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7 16

[낮은 목소리3 - 숨결] 산 자의 숨결, 죽은 자의 회한 (변영주 감독 My Own Breathing, 1999)

지난 (2000년) 3월 1일. 서울 세종로 교보빌딩 앞에서는 한 무리의 할머니들이 모여 누군가를 향해, 뭔가를 부르짖고 있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의 현장이다. 1992년 1월 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의 구(舊) 일본대사관앞에서 첫 시위를 가졌던 할머니들은 이후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여 왔다. 예외는 단 한 차례, 지난 95년 일본 고베 지진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한 주를 걸렸을 때뿐이다. 작년 말, 일본대사관이 증축관계로 교보빌딩으로 이전한 후에는 할머니들도 자리를 옮겨 줄곧 이 '작은 외침의 시간'을 계속해왔다. 이날 모임은 정확히 400회째 된다. 삼일절 날 말이다.할머니들은 일본군 위안부(정신대)의 진실이 일본교과서에 실리고, 일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아니나다를까 홍상수 스타일 (홍상수 감독 Woman Is The Future Of Man, 2004)

(박재환 2004/4/22) 한동안 척박했던 걸로 인식되던 한국영화계의 유일한 작가감독으로 추앙 받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곧 개봉된다. 홍상수 감독으로서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96), [강원도의 힘](89), [오! 수정](00), [생활의 발견](02) 이후 5번째 작품이다. 국내 개봉도 되기 전에 희소식이 먼저 날아들었다. 다음 달에 열리는 프랑스 깐느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와 함께!) 사실 홍상수 감독 작품은 똑같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치열한 작가정신, 혹은 창작욕구를 끊임없이 소수의 대중과 다수의 평론가들과 투쟁하며 가다듬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비해 홍상수 감독은 첫 작품이나 최근 작품이나 똑같이 돋보기..

한국영화리뷰 2019.08.17

[신라의 달밤] 경주로 간 '친구' (김상진 감독 2001)

(박재환 2001/6/15)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중장년층에게 노스탤지어를 불려 일으키는 고풍스런 교복과, 암울했던 197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내용에 편승하여 전국관객 800만이라는 빅 히트를 거두고 있다. 친구>는 분명 부산사투리라는 제한된 언어 영역에서 느낄 수 있는 옛 정과 영화적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많은 장치가 숨어 있었다. 이번에는 경주로 자리를 바꾼 또 한편의 영화가 노스탤지어를 불려 일으킨다. 물론, 이번에는 하와이에 갈 필요도 없고, 장동건의 비장미 넘치는 마지막 장면같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라스트 씬도 없다. 단지, '그냥' 웃기려고만 덤벼들던 주유소 습격사건>의 그 철저한 오락정신으로만 무장되어있다.주유소 습격사건>을 만들었던 '좋은영화'라는 영화사의 김미희 대표..

한국영화리뷰 2019.08.17

[해변으로 가다] 2000년 한국호러영화 (김인수 감독 Bloody Beach 2000)

(2000년에 쏟아진 한국호러영화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본 것 같네요. --;)올해(2000년) 충무로에서 만들어진 호러영화란 것을 몇 편 본 사람으로서는 이런 영화의 리뷰를 쓸 때마다 한계상황에 봉착한 듯 난감해진다. 여름방학이 다 끝나가도록 서울에서는 아직 개봉관도 잡지 못한 개그맨 출신의 김정식 감독의 데뷔작 공포특공대>로부터 시작하여, 하피>, 가위>, 그리고, 부천영화제에서 미리 선보였던 몇몇 작품들, 그리고 이번 주말에 개봉될 영화 해변으로 가다>까지. 여름 한 시즌동안 국내영화팬들이 극장에서 과연 한국산 호러물을 두 편 이상 볼까 의문스런 상황에서는 이런 영화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다. 모르긴 해도 국내 영화발전과 평균적 영화팬들의 만족과 기쁨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한국영화리뷰 2019.08.17

[차타레 부인의 사랑] 로렌스 에로스 (쥬스트 쟈킨 감독 Lady Chatterley's Lover, 1981)

영국 소설가 D.H.로렌스(1985.9.11~1930.3.2)의 대표작 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논란이 일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매달 문학작품 한 권씩을 꼭 읽으라며 그 대상작품까지 일일이 선정해 주었다. 그 때 읽은 '교장선생님 추천필독서' 중에는 이어령 교수의 에세이 와 김성동의 , 그리고 놀랍게도 D.H.로렌스의 도 있었다.  요즘 같은 영상시대 세대가 텍스트 기반의 의 매혹적인 에로티시즘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은 출판될 때 영국과 미국에서 외설시비에 휩싸였다. ( 의 백낙청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이 D.H.로렌스 관련 논저였다.) 소설은 1928년 이태리 피렌체에서 출판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출판사의 인쇄공은 영어를 전혀 몰랐다고. 초판은 단지 100부..

유럽영화리뷰 2019.08.17

[밀도성숙시] 이려진, 청춘 삼급편 히로인 (李麗珍蜜桃成熟時,1993)

중국에는 아직 개봉영화에 대한 심의등급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가 꽤 많이 편집되어 온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개봉되거나, 아예 수입 금지된다. 홍콩도 의외로 늦게 영화심의 등급제도가 확립되었다. 1988년 말에 가서야 미국과 유사한 등급제도가 실시되었다. 1993년에 홍콩에서 이 영화는 아예 주인공 이름을 달고 [이려진밀도성숙시](李麗珍蜜桃成熟時)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열다섯 살에 길을 가다 광고모델로 픽업되었던 이려진은 데뷔 초기 고지삼-황백명의 [개심귀] 시리즈나 장국영의 [위니종정] 같은 영화에서 풋풋한 소녀 역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1993년, 이 영화 한편으로 단번에 에로영화계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홍콩에서의 심의등급은  'III급'이다. 포르노물이 아니라 미국(M..

홍콩영화리뷰 2019.08.17

[몽콕의 하룻밤]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긴 일 (이동승 감독 旺角黑夜 One Nite in Mongkok 2004)

(박재환 2004.7.1.) [몽콕의 하룻밤]은 이번(200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되는 최신 홍콩영화이다. 홍콩에서는 지난 5월 20일 개봉되었었다. '몽콕'(旺角)은 널리 알려진 대로 홍콩에서 가장 번잡스런 곳이다. 왕가위 감독의 [열혈남아]의 원제목이 바로 [몽콕하문](몽콕의 카르멘)이다. 고층건물과 연립주택, 수많은 샵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곳은 밑바닥 인생들과 범죄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을 우범지대 같다. (물론 몽콕은 관광객과 쇼핑객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몽콕의 하룻밤]의 이동승 감독은 쇼브라더스 소속 배우로 영화인생을 시작했다. 그의 부친과 모친이 모두 유명 영화배우였다. 홍콩의 중견배우 진패와 액션배우 강대위는 이동승 감독의 배다른 형제이기도 하다. 이동승은 1..

홍콩영화리뷰 2019.08.17

[옥관음] 조미, 사정봉, 허안화, 그리고 해암 (허안화 감독 玉觀音 Jade Goddess of Mercy 2003)

우리나라에선 조미(趙薇,짜오웨이)가 TV드라마로 먼저 인기를 끌었다. 경인방송(iTV)에서 [황제의 딸]이 방송되고 잇따라 그녀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들이 잇따라 소개되면서 앳된 외모와 통통 튀는 듯한 매력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렸다. 주성치의 홍콩영화 [소림축구]에 출연하면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 아이돌 스타들의 출연 작품들이 다들 그러하듯이 조미의 팬들은 인터넷 동영상이나 중국산 VCD로 제한된 접촉만을 할 뿐이다.각설하고, 작년 조미는 네 편의 영화에 잇따라 출연했다. 정이건과 공연한 [포제여붕우], 강문과 공연한 [녹차], [천지영웅], 그리고 [옥관음]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조미는 이들 영화를 통해 '연기력의 한계'와 '박스오피스의 독약'이라는 악평을 들어야만 했다. 과연 그럴까? ..

중국영화리뷰 2019.08.17

[대지진] 영웅이 되는 법... (마크 롭슨 감독 Earthquake 1974)

(박재환 2002.9.12.) 어제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이 저지른 911 미국 테러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이날을 맞아 TV에선 파이널 디시즌>만 방영한 것이 아니라 딥 임팩트>와 에어포트>, 대지진>을 방영했다. EBS가 택한 대지진>을 잠깐 살펴볼까한다. 이 영화는 1974년에 만들어졌다. 내용은 미국 캘리포니아 L.A.에 엄청난 강도의 대지진이 일어나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고, 댐이 무너져 물난리가 난다.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구조활동을 펼치는 영웅이 있는가하면, 온갖 못된 약탈과 비열한 짓거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인간드라마를 강조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포함시켰지만 123분짜리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역시 대지진의 실감나는..

미국영화리뷰 2019.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