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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 토드] 잔혹한 운명의 이발사 (2019년 샤롯데 씨어터)
빅토리아 시대란 1837년부터 1901년까지 64년간의 대영제국을 지배한 ‘영광스러운’ 빅토리아 여왕 치세를 일컫는다. 산업혁명의 엔진을 단 제국 영국은 세계로 식민지를 개척해 나갔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모든 면에서 혁명적 경지에 다다랐다. 물론, 그 뒤에는 젠 체하는 보수적인 도덕주의와 함께 허영과 위선, 도시범죄의 어두운 그림자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바로 올리버 트위스트가 구걸하고, 셜록 홈즈와 드라큘라 백작이 숨을 쉬며, 살인마 잭 더 리퍼가 런던 밤거리를 배회하던 시절이었다. 바로 그 곳에 스위니 토드란 이발사도 있었다. 날카로운 면도칼을 들고 복수심에 불타던 한 남자. 스티븐 손드하임의 걸작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2007년 처음 한국무대에 올랐고, 세월이 좀 지나 201..
2019.10.21 -
[야구소녀] “주수인, 힘 내!” (최윤태 감독 Baseball Girl 2019)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붐이 일기 시작할 때 허영만 작가가 이라는 재밌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용화 감독이 로 영화화했었다) 야구를 사람만 하라는 법이 있냐며, 고질라가 타석에 들어서면서 펼쳐지는 ‘스포츠-애니멀’ 드라마였다. 그런데, 원래 프로야구에는 ‘프로야구에는 남자만 하는 법’이라는 규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야구소녀’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줄 설명이 나온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의학적으로 남성이 아닌 자’는 부적격 선수로 분류됐다. 1996년, 규약에서 이 문구가 사라진 뒤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되었다”수많은 스타들이 한국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동안 여자 프로야구선수가..
2019.10.16 -
[하녀] 외도의 끝, 파국 (김기영 감독 The Housemaid 1960)
1919년 10월 27일, 일제강점기 서울 시내에 위치한 극장 단성사에서는 연극이 아닌 특별한 볼거리가 시전되었다. 연쇄극이라 불리던 ‘필름’ 상영이었다. 35mm 흑백무성필름 1권 정도의 길이였다고 하니 10분도 채 안 되는 영화였다. (필름이, 실물이 남아있지 않으니 정확한 런닝타임은 알 수가 없다) 바로, 이 날이 우리나라 국산영화 탄생의 기점이다. 올해로 100년! 한국영화 100년에 맞춰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KBS도 특별히 을 편성하여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12편을 방송한다. 지난 10월 4일, 그 첫 번째 주자로 김기영 감독의 가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가장 기이한 인물로 손꼽히는 김기영 감독의 필름은 반백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전해졌다. 영상자료..
2019.10.15 -
[드라마스페셜 2019 렉카] 차 트렁크에서 사람을 보았네 (연출:이호 극본:윤지형 KBS 2TV 2019.10.11 방송)
2019년에도 명맥이 유지된 ‘KBS 드라마스페셜’ 2019년 시즌의 세 번째 작품은 이호 연출 – 윤지형 극본의 액션드라마 이다. 단막극에서는 보기 드문 카 체이싱 액션 장면이 돋보이는 범죄추적극이다.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경찰차보다, 앰블란스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렉카’이다. 이번 드라마는 이 렉카 기사가 주인공이다. 태구(이태선)는 렉카업체 사장에게서 오늘도 질책을 받는다. 실적이 너무 저조하다고. 사고를 내서라도 실적을 올리라는 압박에 도로에서 한 건을 올리기 위해 대기 중이다. 그런데 저 먼 곳에 주차한 검은 승용차가 수상하다. 트렁크에 사람이 실린 것 같다. 태구가 가까이 다가가니, 승용차 운전자 도훈(장률)은 아무 일 없다며 꺼지라고 위협한다. 분명 범죄의 냄새가 느껴진다. 이후, 는 뭔..
2019.10.14 -
[판소리 복서] 병구 리턴 (정혁기 감독 My punch-drunk boxer, 2019)
오래전 주말 낮이면 TV에선 항상 프로 복싱을 중계해주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두 남자가 사각의 링에서 원초적 혈투를 펼치는 이 리얼 스포츠 드라마는 꽤 인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엔 두 가지가 남아 있다. 시합이 끝나고 클로징 멘트를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 옆으로 애 어른 할 것 없이 달라붙어 카메라에 얼굴 내보이려고 애쓰는 모습과, 시합 시작할 때 나오는 다이내믹한 음악, BGM. 찾아보니, 프랑스 군가 ‘Sambre et Meuse’와 영화 록키의 테마뮤직 ‘Gonna Fly Now’ 등이 사용되었다. 홍수환, 유재두, 염동균, 박종팔, 장정구, 유명우 등등 기라성 같은 챔피언들이 전설로 남은 가운데, 요즘 누가 복싱을 하나. 충무로에서 한다. 그 서글픈 스포츠를,..
2019.10.14 -
[BIFF] 김초희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 KBS독립영화상
[2019.10.11] 제2회 ‘KBS독립영화상’으로 김초희 감독의 가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11일 저녁 ‘비전의 밤’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KBS독립영화상’을 수상한 에는 1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KBS독립영화상’은 KBS가 부산국제영화제에 한국독립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상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한국영화의 오늘_비전’ 부문 10편과 ‘뉴 커런츠’ 섹션의 3편으로 총 13편의 한국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다. 김초희 감독의 는 주인공 찬실이 영화 프로듀서 일을 그만두고 변두리 산꼭대기 마을로 이사하면서 시작되는 일을 다룬 영화다. 세 들어 살게 된 집주인 할머니는 어딘가 이상하고, 더 이상한 건 종종 출몰하는 이 집의 귀신이다. 생전에 홍콩의 유명..
2019.10.12 -
[BIFF리뷰] 커밍 홈 어게인, “웨인 왕 + 이창래 + 이문세, 그리고 엄마의 갈비” (웨인 왕 감독 Coming Home Again 2019)
지난 3일 개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00여 편의 다채로운 영화가 한국의 시네필에게 소개된다. 그중 (Coming Home Again)은 미국 내 아시아인들의 정체성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하는 웨인 왕 감독의 신작이다. 홍콩 출신의 웨인 왕은 17살에 미국에 왔고, 올해 70살이다. 그가 이번에 관심을 보인 것은 미국에 뿌리를 내린 한국인사회 구성원의 이야기이다. 당초 웨인 왕 감독이 부산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최근 건강상태로 막판에 취소했다.BIFF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전, 웨인 왕 감독이 영상으로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교포 1.5세)인 이창래 작가가 1995년 ‘뉴요커’에 쓴 에세이를 보고 인상에 남았다고 한다. 작가가 위암에 걸린 어머니를 1년여 병수발을 들며 느낀 복..
2019.10.11 -
[인터뷰] 레이 영 감독 “홍콩은 싸우고 있다” (레이 영 楊曜愷 감독, /양야오카이, 叔·叔,Suk Suk 2019)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300여 편의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그중 무지개빛 영화 한 편이 눈길을 끈다. 홍콩 레이 영 감독의 신작 (叔·叔,Suk Suk)이다. 제목은 아재개그 수준이지만 홍콩 LGBT영화의 현주소를 만나볼 수 있다. 영화제 참석을 위해 부산을 찾은 레이 영(Ray YEUNG,楊曜愷/양야오카이) 감독을 만나, 궁금한 점 몇 가지를 직접 물어보았다. [질문] 영화를 보면, 동성애자를 위한 양로원을 설치해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있는데, 진전이 있는가? [레이 감독] 기존의 법을 개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게 요양원을 만들어달라는 사회복지서비스 확대를 호소하는 사회운동의 일환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디오’는 실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시나리오를 작업을 하면서 많은 이..
2019.10.10 -
[인터뷰] 라우 컥 후앗 감독 “할아버지는 정글에서, 나는 영화로 게릴라전을 펼친다” (라우 컥 후앗 廖克發 베라 첸 陳雪甄 감독, 菠蘿蜜 Boluomi ,2019)
1950년대 인도네시아의 정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혹시 아시는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인도네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하기 전까지 이 나라 또한 공산주의 세력과 싸워야했다. 인도네시아/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이때를 ‘말라야 비상사태’(Malayan Emergency)라고 하고, 공산세력은 ‘반영 민족해방전쟁’이라고 한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당시를 언급하는 영화 (菠蘿蜜)가 소개되었다. ‘잭푸르트’는 동남아시아에 자라는 ‘과일’이다. ‘뽀루오미’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육즙과일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여러 가지 궁금증이 일어 감독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팜플렛에는 ‘라우 컥 후앗’(LAU Kek Huat)으로 표기된 읽기 어려운 이름이다. 중국어로는 ‘랴오커파’(廖克發 료극발)이다. 라우 ..
2019.10.10 -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김치를 담그다, 문득 생각나다 (이나연 감독,2018)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한다. 어제(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근사한 건물, ‘영화의 전당’에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열흘간의 영화축제가 시작되었다. 위대한 거장들의 거창한 작품들과 함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영화감독의 소품들도 씨네필들을 기다린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단편영화 세 편이 오늘 밤 KBS 시간에 방송된다. 권성모 감독의 (임예은 홍지석 김도영,25분), 이나연 감독의 (신지이 손정윤 함상훈,28분), 김덕근 감독의 (최준우 박지호 김영선,19분)이다. 이나연 감독의 는 제목부터 궁금해진다. 영화가 시작되면 지혜, 지훈, 지윤 삼남매가 한자리에 모여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둘러앉은 것 같다. 아버지는 아예 언급 되지 않고, 엄마에 대한..
20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