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봉된 미국영화 <나이브스 아웃>(원제: Knives Out 감독: 라이언 존스)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살인흔적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품격이 느껴진다. 살인은 저택에서 일어났고, 그 시각 그 저택에 있던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의심을 사기에 족하다. 앗, 살인이 아닐 수도 있단다. 그럼 누가,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영화 보고나서 이 글을 읽기 바란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줄거리를 최대한 단축하면 이렇다.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가 85세 생일에 숨진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경찰과 함께 탐정 브누아 블랑이 파견되는데....
베스트셀러 작가가 누구지? 크리스토퍼 플러머이다. 그 옛날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랩 대령이다. 여전히 살아계신다. <12몽키스>와 <올 더 머니>에서 꼭 필요한 역할만을 하시더니 이 영화에서도 그런다. 85세 생일케이크까지 받아먹는다. 그런데 가족이 웬수다. 하나같이 그의 작품 콩고물에 매달린다. 아들이 그런 이야기도 한다. “넷플릭스에 판권을 팔면....”이라고. 그 아들은 놀랍게도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다. 캡틴 아메리카 말이다. 사람이 죽었고, 수사가 시작된다. 가족들의 증언을 듣는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다. 에퀼 뽀와르처럼. 사설탐정이란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서 이 자리에 왔단다. 무려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다. 제임스 본드 말이다.
영화는 조금씩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렇다고 끝없이 연막만 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결정적 패를 꺼내놓는다. 살인의 현장을. 그런데, 또 다시 그 패가 엉키기 시작한다. “그 게 그 게 아니었나?”라고. 용의자들은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고, 기억을 더듬는 작업이 시작된다. 매의 눈을 가진 수사관은 마치 CCTV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 작업을 진행하다 “앗, 스톱. 저 장면” 그런다.
이 사건을 핵심 인물은 ‘불법체류자의 딸’ 마르타(아나 디 아르미스)이다. 요즘 헐리우드 영화에서의 PC(정치적 올바름)를 염두에 둔다면 그녀의 활약이 기대되긴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묘한 설정을 둔다. 거짓말을 하면 신체적 반응이 있다는 것. 피노키오는 아니다. 영화를 보는 재미이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누군가를 두둔하는지. 쿠바 출신의 아나 디 아르미스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인공지능 가상애인 ‘조이’로 나왔었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브릭>을 시작으로 <블룸 형제 사기단>과 <루퍼>,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감독했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끝내고, 블록버스터급 캐스팅을 자랑하며 ‘살인의 현장’에 관객을 초대한다. “범인은 바로 너!”라고 말할 수 없는, 입술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수작 추리물이다. 영어제목 ‘KNIVES OUT’은 ‘칼을 뽑다’라는 의미와 함께 ‘누군가를 비난하다’라는 뜻이란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유추가 가능하다. 무언가 못 마땅하다, 마땅히 죽어야 한다, 그래서 칼날을 뽑아들었다. 내 칼을 받아라, 이얍~ 허걱, 와~ (박재환 2019.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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