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지왕] 악숑 가멘! 주성치 (이력지 감독 破壞之王 Love On Delivery, 1994)

2008. 2. 23. 09:07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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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2.3.15.) 주성치가 1994년에 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파괴지왕>, <구품지마관>, 그리고 <007북경특급>이다. 이 세 작품은 모두 홍콩에서 3,000HK$이상을 벌어들이는 빅 히트를 기록했었다. 아마,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을 보면서 어떤 영감 같은 것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김지운 감독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영감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고. 실제, <반칙왕>이 홍콩에서 개봉되었을 때 주성치가 주인공 송강호 목소리를 더빙했었다. 

일견 보면, <파괴지왕><반칙왕>은 큰 줄거리는 같다. 게다가 이 영화의 원작은 일본망가 <캠퍼스 파이터>라지 않은가. 그 만화를 못 봐서 만화까지는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캠퍼스 파이터><파괴지왕>의 공통점은 한 못난 남자가 있고, 이쁜 여자가 있다. 근데 이쁜 여자가 말한다. "난 강한 남자가 좋아요!" 그래서 이 못난 남자가 지옥훈련을 거치면서 슈퍼맨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럼 <파괴지왕><반칙왕>? <파괴지왕>에서 주성치는 착하고 순박한 음식배달원(철가방)으로 나온다. 그는 식당 주인에게 놀림 받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천시 받지만 언제나 양보하고 언제나 무릎 꿇는 순돌이다. 어느 날 근처 체육센터에서 소문난 미인 '종려시'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캠퍼스 파이터>에 접근하게 된다. 종려시에게 치근대는 유도도장의 사부. 어떻게 주성치와 종려시는 데이트를 하게 된다. 장학우 콘서트에 가고 싶다고. 그래서 주성치는 텐트에서 하루 밤을 지새우며 티켓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주성치는 종려시가 보는 앞에서 사부에게 두들겨 맞고 겁쟁이 취급을 당하게 된다. 그는 강한 남자가 되기 위해 오맹달에게 매달린다. 오맹달은 믿을 수 없는 권법을 가르쳐주고.. 마침내 주성치는 지옥훈련 끝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세계 최강의 공수도 달인과 한판 승부를 펼친다. 

물론, <반칙왕>에서도 송강호는 김가연에게 '사랑의 마음'을 거부당하고는 좌절한다. 하지만 <반칙왕>에서는 평범한 샐러리맨- 대부분 사회적 강자에게 맥을 못 추는 현대인이 마스크를 뒤집어 서고 또 다른 자신이 되어, 본래의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전혀 짐작 못할 일을 서슴없이 저지른다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 속에는 일탈에 대한 깊은 사회적 욕망이 숨어 있는 것이다. 94년도 작품 <파괴지왕>에서 위기에 빠진 종려시를 구할 때 주성치는 '고양이 가필드 복면'을 하고 있었다. 왜 주성치는 가면을 뒤집어 서고 있을까. 왜 종려시에게 그 가면 속 남자가 주성치인지, 유도 사범인지, 공수도 달인인지 착각에 빠지게 할까. 종려시는 자신의 사물함에 <터미네이터> 사진을 붙여놓을 정도로 강한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주성치 영화라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만화적 상상력과 상황적 코믹함으로 중무장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성치가 터미네이터처럼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이 어색하고 단절되는 듯한 개그의 향연은 종잡을 수 없이 튀는 대사와 만화 같은 영상으로 쉴 틈 없이 웃긴다. 아마, 몇 장면들은 그의 영화에서 길이 남은 명장면일 것이다. 손바닥에 인분을 묻혔을 때 하필 그 때 종려시가 악수를 청한다. 아찔한 난처함과 기상천외의 상황탈출 등이 그의 영화를 코미디의 지존에 올려놓은 셈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고급스런 코미디는 절대 아니다. 이 영화에서 주성치는 손가락을 이용한 욕질을 해댄다. 아마도 음란한 색정화면, 민망한 대사들로 인해 가위질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그런 손가락의 욕질은 전례가 없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심의위원들은) 암담할 것이다. 적어도 주성치는 자기 영화에서 갖가지 실험을 다해보는 셈이다. 

<소림축구>에서도 주성치는 그의 국수주의적 혹은 중국 전통주의에의 애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듯이 이 영화에서도 그러한 중국문화에 대한 애정을 전수한다. 할머니에게 양보하고, 일본의 공수도나 태권도를 무찌를 수 있는 권법은 중국전통의 고권법뿐이라는 논리 등. 

물론, 이 영화에서 주성치는 시청률에 사람목숨을 우습게 아는 현대 미디어에 대한 풍자조차 그의 방식대로 해치운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주성치가 죽도록 얻어맞더니 마지막에 "아리"(종려시)를 부르는 모습은 록키 벨보어가 피투성이가 되어 챔피언을 꺾은 후에 애인 애드리안을 부르짖던 그 모습을 연상시킨다. 

어쨌든 <파괴지왕>은 주성치의 오소독스한 맛과 멋이 넘쳐나는 영화이다. 

, 우리나라에 출시된 비디오에는 정소동이 감독으로 나와 있는데 정소동은 무술감독만 맡았고, 감독은 주성치와 많은 영화를 같이한 이력지가 맡았다. 이력지는 이 영화에서 TV방송국 책임자로 직접 출연하여 격투기 게임을 최대한 팔리도록 만들라고 소리친다. 최근 <안개비연가>에 나와 인기를 끈 '고거기'가 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다. 난 누가 그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이 리뷰 작성할 그 시점에 말이다. --; (박재환 2002/3/15) 

 

破壞之王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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