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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민호 감독 “남자들의 충성에서 미스터리한 총성으로”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인터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20. 1. 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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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 (쇼박스 제공)

1979년 10월 26일 저녁, 청와대 인근 중앙정보부(국정원-안기부의 전신)의 궁정동안가(안전가옥)에서 일어났던 총격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의 신작 <남산의 부장들>이다. ‘남산’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위치했던 곳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청와대 후문 쪽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우민호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괜찮은 평가를 받았기에 전작 ‘마약왕’의 흥행실패로 조금 의기소침했을 우 감독은 기대를 갖고 있는 듯 했다.

- 시사회 이후 평가가 좋다. 어떤가.

“제가 찍은 영화 중에서는 가장 좋게 봐 주신 것 같다. 그 동안 작품이 ‘자극적이다’ ‘선정적이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지점에서 평가를 받은 것 같다.”

- 같은 사건을 다룬 임상수 감독의 <그 때 그 사람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그때 그 사람들>은 블랙코미디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인물을 희화화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들여다 살펴보고, 그 심원을 캐보려는 드라마이다. 그래서 영화를 찍으면서 계속 그 생각을 했다. 지금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들뜨지 않게, 시선을 차갑게 가져가야한다고. 그래야 긴장감이 생긴다.”

- 어쨌든,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대통령의 암살 사건이고,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이다. 어떻게 다루고 싶었나.

“사건에, 역사에 제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이 영화는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궁정동 사건도 그러하지만 우리의 역사가 그렇게 쓸려갔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상반된 진술 속에서 관객들이 평가하기를 바랐다.”

- 궁정동 안가는 어떻게 재현했나.

“그 건물은 베일에 싸여진 곳이다. 사진이 몇 장 남아있고, 사건 당시의 현장 사진도 있다. 똑같이 옮기진 않았다. 고증은 했지만 느와르적 느낌이 들도록 신경 썼다.”

(궁정동안가는 YS시절 완전히 철거되어 지금은 무궁화동산으로 변신했다)

<남산의 부장>은 김충식 기자가 동아일보에서 장기 연재한 넌픽션 르포기사이다. 단행본으로 나와 50만부 이상이 팔렸고, 최근 영화개봉에 맞춰 신판이 나왔다. 우민호 감독은 오래전 원작을 읽고 언젠가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고, 결국 뜻을 이룬다.

“원작을 각색하며 제목은 지키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작이 갖고 있는 정신, 흥분하지 않고 냉철하게 역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가져오려고 노력했다.”며 “나는 영화를 뜨겁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제 스스로 억누르려고 애썼다. 마치 나 자신이 김 부장이 된 듯 자제하며 찍으려고 노력했다.”

이병헌이 연기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김재규’, 곽도원이 연기하는 전 중정부장 박용각은 ‘김형욱’, 이희준의 청와대 경호실장 곽상천은 ‘차지철’에 해당한다.

- 유신권력의 1인자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2인자들 김재규, 차지철, 김형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박통의 용인술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그렇다. 박통의 용인술은 균형 감각에서 나왔다고 그런다. 2인자를 키우고 적당할 때 그 2인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그런데, 왜 그렇게 되었을까. 육영수여사 사건도 있고(1974년 문세광), 나이 들어 외로웠을지 모른다. 인생무상을 느꼈을 수도. 냉철했던 용인술이 막판에 흔들렸다. 대통령은 자신의 운명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공포를 갖게 되었는지 모른다. 정보부장의 이야기(보고)는 듣지 않으려 했다.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현실감각이 무뎌진 게 아닐까.”

 


● 그 때 그 사람들, 김형욱-김재규-차지철

- 김형욱, 김재규, 차지철은 다 이름이 바뀐다. 다 아는 내용인데 굳이 이름을 바꾼 이유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창작의 자율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인물의 내면과 감정에 집중하기엔 실명을 사용하기엔 부담감이 많았다. 선후배 관계를 친구사이로 바꾸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 결국, 권력자와 추종자의 형태를 다룬다.

“그런 지점이 흥미로웠다. 저 권력자가 우리와 뭐가 다른가. 파헤쳐보면 우리랑 크게 다를 게 없다. 우리 주위, 어느 조직에나 그런 관계가 있다. 친구들 사이도 그렇다. 둘이 있을 때는 우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한 명이 더 끼면, 토라지고 질투하고 그런다. 보편적인 감정이다. 그런 일이 청와대와 궁정동 안에서 벌어지지 않았을까.”

- 이성민이 연기한 대통령의 싱크로 율에 비해 이희준의 경호실장은 조금 다른 듯하다.

“박 대통령은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나머지 인물에 대해서는 요즘 사람들이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얼굴은 싱크로 율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리얼리티는 확보해야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다. 닮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연기할 배우가 중요하다. 연기자에게는 잘생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생긴 것을 연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 캐릭터의 닮음을 연기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영화 개봉도 되기 전에 일부 사람들의 비판이 있다.

“이 영화는 어떤 판단을 하지 않는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지 않고 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정치적 편견을 거둬내고 보신다면 더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중정부장을 연기한 이병헌과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는데.

“그 일(궁정동 사건)이 우발적인지 계획적인지는 나에게도 미스터리이다. 그 점에 대해 이병헌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내부자들>에서는 그렇게 말을 많이 나눈 것 같지는 않다. <마약왕>이 망했는데(웃음) 신나서 떠들 수는 없었을 것이고, 서로 조곤조곤하게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치우지지 말자고 했다. 김규평이라는 캐릭터에도 방점을 찍지 말자고 했다. 여전히 미스터리한 느낌으로 남게 하자고 했다. 이 영화는 대통령의 실정이나 공과 과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 대사는 어떻게 다듬었나.

“이전 작품을 쓸 때는 들뜨는 대사가 많았다. 자극적이고, 의도가 드러난 대사가 많았다. 이른바 ‘후카시’, 폼 잡는 대사, 척하는 대사를 썼다면 이번에는 그런 톤을 가급적 배제시켰다.”

<남산의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청와대 인근 궁정동에서의 총격사건을 중심에 둔다. 그리고, 그 40일 전 이야기부터 풀어나간다.

“김형욱이 파리에서 실종된 날부터 1026이 일어날 때까지는 불과 20일밖에 안 된다. 그 20일 만에 충성에서 총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 이런 이야기를 할 때 감독의 시선, 태도가 중요할 것 같다.

“당연하다. 연출 태도가 중요하다. 뜨거울 수도 있고, 선정적일 수도 있다. 차가울 수도 있고 관조적일 수도 있다. 그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큐멘터리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는 왜 그랬을까.

“어찌 보면 끝까지 그 자리에서 안 내려오고 싶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내려올 시기를 놓쳐버린 게 아닐까. 기관차처럼 폭주해 버리면서 제어할 수 있는 힘이 그 분에게 없었는지 모른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지 않을까.”

- 인물들의 내면을 묘사한다고 말하는데.

“결국, 그들이 일으킨 1026을 보면, 근현대사(역사)에 있어 뚜렷한 대의나 인과관계가 아니라, 개인적 문제, 인간관계의 균열이 가져온 파열음으로 볼 수 있다.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 충성, 배신, 동경, 사랑, 질투, 시기, 집착. 이런 것이 뒤섞인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 원작에서 뒷부분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김충식 기자의 원작은 중정(국정원-안기부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탄생부터 나온다. 시작과 끝이 있다. JP(김종필)가 어떻게 중정을 세웠고, 그가 어떻게 그곳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기회가 된다면 그 이야기도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 관련 사진이 있다. 중정에서 나오는 김종필의 모습. 최고의 권력기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이 쫓겨날 수밖에 없는 사정. 꽤나 드라마틱해 보였다.”

- 보안사령관 전두환(서현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서 인물의 내면을 안 잡은 것은 그 사람이 유일하다. 팩트에 가깝게 담으려 했다.” (감독은 금고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덧붙였다.)

- 감독님이 생각하는 명장면을 하나만 고르자면.

“맨발 장면이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김형욱과 김재규는 선후배 관계이다. 그런데 영화에선 친구사이로 바꾸었다. 두 사람 다 양말 차림으로 헤맨다. 영화에서 두 인물이 한 인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인자에게 쓰임을 받다가 어느 날 버림을 받는 2인자. 한 인물로 인식될 것이다. ‘너도 나처럼 된다’고. 같은 군인 출신이었고, 최후의 순간엔 자기 구두조차 없는 초라한 모습으로 끝난다. 두 인물을 데칼코마니같이 보여 주고 싶었다. 치열하게 살아온 그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끝나는지.”

- 차기작품 계획은 세웠나.

“아이고. 좀 쉬어야지. 여기서 벗어나야 다른 영화를 찍을 수 있겠다. 지금 준비하는 것은 없다. ‘내부자들’ 끝내고 ‘마약왕’, ‘남산의 부장’까지 쉬지를 못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다. 대중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다음 작품을 결정할 생각이다.”

- 우민호 감독은 사회파인가? 흥행은?

“사회파 감독이었으면 <내부자들>이 흥행에 성공했을까.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 봉준호 감독님도 모를 거다. 열심히 찍었고, 배우들 스태프들도 고생했다. BEP(손익분기점)는 맞춰야 그 노고가 헛되지 않을 것 같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이 출연하는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은 오늘(22일) 개봉한다. (박재환 2020.1.22)

 

 

[인터뷰] 우민호 감독 “남자들의 충성에서 미스터리한 총성으로” (영화 '남산의 부장들')

1979년 10월 26일 저녁, 청와대 인근 중앙정보부(국정원-안기부의 전신)의 궁정동안가(안전가옥)에서 일어났던 총격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의 신작 <남산의 부장들>이다. ‘남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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