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보단] 그것만(!) 부기나이트 (맥당웅 감독, 1989)

2008. 2. 23. 22:53홍콩영화리뷰


서기가 나온 ‘옥보단’ 영화는 96년에 제작된 <玉蒲團二之玉女心經>이란 영화다. 참, <옥보단>이라고 하는데, 한자어는 [옥포단]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맥당웅이다. 아마, 홍콩 느와르에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형 맥당걸과 함께 내놓은 <성항기병>이란 놀라운 작품을 알 것이다. <성항기병>은 오우삼이나 서극의 영화가 나오기 전에 나온 깜짝 놀랄만한 홍콩 느와르의 전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영화이다. 총, 살인, 협객, 의협, 의리, 폼, 죽음… 이런 거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성항기병 속편만 내놓더니 놀랍게도 1991년에 이 <옥보단> 1편을 내놓았다. 영어제목은 이다. <性과 禪>(Sex and Zen)이다. <옥보단>은 그 후 몇 편 더 만들어졌다. 1편의 원제목은 <옥보단지투정보감>이며, 2편은 <玉蒲團二之玉女心經(96)>, 3편은< 玉蒲團三之官人我要(98)>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여주인공 엽자미(葉子楣)는 <옥보단> 말고 또 다른 이런 계열의 영화 <聊齋艶譚(요재염담)>시리즈에 나왔다. 물론 이들 영화는 각각 두서너 편 밖에 안 되지만, 아류작, 싸구려 패러디 영화는 우리나라 <젖소부인> 아류작만큼이나 많이 쏟아지고, 홍콩 영화사업의 비참한 현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비디오가게 가 보아도 옥보단 이름 단 게 몇 개 된다.

까치출판사에서 <미앙생>이란 책이 번역되어 나왔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옥포단’이란 제목으로 나온 게 아니라 ‘미앙생’으로 나왔을 것이다. 물론, 좀 아는 사람은 중국고대 음서라면 <소녀경>(小女經이 아니라 素女經임), 그리고 중국문학을 좀 하면 <금병매>의 특징으로서의 포르노그래피적 요소를 들먹일 수도 있다. 

반반하게 생긴 주인공 미앙생은 온 종일 그 일(!)만 전념한다. 그러다가 옥향이란 여자와 결혼을 하는데 첫날 밤 부터 쇼를 한다. 옥향은 남자를 엄청 꺼려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단 6개월만에 옥향이를 자신과 똑같이 음란한 생각으로 가득찬 여자로 만들어놓고는, 다른 여자 찾아, 공부한답시고 집을 나간다. 그리고는 끊어진 것은 무엇이든지 이어주는 화타 (정측서)를 만나, 부기나이트를 얻게 된다. 한편, 집에 남은 옥향은 납치되고, 기방에 팔려가는 기구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한편 부기나이트 하나만 믿고 밤이고 낮이고 놀아나던 미앙생은 어느 날 갑자기 30년은 늙어버린 사람으로 변하고 만다. 그래서 발기부전 치료에 천부적인 재질이 있다고 알려진 기방에 오게 되고… 그 자리에서 이 풍운의 부부는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아이고 맙소사! 아내 옥향이는 자살하고, 미앙생은 자신의 욕망의 허무한 끝을 깨닫고는 인생무상을 느끼고, 절로 들어간다.


이 영화에서 옥향으로 나오는 배우가 '엽자미'이다. 그리고 미앙생으로 나온 배우는 오계화란 배우이다. 홍콩배우답게 음반도 몇 장 낸 사람이고 말이다. 홍콩 TVB 방송국의 연속극에 전속출연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엔 별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홍콩시청자에겐 낯익은 배우이다. <옥보단>에서 좀 그런 역으로 나왔지만, 텔레비전드라마에선 현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전문직 종사자로로 멀쩡하게 나온다. 그리고, 아마 이 <옥보단>에서 가장 쇼킹하고, 웃기는 자세를 취하는 왕칠이란 무식하고, 과격한 배우가 관심거리일 것이다. 서금강(徐錦江)이란 배우이다. 위에 말한 <옥보단> 시리즈와 <요재염담> 시리즈에 한편도 빠지지 않고 다 나온 이대근 같은 배우이다. 서금강이 뭐 이런 영화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열화전차>에선 류덕화 형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 영화 끝나고 자막 오를 때 제일 먼저 올라가는 것이 “RECOMMENED by PENTHOUSE”란 자막이다. 물론 팬트하우스는 <플레이보이>만큼 대중적인 미국 성인잡지이다. 물론 홍콩판 잡지이다. 그런 성인잡지가 추천하는 영화라는 소리인데.. 사실 타임 선정 십대영화보단, 이게 더 어울릴 것 같다.

이 영화는 89년 작품이지만 우리나라 극장에선 95년도쯤 뒤늦게 개봉된 것 같다. 그때 수입가가 5만 달러인가(5천 달러였던 것도 같다)밖에 안 된 완전싸구려 영화였다. 원래 비디오로 출시하기 전에 극장에 잠깐 내걸었다가 엄청난 인기를 끈 영화였다. 영화를 수입할 때 잘만 고르면 떼돈 버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다. ‘잘 고른 소프트 포르노 하나, 열 아카데미 안 부럽다’ 뭐 이런 환상은 모든 영화수입업자가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박재환 1999.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