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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리뷰

[DMZ Docs리뷰] 개막작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

by 내이름은★박재환 202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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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와 이데올로기

경기도 고양과 파주 일대에서 열리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지난 9일 개막했다.  모두 126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올해 개막작은 양영희(57)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양영희 감독은 ‘디어 평양’(2005), ‘굿바이, 평양’(2009)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아버지가 일본 조총련의 간부였기에 양영희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일본에서의 조선인 문제를 그 누구보다도 똑똑하게 보아왔고, 남북문제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전 두 작품은 이른바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북송문제를 다룬다. ‘북’조선에 경도되었던 아버지는 양영희의 세 오빠를 기꺼이 북한에 보낸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어린 양영희가 어떻게 평양의 가족을 뒷바라지하는지 보여준다. 이번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면서 접어둔 또 하나의 한반도 문제를 다룬다. 

양 감독의 아버지는 2009년 돌아가신다. 오사카에는 어머니(강정희)가 혼자 사신다. 어머니의 집에는 양복차림에 주렁주렁 훈장을 단 아버지와 행복했던 가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곳곳에 있다. 어머니는 여전히 북한의 세 아들, 그리고 조카들에게 돈을 부치고 있다. 양영희는 그런 아버지가 미워서 오사카를 떠났었다. 이제 남편( 아라이 가오루)과 함께 오사카의 어머니를 찾아온다. 엄마는 사위를 위해 음식을 장만한다. 닭백숙이다. 마늘을 넣고, 쌀을 넣고 푹 곤다. 그리고 사위를 위해 고기를 찢는다.  그렇게 딸은 엄마를 찾아오고, 엄마는 다큐멘터리 감독인 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는다. 어머니의 고향 제주이야기이다. 평생 잊고 싶었던,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아픈 기억이다. 4.3운동으로 알려진 바로 그 날의 일. 

해방 후 혼란상은 내륙에서만 펼쳐졌던 것이 아니다. 제주도는 상황이 심각했다. 그런 불안정하고 불온했던 섬에서 좌우대립과 무자비한 진압, 토벌이 이어졌다. 수많은 인민들이 학살당하고, 기억에서 지워진다. 그 때 양영희의 어머니는 18살이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던 학살극을 피해, 3살 어린 동생을 업고 애월항까지 밤새 걸어간다. 그렇게 밀항선을 타고 일본 오사카로 건너간 것이다. 제주도의 비극을 가슴에 묻고 오사카에서 북녘바라기가 되어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는 딸에게 자신이 목격한 이야기를 하나씩 털어놓는 것이다. 그런데, 가족의 비극은 끝나지 않은 듯하다. 어머니의 알츠하이머 증세가 심화된다. 고향을 떠난 지 70년 만에, 4.3항쟁 70주년 추모식에 참석한 어머니는 아무런 말이 없다.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 감독의 어머니 강정희 어머니가가 오랫동안 자신의 고향을 잊으려고 하고, 아들을 기꺼이 북으로 보낸 것은 자신이 경험한 역사에 기인한다. 남쪽은 믿을 수 없다고, 그쪽 정부는 양민을 학살한다고, 결코 자신과 가족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나라라고. 슬프게도 어머니는 그렇게 기억하고, 그렇게 기억이 멈추고 만다.

4.3을 둘러싼 이야기는 어지럽고, 복잡하고, 첨예하다. 하지만 역사의 물길은 고통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른다.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위령제에 참석하여 국가차원의 공식 사과를 하게 된다. “ 오랜 세월 말로 다 할 수 없는 억울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무력충돌과 진압의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 되었던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고 추도사를 남겼다.

양영희 감독의 가족 다큐멘터리 [수프와 이데올로기]에서는 닭백숙을 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어머니가, 딸이, 사위가. 그들에게 영혼의 수프인 셈이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오랜 고통의 기억을 희석시키는. 

양영희 감독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자신의 작품이 소개되는 것과 관련하여 “제 영화를 보고, 조총련이 뭔지, 4.3이 뭔지 찾아보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렇다. 하다못해 위키라도 검색해 보았으면 한다. 좌의 역사든 우의 역사든, 뒤섞인 역사든 천천히 그 진면목을 드러내기 마련이니.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영화제 기간에 세 차례 극장 상영되었고, 온라인상영관 VODA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DMZ Docs리뷰] 개막작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

[수프와 이데올로기]수프와 이데올로기경기도 고양과 파주 일대에서 열리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지난 9일 개막했다. 모두 126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올해 개막작은 양영희(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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