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진시황릉의 비밀] 성룡과 김희선의 超時空愛 (당계례 감독 神話: The Myth, 2005)

2008. 2. 23. 10:07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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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5.10.5) 지난 달(2005923) 중국과 홍콩에서 동시에 개봉된 성룡, 김희선 주연의 <신화: 진시황릉의 비밀>은 중국 최대 국경일인 건국기념일 황금연휴를 관통하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만 벌써 5,000만 위앤(75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신화>의 성공으로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중국(홍콩 포함)영화계의 기쁨과는 달리 성룡은 얼마 전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흥행성공을 자축하는 자리에서 성룡은 "기쁘긴 뭐가 기쁘냐. 난 하나도 기쁘지 않다. 이런 흥행수익은 한국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에선 이미 수백 억 원의 흥행성적을 올리는 영화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 중국을 (영화)시장으로 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화살을 중국 언론에 돌렸다. "중국 신문들도 정신차려야한다. 한국연예인만 오면 신문을 온통 도배를 해가며 한류를 띄우고 있다. 톱스타라는 내가 한국에 갔을 땐 귀퉁이에 기사가 손바닥만큼 작게 나온다." 

성룡의 한탄은 계속되었다. "홍콩영화 곧 망한다. 나야 은퇴하면 보트 타고 해외여행이라도 다니면 그만이다. 하지만 홍콩영화가 살아남으려면 영화인들이 단결해야한다." 성룡의 이런 요지의 발언은 거두절미된 채 한국에는 "성룡이 한류를 폄하했다"느니 "성룡이 항한(抗韓)주의자"니 하는 기사가 실렸다. 성룡 입장에선 분통 터질 일일 것이다. 할리우드 생활을 끝내고 홍콩 영화 부활에 올인하고 있는 시점에 말이다. 그는 쉰이 넘은 나이에 정말 고군분투하고 있다. 홍콩영화를 절망의 나락에서 건져 올리기 위해서 말이다. 성룡을 위한 변명은 이 정도 해 두고.. 

성룡과 김희선이 출연한 <신화: 진시황릉의 비밀>은 정소동 감독, 장예모, 공리 주연의 <진용>(1989)이란 영화와 비슷하다. 우선 진나라 시황제가 주요한 영화의 소재가 되며 2,0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는 사랑의 기다림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신화><진용>의 성룡 버전이며, 디지털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할 수 있다. 

성룡은 이 영화에서 일인이역을 맡는다.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의 슈퍼스타 김희선이 등장한다. 김희선의 극중 역할은 조선 공주이다. 지금 막 허허벌판을 가로질러 중국 서안 땅에 도착했다. 그녀는 '민족의 안위를 위해 대승적인 결단으로' 진시황의 후궁으로 들어갈 운명에 놓여 있다. 진시황의 오른팔 몽의 장군(성룡)이 김희선 공주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때 우리의 김희선 공주를 중국 놈에게 이대로 넘길 수 없다는 열혈 한국장군 최민수 장군이 등장하여 성룡과 한판 칼싸움을 벌인다. 성룡과 한중 국가대항 카리스마 대결을 펼치는 최민수의 카미오 연기도 이 영화의 볼만한 구경거리. 성룡은 마차와 함께 천길 절벽 밑으로 떨어진다. 물론 마차 안에는 김희선 공주가 앉아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현대 홍콩. 여기서 성룡은 인디애너 존스 박사 같은 고고학자 잭 역을 맡는다. 잭은 항상 같은 꿈을 꾼다. 매번 공주가 등장하고 매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이다. <진용>에서 장예모는 불로장생한다는 선약을 먹고 2,000년을 병마용에 붙박이가 된 채 공리를 기다렸다. <신화>에서는? 

<신화>는 영화의 전반부는 성룡의 활극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양가휘와 함께 인도를 오가며 아크로바틱한 몽키 개그까지 선보인다. 특히 인도의 쥐 잡는 초강력 접착 끈끈이 컨베이어 벨트에서의 액션 씬은 정종(正宗) 성룡 영화이다. (물론 인도에서의 성룡 활극담은 영화 전체에서 보자면 조금 불필요한 장면이다. 인도철학적 '말씀'도 생뚱맞고 말이다. 물론 늘씬한 인도미녀 말리카의 등장 등 인도영화시장을 보고 집어넣은 건 당연하고 말이다.) 

이 영화의 절대 하이라이트는 장대한 폭포 뒤에 가려진 채 2,000년을 파묻힌 진시황릉에서의 액션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시켰다는 진시황은 죽어서 거대한 비밀 무덤에 묻힌다.(기원전 220) 그 거대한 무덤은 지난 1974년 시골 농부에 의해 귀퉁이가 발견되면서 전 세계 고고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영화 <신화>는 그 진시황릉의 모습을 디지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서 '영화적 상상력'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사마천의 <<사기>> '진시황본기'에는 운석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당계례 감독은 이 역사적-천문학적 사실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섬 라퓨타>에 등장하는 비행석(飛行石)이라는 상상력을 조합하여 판타스틱한 진시황릉을 창조해낸다. (궁금하면 직접 보시라~) 

할리우드 영화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성룡은 만리장성을 화면에 담는데 실패한다. 중국의 문화재 당국이 영화촬영에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영화 찍는데 제공할 순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CG로 만리장성이 나오긴 한다. 그런데 성룡의 중국영화 <신화>에서는 병마용 박물관(서안역사박물관)'진짜'로 나온다. 중국 문화재 당국은 성룡의 요청을 받아들여 병마용 내부를 촬영하게 한 것이다. 

성룡은 병마용 내부에서 이런 말을 한다. "유물은 인류 전체의 것이니 가져가도 된다."고 말하는 양가휘에게 "우리 문화재를 훔쳐서는 자기들 박물관에 내놓는 도둑들이다.."라고 마치 중국문화재청 고위관리 같은 발언을 한다. 아마도 중국문화재 당국자는 이 대사에 십분 만족했으리라. 물론 정치색이 어느 정도 내보이는 발언이지만 절대적으로 옳은 소리 아닌가. 

지난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들이 아직도 프랑스 국립도서관 지하에 있다고 한다. 1993TGV고속전철을 팔아먹기 위해 방한했던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돌려주겠다고 약속을 하고서도 말이다. 성룡은 <신화>가 전 세계에서 상영될 때 이 대사가 지니는 의미를 사람들이 알아듣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성룡은 멋진 놈(!)이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두 사람-남녀연인-의 기다림의 미학이다. 진시황의 후궁으로 간택된 조선공주와 그녀를 보필해야하는 임무를 진 대장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2000년을 기다리는 사랑. 

<진용>에서 엽청문이 부른 주제가 '분심이화(焚心以火)'도 괜찮았는데 이 영화 주제가도 괜찮다. 성룡과 김희선이 중국어와 한국어를 섞어 부른 노래도 괜찮고 중국가수 손남과 한홍이 부른 중국어 노래도 괜찮다. 

, 성룡영화는 역시 영화 끝나고 나오는 성룡 NG장면 보는 것이 또 다른 재미이다. 이번엔 김희선의 NG장면도 무척이나 재밌다. <진용>보다 재밌냐고? 말이라고. 김희선이 공리보다 100배는 예쁘잖은가. 

성룡의 한국영화팬들의 오해를 받아가며 자기 나라 영화를 지키기 위해 쉰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온갖 액션을 펼치는 <신화>는 아시아 영화교류사에 있어 큰 획을 그을 작품임에 분명하다.(박재환 2005/10/5) 

 

 

神话 (电影) - Wikipedia

 

zh.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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