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월동화] 꿈같은 홍콩에서의 몇날 밤 (이인항 감독 星月童話 Moonlight Express,1999)

2008. 2. 23. 10:02홍콩영화리뷰



이인항 감독은 대만 가수 장청방의 새로운 뮤직비디오 <選擇結束>를 연출했다. 이연걸 주연의 <흑협>으로 소개된 감독이다. 팜플렛 보니 이인항 감독은 허안화 감독 밑에서 <서검은구록>(書劍恩仇錄(87)의 조감독을 했단다. 이 영화 제작진 명단에 허안화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 황백명도 제작진 이름에 올랐다. 얼마 전 이 사람이 하세편(賀歲片,설 영화)을 새로 만들 것이며 장국영이 출연할 것이라고 언론에 흘렸고, 장국영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단다. 

<성월동화>는 일본과 홍콩의 합작 영화이다. 이 영화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총 쏘고 달리는 액션에 대한 기대 때문이거나, 장국영의 개인적 카리스마, 히토미 역의 일본배우 다카코 토키와의 풋풋한 매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에는 드라마가 있다. 그것도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로맨스, 우연, 사랑, 스쳐지나가는 하룻밤의 사랑, 애절한 기다림, 갑자기 다가온 그 사람, 그리고 말려드는 사건. 등등. 이러한 줄거리는 바로 흥행의 제 1요소인 것이다.

 장국영은 알려진 대로 1인 2역이다. 한 사람은 동경에서의 깔끔한 다쯔야. 그는 곧 히토미와 결혼할 것이다. 그리고 홍콩으로 부임하여 행복하게 살 것이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죽는다. 혼자가 된 히토미. 히토미는 살아생전 함께 홍콩의 야경을 보기로 약속했었는데. 그래서 혼자 홍콩에 간다. 다쯔야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녀의 눈 앞에 ‘그’가 나타난 것이다. 그가 키스를 한다. <영웅본색>이후 최고로 멋진 경찰 – 비록 의심이 좀 가는 비밀경찰 역이지만 – 로 나왔다. 이제부터 누명선 홍콩 비밀경찰 가보역의 장국영과 옛 연인의 그림자라도 찾아볼까 홍콩으로 날아온 히토미가 위험스런 사랑의 도피행각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아마 그러한 숨 막히는 극한 상황에서의 사랑이 더욱 낭만적이고 영화다울 것이다.


 장국영(56년생)도 이미 마흔 넷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장국영의 최근 사진을 유심히 보면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 <영웅본색>이나 <패왕별희>에서의 인상이 너무 짙어서 그렇지 장국영만큼 내적인 연륜이 쌓인 홍콩배우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아름답게, 꽤 점잖게 무게 있게 나이 든 셈이다.  세월은 성룡만 비켜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뒷부분에서 장국영의 처형(아내의 언니)으로 나오는 배우는 양자경이다. 양자경은 말레이시아 화교이고 영국에서 공부한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는 장국영과 좀 의심 가는 감정의 교류를 느낄 수 있는 역으로 나온다. 장국영처럼 위험한 비밀경찰 출신이고, 장국영의 아내가 그런 장국영의 위험한 직업이 싫어서 자살했다고 히토미에게 알려준다.

 물론, 빼놓을 수 없는 배우로는 이찬삼이 있다. 우리나라엔 <메이드 인 홍콩>말고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지만, 이 배우도 홍콩배우답게 지난 3년 동안 수십 편의 영화에 다작 출연했다. 이 영화에선 마작 장면에서 잠깐 등장한다.이찬삼 팬에겐 복 받은 셈. 멀쩡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교훈 하나. 영화 첫 장면은 히토미와 그의 친구가 동경의 고가도로를 달리며 즉석카메라로 찍는 장면이 있다. 운전 중에 서로 장난치며 말이다. 그리고, 동경의 장국영이 운전하다가 핸드폰 벨 소리에 “어어..”하다가 “꽝!”하고는 죽었다. 운전 중에 딴 짓 절대 하지 말라는 교훈. (박재환 1999/11/4)


[성월동화|星月童話] 감독:이인항 출연: 장국영, 토키와 다카코(常盤貴子), 양자경 (Moonlight Express,1999) 한국개봉: 1999/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