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등대] 기쁜 우리 젊은 날

2008. 2. 24. 08:45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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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7-9-4]   이번 CJ중국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큰 ‘따완(大腕)=빅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는 바로 [독자등대](獨自等待)이다. 홍콩 느와르의 ‘따거’(큰형님) 주윤발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정말? 이 영화가 끝나고 자막 다 올라갈 때까지 보면 안다.

  [독자등대]는 우리나라 관객도 쉽게 받아 들일만큼 재밌고 공감 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떤 이야기? 한 남자가 예쁜 여자에게 빠진다. 완전히 얼이 빠져 간이고 뭐고 다 내주었다가 그 미녀 옆에는 이미 돈 많은 임자가 있었고, 그 동안 자기에게 보냈던 미소는 단지 “우린 그냥 친구일 뿐이야”라는 말을 듣고 나서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그리고 그런 바보 같은 남자를 옆에서 오랜 세월동안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었던 진짜 사랑이 있다는 그런 내용이다. 익히 보아온 내용이지만 조금 색다르다. 대만도 홍콩도 아닌 중국의 청춘남녀가 어떻게 연애하는지 꽤나 궁금할 테니 말이다.

  주인공 진문(陳文, 夏雨)은 친구와 함께 골동품 가게를 연다. 북경을 찾아온 외국관광객들이나 들러 가격 흥정이나 벌일 그런 작은 가게이다. 가게 한쪽 벽에는 남자 속옷(트렁크)이 걸려있다. 주윤발이 영화 출연할 때 입었던 족보가 있는 옷이란다. 진문에게는 꿈이 있다. 소설가가 되는 것이다. 그와 어울리는 친구들도 모두 중국의 청춘남녀이다. 나름대로 바쁘게 살고 있으며, 주말이면 디스코텍에 가고, 디스코텍에 가면 건너편 예쁜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그런 무리들이다. 그러니까 아주 평범한 남자들이란 것이다. 어느 날 진문의 눈앞에 첫눈에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예쁜 여자가 등장한다. ‘내일은 스타’ 초보 연예인 유영(이빙빙)이다. (우리나라 송윤아를 좀 닮은 것 같다) 진문은 그날로 송윤아, 아니 유영에게 사로잡힌다. 진문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생각해 두었다. 몸매는 ‘36-24-36’이고, 성격 좋고, 쾌활하며, 데이트할 때 밥값도 낼 줄 아는 그런 여자. 연애박사인 친구들이 이것저것 조언도 해 주고 부추기도 해서 진도가 차곡차곡 나가는 것도 같다. 남들 연애하듯이 이것저것 다 해본다. 유영도 자기에게 미소를 보내며 호감을 보여주었고 언젠가는 자기 집으로 찾아와서 키스도 나누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하우(夏雨, 시아위)이다. 오래 전 강문(姜文,지앙원) 감독의 [햇빛 쏟아지던 날들]에서 우울한 문혁시기를 유쾌하게 보내는 소년 역을 맡아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걸머쥔 행운아이다. 10년의 세월이 흐를 동안 하우는 꽤 많은 TV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였다. [독자등대]에서 하우는 자신의 이상형 여인을 위해 순정을 다 바칠 준비가 된 불쌍한 순진남 역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그를 위해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한 이빙빙 앞에서 노출 쇼를 펼치는 깜찍함도 볼 수 있다. 이빙빙(李冰冰) 역시 영화와 TV를 오가며 활약 중인 배우. 한 청년의 청춘 열정과 깊이를 모를 심연에 빠지는 실연의 아픔을 전달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미모와 몸매와 미소를 보여준다. 오랜 세월동안 하우의 곁에서 하우의 모든 못난 짓을 다 지켜보는 친구 이정 역은 공배필(龔蓓苾)이 맡았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승화해가는 그 미묘한 심리 변화를 잘 연기해 낸다. 하우의 주위에서 함께 웃고 떠들고 슬퍼하는 친구들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이 영화 감독 오사현(伍仕賢)도 재밌는 사람이다. 아버지가 중국인, 어머니는 미국인이다. 미국과 호주에서 자랐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북경전영학원에 들어갔다. 단편 [동22조](東22條), [차44](車44) 두 편으로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주목 받았다. 이 영화에서 오 감독은 하우의 친구로 나온다. 밴드 한다고 설치는 외국인 역이다. 하나 더 흥미로운 것은 오사현과 공배필이 부부라는 사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꽤나 유명한 배우들이 카미오로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홍콩 MTV를 즐겨본 사람이라면 오대유를 바로 알아볼 것이다. 한때 하우의 연인이었던 원천(袁泉)도 잠깐 얼굴을 보인다. 그리고 가장 재밌는 캐릭터는 바로 ‘주윤발’. 할리우드와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주윤발은 몸값 높기로 유명한 배우이다. 최근 오랜 동료 오우삼 감독의 중국 컴백작품 [적벽대전]의 출연을 번복할 만큼 깐깐한 그가 이 영화에 카미오로 출연한 것은 뜻밖이다. 오사현 감독은 주윤발과는 일면식도 없었다고 한다. 대신 오우삼에게 부탁한 것이 출연성사로 이어졌다고 한다.

  한국의 청춘연애담과 다를 바 없는 중국 청춘의 경쾌한 연애담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운 영화이다. (by 박재환 200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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