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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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 피해자 X의 헌신 (라이언 존슨 감독 KNIVES OUT 2019)
4일 개봉된 미국영화 나이브스 아웃>(원제: Knives Out 감독: 라이언 존스)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살인흔적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품격이 느껴진다. 살인은 저택에서 일어났고, 그 시각 그 저택에 있던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의심을 사기에 족하다. 앗, 살인이 아닐 수도 있단다. 그럼 누가,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영화 보고나서 이 글을 읽기 바란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줄거리를 최대한 단축하면 이렇다.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가 85세 생일에 숨진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경찰과 함께 탐정 브누아 블랑이 파견되는데.... 베스트셀러 작가가 누구지? 크리스토퍼 플러머이다. 그 옛날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랩 대령이다. 여전히 살아계신다. 몽키스>와 올 더..
2019.12.05 -
[포드 v 페라리] “자동차는 달리고 싶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 Ford v Ferrari 2019)
1986년 대우자동차에서 만든 승용차 ‘르망’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자동차 경주대회 ‘르망24’(24 heures du Mans, The 24 Hours of Le Mans)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1923년 시작되어 해마다 6월에 프랑스 르망이라는 동네에서 열리는 이 자동차경주는 자동차의 내구성을 견주는 시합이다. 자동차는 24시간동안 쉬지 않고 르망의 라 샤르트 경주장을 돈다. 오랫동안 자동차제조업체의 명예와 실력을 다투는 경기로 자리 잡았다. 4일 개봉된 영화 (제임스 맨골드 감독 Ford v Ferrari 2019)는 바로 이 르망24 자동차경주를 다룬다. 1967년 실제경기가 소재이다. 그렇다보니 영화는 시종 부릉부릉 시동음과 질주하는 속도감을 자랑한다. 포드, 페라리에 도전하다 영화..
2019.12.05 -
[인터뷰] 김강훈 “필구라서 행복했어요” (KBS드라마 '동백꽃 필무렵' 종방 라운드인터뷰)
지난 달 막을 내린 KBS 수목드라마 은 오랜만에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이라는 포만감을 안겨준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배우들 모두가 캐릭터에 녹아들어간 사람냄새 나는 휴먼드라마의 정수였다. 모두가 최선을 다한 그 배우들 중 ‘필구’를 연기한 아역배우 김강훈이 특히 주목된다. 김강훈은 작년 에서 이병헌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고, 최근 개봉된 영화 에서도 잠깐 얼굴을 보인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김강훈이 취재진을 만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초등학생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리고 초등학생이 확실하네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자연스럽고 즐거운 ‘묻고 답하기’ 시간이 펼쳐졌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KBS별관 대본연습실에 마련된 간담회에는 30명 이상의 기자들이 모여 김강훈을 ‘바라’보았다. 여진구, 유승..
2019.12.03 -
[파업전야] 피, 땀, 눈물의 노동필름 (장산곶매 1990)
‘한국영화’라는 카테고리를 묶을 수 있는 시발점은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10월 27일, 서울 단성사에서 ‘의리적 구투’라는 ‘영상물’이 상영되면서부터이다. 지난 100년의 세월에서 최고의 한국영화는 무엇일까. 나운규의 ? 봉준호의 ?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은 고심 끝에 12편의 걸작을 선정했다. 지난 10월 11일 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밤 걸작한국영화를 내보내고 있다. 오늘밤 여덟 번째 작품은 이다. 1990년 공안의 눈과 전경의 방패를 뚫고, 노동회관에서, 대학가에서 상영되던 ‘노동필름의 최고봉’이다. 영화 는 88서울올림픽까지 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탄압받던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노동조합 결성기를 담고 있다. 동성금속 단조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소박한 꿈이 있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
2019.11.29 -
[우묵배미의 사랑] 멋진 인생 (장선우 감독 1990년)
KBS는 매주 금요일 밤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 연작물을 방송 중이다. 1919년, 서울 단성사에서 선보인 우리영화 ‘의리적 구투’의 개봉 100년에 맞춰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이 함께 기획한 ‘100년의 한국영화 걸작 12편’이다. 지난주에는 일곱 번째 시간으로 장선우 감독의 (1990)이 시청자를 찾았다. 실업자로 놀고 지내던 배일도(박중훈)는 치마공장에 취직되어 처(유혜리)와 어린 자식을 이끌고 서울을 떠나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시골마을 우묵배미로 오게 된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민공례(최명길)에게 끌리게 된다. 평소 남편(이대근)의 폭력에 시달렸던 공례는 능청스럽기까지 한 일도의 저돌적인 접근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더니, 끝내 둘은 밤기차로 ‘외도’에 나선다. 1970년대 산업화..
2019.11.29 -
[코끼리는 그 곳에 있어] 죽음으로 완성한 걸작 (후보 胡波 감독 大象席地而坐 An Elephant Sitting Still.2018)
영화를 직접 보기 전에 ‘제목’을 '의도대로' 올바르게 옮기기는 참으로 곤란한 경우가 많다. 작년 대만 금마장영화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중국영화의 제목은 ‘大象席地而坐’이다. 영어제목은 ‘An Elephant Sitting Still’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진다. 동물원 이야기? 서커스단 이야기?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이런 추상적인, 혹은 ‘아무말 대잔치’를 했는지 짐작을 하게 된다. 영화는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의 작은 도시 징싱(井經)현에 살고 있는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한다. 이들은 그야말로 무명소졸, 밑바닥 서민, 민초들이다. 동네양아치 ‘위청’(章宇/장위)은 친구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밀회 중이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돌아온 것이다. 무어라 변명도 하기..
2019.11.21 -
[타이페이 스토리] 흔들리는 대만 (양덕창 감독 青梅竹馬 Taipei Story 1985)
지금은 고인이 된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살아생전 아시아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미지의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으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후효현) 감독이 부산을 자주 찾았었고, 그의 작품이 한국영화팬에 꾸준히 소개되었다. 갑자기 그가 생각나는 작품이 개봉된다. 지금은 세계적인 명장감독 소리를 듣는 대만 허우샤오센(후효현)이 ‘주연’ 배우로 출연한 1985년도 작품 이다. 감독은 양덕창이다. 영어이름인 ‘에드워드 양’으로 더 많이 알려진 대만영화인이다. 공대를 나온 양덕창은 미국에 유학 갔다가 영화를 배우고 귀국한다. 후효현 등과 함께 ‘타이완 뉴웨이브’(대만 신낭조)를 이끈 사람이다. ‘스크린 쿼터제’ 같은’ 자국영화 보호정책이 전혀 없는 대만에서는 대만영화..
2019.11.20 -
[바운티호의 반란] 역사, 문학, 그리고 영화 (프랭크 로이드 감독 Mutiny on the Bounty 1935)
한동안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 최종 후보는 5편으로 고정되었다. 그러다가 2010년 열린 82회 시상식에서부터 10편의 후보가 올랐다. 초창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후보작에 고정된 것은 아니었다. 5편으로 고정된 것은 1945년 빙 크로스비 주연의 가 작품상을 타던 해부터 적용된 것이다. 1936년에 열린 제 8회 시상식에서는 모두 12편이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12편 가운데 작품상을 받았으니 영광스러울 만도 한 것이다. 바운티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은 1916년에 호주(!)에서 흑백 무성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시작으로 할리우드에서도 두 차례 더 만들어졌다. 1962년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 작품에서는 말론 브란도와 트레버 하워드, 리처드 해리스가 불꽃 튀는 연기를 보..
2019.11.20 -
[길소뜸] 임권택 감독 (1986년)
KBS 1TV에서는 ‘독립영화관’이 방송되던 금요일 밤에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라는 기획전을 내보내고 있다. 1919년 10월 27일 서울 단성사에서 최초의 한국영화로 평가받는 ‘의리적 구투’ 개봉 100년에 맞춰 KBS와 한국영상자료원과 힘을 합쳐 ‘100년의 한국영화 걸작 12편’을 매주 내보내고 있다. 오늘밤에는 그 여섯 번째 작품으로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그린 임권택 감독의 (1986)이 시청자를 찾는다.여의도 KBS에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한창이던 1983년 여름, 화목하고 부유한 가족을 꾸려나가던 화영(김지미)은 남편(전무송)의 권유로 방송국에 아들을 찾으러 가다가 회상에 젖는다. 화영은 해방과 함께 황해도의 작은 마을 길소뜸으로 이사를 가서 고아(이상아)가 되고, 아버지 ..
2019.11.15 -
[경계선] “인간은 기생충이고, 악마야!” (알리 아바시 Ali Abbasi 감독 Border 2018)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의 은 그동안 보아온 뱀파이어 이야기와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 인간 족속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를 내세우면서도 인간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흥미롭게 그려냈다. 원작소설은 스웨덴과 할리우드에서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선 연극으로도 무대에 올랐었다. 오랜 세월을 어둡고, 축축하고, 외로운 공간에서 ‘뱀파이어’의 운명을 살아가야하는 여자주인공의 고통, 번뇌,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린드크비스트의 단편소설 ‘경계선’(Border)도 그러한 독특한 ‘존재’를 특이한 사건과 함께 버무린다. 이번에 등장하는 존재는 ‘트롤’이다. 물론 ‘트롤’은 이나 를 통해 낯설지는 않은 존재이다. 북유럽 신화(전설)에 등장하는 이 괴물은 지구인을 어떻게 쳐다볼까. 영화가 시작되면 북유..
201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