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의 정권] 성룡 최악의 영화 (권정/금강혈인 拳精 Spiritual Kung Fu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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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2-5-25) 내가 성룡의 열성팬이라면 별 반 개짜리 영화에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칭찬할 곳을 찾아야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열혈 성룡 팬이 아닌 이상 그러고 싶지는 않다... 인터넷의 성룡 팬 사이트의 옛날 자료에 따르면 그의 작품 가운데 '중안조-용형호제-취권' 등의 순서로 인기가 높았다. 서구팬들의 조사에 따르면 <취권>과 <프로젝트 A>가 상위권이었던 것 같다. 그럼, 성룡이 출연한 수많은 작품 중에서 어떤 작품이 가장 형편 없을까? 내 생각에는 오늘 본 이 영화가 성룡 최악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성룡 최악의 영화라고 해서 성룡 때문에 형편없다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악명 높은 라유(로 웨이) 감독의 전형적인 킬링 타임용 무비이다. 각본이나 촬영, 편집 어느 면에서 보나 내세울 것 없는 단조로운 작품이다. 감독은 코믹 쿵후를 만든다고 찍었지만 그다지, 아니 전혀 우습지 않다. 성룡의 자서전을 보면, 이 영화에서 특수효과 장면만이 좀 우스울 뿐이라고 했다. 어떤 영화이기에?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성룡은 이 영화에서 유치하기 그지없는 장면을 자주, 많이, 안타깝게 연기한다. --; 배경은 커다란 사찰. 안이한 홍콩 쿵후영화답게 그 절도 ‘소림사’이다. 성룡은 스님은 아니고 이 절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청년이다. 어느 날 이 절에 대단한 무공을 가진 도둑이 들어 <<칠권필살법>>이란 비기가 담긴 책을 훔쳐간다. 그리고 한 무술 고단자(田俊)가 홀연히 나타나서 마을 족장들이 하나씩 해치운다. (갑자기 왠 족장이람?) 그리고는 소림사로 피신한 마지막 족장까지 해치운다. 그럼, 성룡은? 이 영화의 원제목 <권정(拳精)>은 무슨 말인가? 소림사에 어느 날 장난꾸러기 귀신이 나타난다. 알고 보니 이들은 다섯 명의 '무술의 혼령', '권법의 정령'이었다. 성룡은 이들로부터 오권필살법을 배우게 된다. 사권, 학권, 용권... 이런 것. 그리고는 물론, 악당을 해치운다.

이 영화에서 볼만한 것이 특수효과라면 어느 정도일까? 흰옷에 빨간 가발을 뒤집어쓴 5인의 귀신들은 이전에 심형래가 펭귄 복장을 발레복 같이 차려입고 무대 위를 돌아다니던 그런 수준이다. 게다가 부적을 눈앞에 붙이면 마치 엑스레이처럼 귀신이 보이고 사람들은 해골-뼈대가 보인다. (아마, 초등학생이라면 까르르하며 좋아할 장면! --;) 

성룡은 라유 감독 밑에서 <권정>과 <용권>을 먼저 찍었지만 이들 두 영화는 <사형도수>, <취권>의 홍콩 빅 히트 이후에야 겨우 극장에 내걸릴 수가 있었다. 성룡 말로는(자서전) 라유 감독이 제작비를 다 써버려 배급비용이 없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영화는 성룡이 그런 우울했던 영화판에서의 암흑기를 빠져나오는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이다. 아직 젊고, 활기찬 성룡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성룡이 물가에서 물고기 잡는 장면에서 누드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아마, <프로젝트 A>, <엑시덴탈 스파이>에서보다 더 노출도가 심한 장면일 듯. 아마, 그래서 성룡의 열성 팬이라면 이 영화를 봐야할 듯. 이 당시 성룡 영화에서 얼굴을 자주 내미는 석천(<영웅본색>에 나올 때 설마 같은 사람일까 했었다!!!)이라는 배우도 만나보면 즐겁다. 

어쨌든 성룡의 많은 작품 가운데 형편없기 때문에 보고 싶어지는 특이한 영화이다. 어떻게 봤냐고? 위성TV(케이블TV)의 '코미디TV'라는 채널에서 뜬금없이 보여주기에 운 좋게 봤다. 한글더빙판이었다. 배한성이 성룡 목소리를 연기했다. 미국에선 DVD로 출시되었다. 원제 <권정>이 <정권>으로 바뀌었으니 주의할 것. <금강혈인>이라는 제목도 있다. (박재환 2002/5/25) 

감독: 라유 羅維(로 웨이) 출연: 성룡, 전준, 석천 홍콩개봉: 1978/11/23

 

Spiritual Kung Fu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