 소냐 김서현 연지원 ) [리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1789년, 분노에 가득 찬 프랑스 ‘민중’들의 바스티유감옥 습격으로 시작된 프랑스대혁명의 뒷모습을 그린 영국작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대문호가 저렇게 상반된 감정을 첫 페이지에 써내려간 것은 그만큼 당시 영국 지식인이 바라보는 프랑스대혁명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프랑스대혁명을 오랜 압제와 시련에서 떨쳐 일어난..
2014.07.22 -
[리뷰]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2014.6.21. 충무아트홀대극장 제이 최수진 백주희 육현욱)
원글 = KBS TV특종 뮤지컬 쇼~타임! (2014.6.21. 충무아트홀 대극장 제이 최수진 백주희 육현욱) [리뷰] 아이돌이 부르는 ‘싱잉인더레인’ 한석규가 나온 영화 ‘음란서생’은 근엄한 조선시대 사대부 세계에 은밀히 유통된 음란서적을 집필하고 유통시킨 서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지막 장면에 이 서생은 새로운 미디어를 개발한다. 책의 각 페이지에 조금씩 다른 그림을 그려 넣어 “차르륵~” 책장을 넘기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를 동영상이라 합시다!” 그런다.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키려는 미디어는 그런 식으로 발전한다. 사진이란 신기술이 개발되고, 필름의 진화는 영화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초창기 영화는 대단히 짧았고 소리도 없었다. 물론 흑백이었고. 그러다가 음악적 요소를 집어넣기 시작했..
2014.07.22 -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맷 리브스 감독,2014)
‘혹성탈출’( The Planet of the Apes)은 꽤 족보가 있는 영화이다. 1968년에 세상에 나온 찰톤 헤스톤 주연의 오리지널부터 시작하여 속편도 여러 편 제작되었고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며, 21세기 들어서는 팀 버튼 감독이 리메이크 작품도 내놓았다. 그리고 2011년에 ‘리부트’라는 최신 프랜차이즈 상품이 만들어졌고 이번에 그 두 번째 작품이 극장에 나왔다. 이제 똑똑한 유인원을 만나기 위해 찰톤 헤스톤처럼 우주선 타고 시간의 뒤틀림을 겪으며 먼 미래의 지구에 착륙할 필요는 없다. 최신 의약품만 있으면 되니 말이다. 물론, 충분한 임상실험이 없다보니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는 있다. 이번 프렌차이즈 제품처럼 인류, 혹은 유인원의 멸종을 가져올 만큼 위험한!바이러스에서 살아남은 인류, 유..
2014.07.13 -
[리뷰] ‘신의 한 수’, 사각의 링
‘바둑’은 참여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이며 전략적인 사고를 요하는 유희이다. 가로 세로 각각 19줄이 그어진 딱딱한 바둑판 위의 361개 교차점에 흰색과 검은색 돌을 번갈아 놓아 최종적으로 ‘차지한 집’의 많고 적음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아마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되어 ‘적어도’ 2천 년은 되었을 인류의 문화적 게임이다. 지난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선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런 바둑을 소재로 영화로 만든다면 은행금고를 노리는 하이테크 갱들의 치밀한 두뇌게임을 연상할지 모른다. 그런데 지난 주 개봉된 한국영화 ‘신의 한 수’는 예상 밖으로 ‘육체와 육체’가 맞부딪치는 액션영화로 세상에 등장했다. 근사한 전략적 포석과 치열한 수 싸움은 없다. 대신, 기원에서 펼쳐지는..
2014.07.10 -
[나쁜 이웃들] 세스 로건의 이웃웬수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가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도대체 건축 규정이 어떻기에, 그리고 공동생활을 하는 입주민들의 사회규범이 어느 수준이기에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이런 경우 미국에서는 어떻게 처리될까. 참을 수 없는 소음 등의 이유로 이웃간에 원수지간이 되어버리는 코미디 영화가 곧 개봉된다. 제목부터 정직한 ‘나쁜 이웃들’( Neighbours)이다.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의 소음에 분노게이지가 폭발하여 이웃사촌이 원수가 될까. 그리고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궁금하긴 하다.세스 로건, 옆집에 악동무리 입주하다신혼부부 맥(세스 로건)과 켈리(로즈 번)는 꿈에 그리던 조용한 주택가에 이사 온다. 전형적 미국 중산층. 앞마당 잔디밭, 흰 페인트칠이 된 담 너머 옆집 사람과는 “굿모닝~..
2014.07.03 -
[님포매니악 볼륨1] 코지 판 투테? (라스 폰 크리에 감독 Nymphomaniac: Vol.1, 2013)
지난 주 개봉된 덴마크 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논쟁작 ’님포매니악‘( Nymphomaniac)의 뜻은 ’여자색정광‘이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이 단어는 ’Hypersexuality‘로 연결되어있다. 이 말은 ’성욕과다증‘, ’성욕항진증‘으로 번역된다. ’섹스‘에 대한 집착정도가 평균을 넘어 과도할 경우 병적인 증세라고 성(性)심리학자들은 말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 그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분명 개인적인 편차가 클 터인데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누가 봐도 ’성욕과다증‘ 환자임에 분명하다. 어느 추운 겨울 저녁, 중년의 독신남 셀리그만(스텔란 스카스가드)은 피를 흘리며 길거리에 쓰러져있는 젊은 여자 조(샤를로뜨 갱스부르)를 집으로 데려와 안정을 취하게 한다. 척 봐도 심한..
201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